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들이 사랑하는 "커피 한 잔 하실래요?"

by a universal seoulite

유튜버 '세상의 모든 지식'이 쓴 [오리지널의 탄생]이라는 책을 보면 우리가 마시는 맥심 같은 인스턴트 커피는 전쟁으로 인해서 널리 알려졌고 이를 계기로 대중에게 사랑받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오늘날 많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불행히도 전쟁을 통해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인스턴트 커피마저도 전쟁의 산물이라니 의외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에이브러햄 링컨이 이끄는 북군은 커피 각성 효과에 힘입어 커피 보급이 끊긴 남군을 무찌르고 남북전쟁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전장에서 빠르게 커피를 갈아 마시기 위해 소총 개머리판에 커피 그라인더를 장착하기도 했다는데 책에 나온 총 사진만 봐서는 그라인더를 어떻게 사용했다는 것인지 감이 잘 오지는 않는다. 이후 보급과 이용이 한층 더 간편한 인스턴트 커피가 발명되었는데 이것이 제1차 세계대전 때 미군의 전투식량으로 보급되면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전쟁터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커피라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우리가 그렇게 커피를 들이켜대는 이유를 알 것도 같은 기분이다. 상사의 호통 소리와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도 향긋한 커피를 마시는 순간만큼은 우리 미생들도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다. 그 작은 사치를 포기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사기가 꺾이고도 남을 일이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 골목마다 카페가 넘치고 커피 소비량이 세계 6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오늘도 총성 없는 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미생들의 혁혁한 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전장의 커피 하면 영화 '늑대와 춤을'에서 던바 중위(케빈 코스트너)가 수우족에게 처음 커피를 소개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말도 통하지 않는 경계의 대상, 던바 중위가 눈빛과 몸짓으로 건네는 커피를 마시고 마침내 수우족의 얼굴에 온기가 피어나던 장면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국경과 인종, 경계의 장벽을 허물어버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따뜻한 음료가 커피라고 보여주는 듯한 지극히 아메리카노 같은 장면이었지만 커피 애호가 입장에서는 그런 연출도 나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마주하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중 하나가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아닐까? 누구도 '됐어', '싫어', '너나 마셔' 따위의 거친 말을 쏟아낼 수 없게 만드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따뜻한 말인 것 같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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