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뭘 알아

by a universal seoulite

"아이는 몇인가?"


"아직 미혼입니다."


"... 너무 고르면 결혼하기 힘들어. 눈을 낮춰야 해."


(띠로리)


몇 해 전 새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사에게 결재를 갔을 때 일이었다. 그는 내 나이쯤이면 당연히 결혼했을 것이라 생각했던지 결혼했냐도 아니고 결혼은 기정 사실화하고 다짜고짜 아이가 몇 명인지 물어봤다. 나름은 나와 친밀감을 높이고 싶었던 질문 같았지만 난생처음 받아보는 색다른 질문에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아이가 있다고 얘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내 형편이 무척이나 볼품없어 보이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어진 그의 충고는 더욱 놀라웠다. 아니 고작 결재 두어 번 가서 몇 마디 나눈 게 다인 사이인데 내가 너무 골라서 결혼을 못했다는 결론으로 점프하고 남자 보는 눈을 낮추라고 하다니! 설령 그 말이 맞는 말이라 해도 그 당시 내 기분은 설명하고 싶지 않다.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알아?!'


이제는 결혼할 나이가 한참 지나서 결혼했냐, 왜 안 하냐, 눈 낮춰라 그런 말들을 듣지 않지만 한동안은 지겹게 들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들을 늘어놓는 눈치 없는 사람들에게 개그우먼 김숙처럼 말하고 싶었다. '너 같은 사람 만날까 봐' 혹은 '너처럼 살까 봐'라고.


주의 : 미혼인 사람에게 왜 여태 혼자냐고 함부로 묻지 말 것! 예민한 날에는 물 수도 있음!






그림 : 문형태 작가(@moonhyeongt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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