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사랑하는 두 가지 다른 관점(2)

전지적 직장인 시점

by a universal seoulite

(돈을 사랑하는 두 가지 다른 관점(1)에 이어서)


소설은 소피가 빈털터리가 되도록 쇼핑을 해도 결국 부자 남편을 만나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이고 나는 소피가 아니었다. 나는 정신 못 차린 철없는 싱글 월급 노비일 뿐이었다.


회사에서 언제든 대체 가능한 소모품으로 취급받고 싶지 않았다. 나에 대한 존중, 존엄을 지키고 싶었다. 물리적으로는 여전히 회사라는 좁은 바닥 위지만 확장성을 갖고 미래를 새롭게 디자인해보고 싶었다. 물론 처음에는 인생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다행히도 세상이 좋아져서 유튜브에 주제어 입력만 해도 내게 필요한 온갖 종류의 양질의 정보가 넘쳐났다. 그것도 공짜로! 유명 유튜버 중에는 짧은 시간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성공한 일개미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돈을 과연 사는 동안에 만질 수 있을까 생각하기 마련인데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기엔 실존인물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성공담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함으로써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그래, 나도 해보자!!!!!!!!!!!!!'


이렇게 살다가는 현대판 월급 노비 생활을 면치 못하겠다 생각했던 내게 새로운 희망 같은 것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나는 우선 퇴사 날짜와 퇴사 전까지 모으고 싶은 은퇴자금을 설정했다. 내가 생각한 자금의 구체 액수는 밝히지 않겠다. 사람마다 성공의 경제적 기준이 다르고 금액은 중요한 게 아니니까. 다만, 한 친구에게 내 계획을 말했을 때 반응이 이러했다.


"어떻게? 왜 그 금액이야? 몇 년 안 남았는데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어떻게 할 건데?????"


거의 대동강 물을 퍼다가 팔겠다고 하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 내지는 화성으로 이주하겠다고 말하는 한국판 일론 머스크를 대하듯 내 황당한 말에 살아있는 동안은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대놓고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만큼 격 없는 사이라 현실적인 계산을 바탕으로 솔직한 의견을 말해준 것이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이룰 수 있는 정도면 애초에 꿈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소에도 목표가 높아야 최소한 근처라도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고 더 중요한 사실은 '나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쇼핑에 미쳐있던 과거에도, 경제독립을 꿈꾸는 지금도 나는 일관되게 돈을 사랑한다. 다만 돈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 완벽하게 반대 포지션으로 바뀌었을 뿐. 소비를 위한 돈에서 미래를 꿈꾸기 위한 돈으로 용도 변경했을 뿐이다. 내가 하고픈 일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결정권과 내 시간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율권을 위해서 경제력을 갖고 싶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이상 태생부터 자본주의 키즈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나는 물물교환이 핵심인 자본주의 원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노동소득에만 기대어 살아온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볼 생각이다.


나보다 먼저 경제독립에 성공한 선배님들 덕분에 이제 저도 독립투쟁 시작합니다! 평범한 일개미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선배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경제독립 :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서 40세 전에 조기 은퇴하겠다는 이른바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를 꿈꾸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경제독립을 통해 은퇴를 앞당기는 것은 직장을 그만두기 위한 목적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사상과 행동이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가장 시급한 문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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