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점프

by a universal seoulite

사드 사태로 한중관계가 급속히 식기 직전 중국 관광객이 서울에 쏟아져 들어올 때가 있었다. 국내 면세점들은 중국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중국어 구사 직원들을 매장에 배치하고 있었고 시내 면세점마다 중국 관광객들이 넘쳐났던 시기였다.


매장마다 중국어 능통자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더러는 한국어가 되는 중국 출신인 직원분들도 있었던 덕에 일부 매장에서는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 가방 한 번 보여주세요?"

"... 음.. 이 가방이가 바퀴가 있습니다."

(띠로리....)

나 역시도 출장용 트렁크 가방을 사러 국내 한 면세점에 갔다가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경험을 겪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소통에는 결국 실패했고 한국말 소통이 어렵자 소비욕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묘하게도 기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돈 되는 중국 소비자 우대정책에 밀려서 내 땅에서 편하게 쇼핑을 할 수 없는 경험이 유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억울하기도 했다. 너무 과한 상상일 수도 있었지만 당시 나는 이러다간 중국 큰손들이 서울 땅을 싹쓸이하러 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중국인 건물주에게 월세를 내야 하는 한국인 세입자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서울 부동산을 매수한 외국인의 다수가 중국인이었고 연남동 등 일부 지역에는 중국인 소유 부동산이 제법 많아졌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밀려드는 중국인들과 관련 사업들이 유행처럼 생겨나는 현상을 보면서 중국어를 배워보자 마음먹었다. 주 3일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성조부터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다.


10년을 넘게 배워도 여전히 어려운 영어를 통해 외국어 학습이란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익히 잘 알기에 점심시간 5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될까 싶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석만 열심히 해보자 마음먹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과연 될까 싶었던 중국어가 더디지만 조금씩 아주 천천히 늘어가는 게 느껴졌다. 켜켜이 쌓이는 시간의 힘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좀처럼 늘지 않고 제자리인 것 같던 실력도 일정 시간을 꾸준히 반복하다 보니 한 번에 실력이 점프하는 시점이 오곤 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한두 달 방학으로 수업을 쉬고 나면 밤사이 키가 자라듯 실력이 오히려 늘어있었다. 배움에도 실력이 농익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나는 3년간의 중국어 공부를 통해서 꾸준히 하다 보면 축척된 시간 에너지가 농익어 임계점에 일렀을 때 폭발적인 힘으로 퀀텀 점프를 하게 된다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생활 속에서 공들인 시간들이 축적되면 보람된 결과로 반드시 돌아옴을 느끼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당장 없더라도 절대 지루해하거나 실망하지 마시길.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면 어느 순간 화려한 퀀텀 점프를 하며 크게 도약하는 날이 올 것이니!


다만, 내가 배운 중국어를 어떻게 써먹을지는 아직도 미지수인 채로 머릿속 한편에 저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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