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시게 반짝이는 Silver Return

by a universal seoulite

은퇴의 한자가 '숨을 은'에 '물러날 퇴'라고 한다. 풀이하면 물러나 숨는다는 뜻이라니 충격적이다. 퇴직을 명예롭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더 좋은 한자어는 없었을까?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 이대로 살다가는 물러나 은둔자처럼 숨어 사는 위기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을 꿈꾸면서 자본 투자, 은퇴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보게 되는데 나는 이것이 하루라도 빨리 파이어족으로 살기 위한 은퇴계획이라고 생각했지 딱히 노후준비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진 않았다. 이제 '겨우' 40대에 노후준비는 아직 먼 얘기 같기도 하고 당장 먹고사는 일이 바빠서 미뤄뒀던 노후준비가 사실은 그리 먼 얘기도 아니고 기대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세상에서 당장 시작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뉴스에서 가족의 생계와 주택마련, 자녀교육과 결혼 등을 준비하느라 정작 당신의 노후 여유 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던 노인 빈곤 가족들의 얘기가 나오는데 잘 나가는 대기업, 공기업을 다녔던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퇴직 후 생계를 위해서 뛰어든 재취업시장에서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 혹은 '고다자(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라 불리며 아파트 경비, 버스터미널 탁송화물 배차원 등 단순 노동업무에 뛰어들지만 녹녹지 않다는 얘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레 감정이입이 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노후준비와 관련해서 최근 새삼 느꼈던 점 중 하나는 상당히 많은 싱글들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면 자연히 가족을 꾸려나가기 위해서 생계 전선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싱글들은 소비 활동이 자유롭고 그래서 지출이 오히려 크다. 게다가 혼자살면 큰 돈이 들어가는 부동산 투자가 시급하진 않을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바로 씀씀이 큰 조카 바보 고모였고, 이사가 귀찮아서 부동산에 관심 없었던 그런 사람이었다.


게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싱글들은 부동산 가점 혜택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고 각종 세제혜택에서도 제외되기 쉽다. 결혼을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싱글에게는 불리한 점이 많다. 당장 부동산 중개업소에 젊은 여자 혼자 들어가면 '사모님'이라고 불렀다가 싱글이라고 하면 반응이 달라지는 곳들이 아주 간혹 있는데, 혼자 사는데 겨우 오피스텔이나 구하겠지라고 생각하거나 시세 정도나 알아보러 왔겠지라고 생각하는지 태도가 달라지는 게 느껴질 때는 편치가 않다.


어쨌거나 다시 은퇴 이야기로 돌아가서, 과거처럼 성실하게 벌어서 착실하게 아끼고 저축해서는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한마디로 자본투자 없이는 인플레이션보다 못한 월급 인상과 초저금리가 당연시되는 세상에서 과거의 방식으로 퇴직 후 안락한 삶을 보장받을 수 없다. 대부분 부동산과 예금 투자에 집중된 우리나라 가계 자산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고 초저금리 예금을 대체할 자산 투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금이자가 10%가 넘던 시절에 살았던 예전 세대처럼 자산관리를 한다면 우리는 사실상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까먹는 게 되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 아파트 외 여타 유형의 부동산 자산, 코인 등 무엇이 되었든 내가 편하고 마음이 가는 투자 방법을 여러 가지로 찾아서 적극적으로 자산을 불려야 한다.


디지털 자산 시장까지 고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성실하게 모은 노동임금만으로 부를 쌓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자산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 세상에 빨리 적응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공부를 하다가 보면 자연히 세상 돌아가는 최신 트레드와 산업 생태계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내공도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나는 최근 하루라도 빨리 회사에서 벗어나고자 절박함이 생긴 덕분에 자산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돈 공부를 하루라도 더 빨리 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요즘은 나스닥 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듣다 보면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데이터 기반의 빅 테크 기업들의 영업마진이 30% 이상을 상회하고 설비 등 회수되지 않는 자산 투자가 0에 가까운 반면,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차와 같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글로벌 대기업들은 영업마진이 10%를 넘기 힘들고 감가상각 되는 설비, 장비 투자, 고정자산 등에 매년 천문학적 투자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빅 테크들이 큰돈 들이지 않고 전 세계 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을 때 우리 기업은 엄청나게 많은 투자를 쏟아붓고도 영업마진은 상대적으로 작고 설비나 장비 투자에 매년 큰돈을 재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빅 테크들은 데이터가 축척될수록 더욱 시장에서 마켓파워가 커질 수밖에 없고 날이 갈수록 경쟁이 어려운 넘사벽 회사가 된다는 점은 참으로 부럽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 뛰어든 한국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배당수익으로 벌어들이는 외환이 크게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렇게도 달러를 벌어 다행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현상이 기업들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지 않다. 돈이 돈을 만드는 부의 재창출이 일부 소수의 개인들에게만 집중되고 있고 이런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재빨리 바뀌는 부의 재편 현상에 올라타야 하지 않을까?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고 정말 영원히 설국열차 꼬리칸에도 탑승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간담이 서늘하다.


나는 은퇴라는 말을 귀금속의 은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Silver)처럼 반짝이는 물러남 혹은 자유로운 자연의 나로 돌아가는 것(Return)'이 은퇴라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가볍고 한없이 기쁠 것 같다. 은을 반복해서 떠올리다 보면 재복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눈부시게 반짝이는 나의 은퇴, Silver Return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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