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처럼 터져 나온 독백

by a universal seoulite

'아~ 잘 잤다.'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서 몸을 채 일으키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나직이 읊조린 말이었다. 나는 이 지극히 평범한 말이 너무도 낯설어서 다시 입속으로 황급히 밀어 넣고 삼켜버리고 싶었다. 초저녁부터 일찍 잠들었던 덕이었을까 만화 속 빨간 머리 앤이 외쳐야 어울릴 법한 그 기분 좋은 아침의 외침이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마치 해선 안될 말을 한 것처럼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 한 거지? 이건 너답지 않잖아!'


내 귀를 의심했다. 이어서 날 선 반문이 터져 나왔다.


'출근해야 하는데 좋니? 좋아? 그래, 이게 현실적이지.'


직장인이 된 이후 잠자리에 들 때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밤이 많았다. 해도 해도 도무지 끝이 안나는 업무나 괴롭히는 상사 때문에 베갯잇이 젖도록 울면서 잠든 날도 많았고, 끝이 없을 것 같은 어둡고 긴 터널을 언제쯤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내일 아침은 희미하게나마 불빛이 보이기를 간절히 희망하면서 잠든 날도 있었고, 잠자고 있는 동안 시간이 빨리 흘러서 눈뜨면 10년쯤 세월이 지나있기를 바랐던 날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중 아침은 늘 힘들었다. 뜰 수 없을 정도로 퉁퉁 부은 눈 때문에 출근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고, 흠뻑 젖어 바닥에 무겁게 들러붙어버린 눅눅한 스펀지처럼 움직일 수 없었던 피곤한 아침도 있었고, 돌아가지 않는 목과 닿기만 해도 아픈 어깨로 눕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뜬눈으로 지새운 날도 있었고, 오늘은 출근하지 말까 고민하며 침대에 누은 채로 회사 전화번호를 눌렀다 지웠다를 무한 반복한 날도 있었다.


최근까지도 회사일을 걱정하다 잠들고 다시 아침에 눈뜨면 마치 자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처럼 잠들기 전 걱정을 이어서 하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오늘 아침에는 눈을 뜨고 무의식적으로 '잘.잤.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낸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마치 입으로는 '저 관심 없어요'라고 말하면서 짝사랑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사람처럼 아닌 척 애쓰면서도 내심 그 낯선 감정이 반가웠다.


무기력하고 어둡기만 했던 내 인생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긴 했지만 느낌으로만 알고 있던 내 진심이 마침내 오늘 아침 고백처럼 터져 나온 것 같았다. 출근 준비를 끝내고 문을 나서는 순간, 내 인생을 바꿔보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인생 2.0 프로젝트에 내가 진심으로 설레고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나는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 자신을 응원하며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는 출근길이다.



*작년부터 내 인생을 새롭게 디자인하고자 인생 2.0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마치 도면이 없는 레고를 조립하듯 나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하나씩 할 수 있는 것부터 풀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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