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에서는...

by a universal seoulite

"아, 요즘 클럽하우스가 대세잖아요. 우리도 클럽하우스처럼 한 번 해보면 어때요?"


"네 상무님. 클럽하우스에서는 오디오가 중요하니까 과잉 이미지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 오히려 이런 게 더 신선하게 먹히긴 할 것 같습니다."


"...................."


"유 차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아이디어 회의에서 상무님이 내심 뿌듯한 표정으로 한창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던 '클럽하우스'를 언급했다. 내가 보기에는 젊은 감각을 뽐내고 싶었던 상무님의 의기양양한 표정이 더욱 참신했다. 누군가는 아는 척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보탰고 누군가는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을 못 잡았지만 차마 클럽하우스가 무엇인지 묻지 못하고 점잖게 앉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눈치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클럽하우스가 어디에 있는 클럽인지 어리둥절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유 차장이었다. 큰 눈을 굴리며 사람들이 하는 말을 따라잡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한 그에게 상무님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도통 어디에 있는 클럽하우스인지 알 리가 없는 그는 그저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옆에 앉은 김 차장도 상무의 눈빛을 애써 피하며 숨기려 했지만 당혹스러워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미안하게도 그들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밖으로 터져 나올 것 같은 그 숨 막히는 광경을 지켜보는 게 꾀나 흥미진진했다.


클럽하우스(Clubhouse), 영상이나 글을 사용할 수 없고 오직 음성으로만 대화하는 실리콘밸리 발 신생 소셜 플랫폼 이름이다. 초대장을 받아야만 회원가입을 할 수 있는데 운이 좋으면 일론 머스크와 같은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이 모인 대화방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짧은 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얼마 전부터 클럽하우스 초대장 인증샷이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던 터라 나는 상무님이 말하는 클럽하우스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클럽하우스 초대장이야 말로 진정한 인싸로 인정받는 것인 양 팔로워가 좀 있는 사람이라면 경쟁적으로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자랑하는 피드가 부쩍 늘어나고 있던 때였다. 누군가는 소셜미디어는 애들이나 하는 시간낭비라고 하겠지만 이때만큼은 내가 하고 있는 소셜미디어가 최신 정보 획득에 있어 필수템이라는 내 주장이 입증된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아마도 골프를 즐기는 간부들에게는 골프장 쉼터가 클럽하우스일 테고,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중년 직원들에게는 한 때 여러 가지 이유로 찾았을 클럽 이름일 테고, 유행에 민감한 직원들에게는 잘만하면 일론 머스크 같은 유명인사도 만날 수 있는 기회의 플랫폼이 클럽하우스일 것이다. 나는 아이디어 회의에서 벌어진 클럽하우스 소동이 회사 내 세대 간 격차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처럼 느껴졌다.


만약 유 차장이 클럽하우스가 무엇이냐고 솔직하게 물었다면 어땠을까? 부하직원들 앞에서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이 창피한 일이었을까? 오히려 소통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었다면 물어야 마땅했다고 생각한다. 묻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애초에 존재했었다면 어땠을까. 불행히도 우리 조직에서는 그런 원활한 쌍방향 소통은 아직 불편한 듯하다.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를 모르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트렌드가 하루아침에도 생겨나고 사라지는 세상에서 세상 모든 트렌드를 꿰고 있기에는 우리 직장인들이 너무 바쁜 것도 현실이니까. 클럽하우스도 반짝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폭죽 불꽃처럼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급속히 퍼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일순간 사라졌다.


하지만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치부하던 디지털 혁신들이 빠르게 우리 생활을 점령해 나가고 있는 것을 보자면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혁신이 빨라질수록 서로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더더욱 상호 묻고 답하는 소통이 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라고 먼저 다가갈 수 있는, 혹은 '내가 잘 몰라서 그런데 설명해 줄 수 있을까'하고 먼저 말을 꺼낼 수 있는 상사들이 회사에 좀 더 많아진다면 한결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그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일까?


나는 회사 선배님들께 묻고 싶다.


"젊은 직원들이 회사 문화와 상사들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만큼 선배님들은 젊은 직원들을 이해하고자 공들여 노력하고 계신지요?"




그림 출처 : 양치기 인스타그램(@yangchik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