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by a universal seoulite

새벽 02:30, 집으로 가는 길


도로에 차가 없다. 코로나 집합 금지 명령이 떨어져서 밤 9시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은 터라 거리엔 일찍부터 인적도 차도 끊긴 듯했다. 매일 다니는 익숙한 퇴근길이지만 신호등 불빛만이 유일하게 정지화면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고요한 도심이 매우 낯설다.


아, 사람들을 발견했다. 신호대기 중 우연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건물 꼭대기에서부터 시작된 줄 하나에 매달려 고층빌딩 유리창을 닦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집에 들어가서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출근 준비를 해야 할 생각에 우울했었는데 위태롭게 줄 하나에 몸을 맡기고 열심히 창을 닦고 있는 분들을 보니 마음가짐이 새로워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 아무도 탈 것 같지 않던 그 시간에 한 남자가 손에 컵라면을 들고 탄다. 남자는 내게 말한다.


"냄새나게 해서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맛있게 드세요."


편의점에서 뜨거운 물을 붓고 라면이 익는 동안 집에 올라가는 것은 아마도 라면이 익는 그 짧은 시간마저도 아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늦은 퇴근길 대충 때우는 저녁 한 끼일 수도 있다 생각하니 왠지 모를 동지애가 생기면서 측은한 마음이 든다.


너나 나나 오늘 하루 늦은 밤까지 고생이 많았다.


오늘의 플레이 리스트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브'다. 우리 모두에게 화이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