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대로 지쳐서 집으로 가는 퇴근길이었다.
지하철 역 작은 꽃가게 꽃들이 예뻐 보여서 꽃가게에 들어가서 기웃거렸다. 마감 중이던 사장님은 꽃값을 깎아주는 대신 꽃을 더 넣어주겠다고 하셨다.
사장님은 마진을 유지하면서 나는 꽃을 더 풍성하게 가져갈 수 있으니 망설일 것도 없이 흔쾌히 카드를 빼어 들어 사장님께 넘겼다. 상대가 원하는 조건을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잘 부탁드린다는 읍소만 맥 빠지게 거듭했던 퇴근 전 나의 다른 딜과는 다르게 양측 모두가 만족한 아주 좋은 딜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꽃을 양팔에 한 아름 안고 집으로 향하는 풍요로운 기분은 마치 까끌거리던 입속 각설탕이 마침내 녹아내려 입안 가득 달콤함을 채우듯 머릿속 가득 엉켜 붙어 있던 번잡한 상심들을 사르르 녹여 사라지게 하는 것 같았다.
그때 막다른 골목 외길 맞은편에서 꽃다발을 손에 쥔 남자가 나타났다.
곁눈질로 서로의 꽃다발을 흘겨보며 견제하듯 스쳐 지나갈 때 나는 그에게 눈으로 말했다.
'내 꽃이 더 이쁜데? 보이지?'
스치듯 짧은 순간 주고받은 꽃다발 부심을 떠올리니 참 부질없는 비교와 과시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고 말았다. 실은 선물용 꽃다발을 직접 사든 나보다는 그 남자에게 더 잘 어울리는 기분이 들어 내심 부러웠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비록 내 꽃다발보다는 덜 예쁘지만 꽃을 받아 든 그의 연인이 기뻐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그의 사랑을 응원한다!
'거참, 오지랖은!'
사진 : 앤디 워홀, Thank you for being so n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