어느새 생일이 반갑지 않은 나이가 된 지 오래되었다. 한 살 더 먹는 게 뭐가 즐겁다고 굳이 생일을 기념하고 기뻐하나 그런 생각이 앞선 지 좀 오래된 것 같다. 사실 이제는 나이를 잊고 산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굳이 나이를 확인하고 싶지 않은 심리랄까.
올해도 어김없이 생일이 찾아왔고 그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오늘 하루를 보낼 생각이었는데 멀리서도 내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알림 창에 모여든다. 생각해 보면 내 생일도 안 챙기지만 게으름을 핑계로 남의 생일도 잘 챙기지 못하는 내게 그래도 잊지 않고 축하의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늘 원하고 바라는 게 많아서 가진 것에 감사함을 모른 채로 제법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던 같다. 그런데 지금은 짧은 축하 메시지 속에서도 충분히 보낸 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내 마음도 풍요롭게 느껴진다.
어쩌다 보니 올해 나는 더 멀리까지 오고 말았다. 예정에도 없이. 김동률의 '출발' 노래 가사말처럼 멀리까지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정말 멀리까지 왔다. 근데 떨어져 살아보니 또 내가 보이고 사람들이 보인다. 비록 참고 아끼고 기다려야 하는 것들이 많지만 나는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가는 지금의 내 인생이 마음에 든다. 제법 괜찮은 인생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고 무엇보다도 내 인생이 앞으로가 또 기대된다는 점에서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