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심사 통과하셨습니다.'

by a universal seoulite

'서류심사 통과하셨습니다. oo일에 면접이 예정되어있으니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그간 혼자서 열심히 쓰고 브런치 서랍 속에 고이 접어둔 글들이 도움이 되었던 것인지 지난번에 제출한 자기소개서가 지원한 회사에 어필이 된 모양이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일해본 적도 없는 분야인데 여기가 설마 되겠어?' 했던 곳에서 덜컥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기쁜 마음보다도 설마 했던 회사에서 면접 기회를 획득한 것이 너무나도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면접이란 것을 보는 게 15년 만이다. 그동안, 면접관으로 면접에 참여한 적은 있어도 내가 면접 응시생이 된 것은 올림픽이 3-4번쯤 개최되고 강산이 한번 이상은 변하고도 남을 무려 15년 만에 이루어진 빅 이벤트인 것이다.


우선 옷장을 뒤져본다. 반듯한 면접의상은 없어 보인다. 머리는 또 어떻게 한다? 며칠 전 미용실에서 10년 만에 헤어스타일을 변화시켜 보겠다며 플리츠 컷이란 것을 했다. 이름처럼 낯선 머리 모양이 나왔는데 미용실에서와는 달리 집에서 내가 직접 손질을 해보니 실상은 거지 단발과도 같은 처참한 상황이었다. '백화점에 가서 검은 정장이라도 사 입고 미용실에서 머리와 메이크업이라도 받고 가야 하는 걸까? 요즘 애들은 그런다던데.' 세련되지 못하게 아주 엉망진창으로 우왕좌왕 중이다.


소란스러운 생각들을 내보내고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차분하게 생각을 모아 본다. 우선 면접에 필요한 자료조사부터 해본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어떤 질문을 할까? 나한테 어떤 질문을 하고 싶어 질까? 나를 보면 어떤 인상을 받게 될까?' 떠오르는 질문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모범답안을 생각해본다. 신입사원 면접 준비 때와는 사뭇 다른 내 모습을 보면서 신입사원 면접시험 준비를 하던 혈기왕성한 시절, 20대의 내가 떠올랐다.


예쁘게 브라운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면접장에 가서 나눠준 이름표는 혼자 반대쪽에 달고 발랄하게 면접장에 들어갔던 첫 번째 면접날이 기억난다. 나와서 보니 다들 멀끔하게 차려입은 검은 정장 가슴 위에 이름표를 반듯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애초에 나란 사람은 집단생활이 맞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저기 목소리 좀 키워주실래요? 잘 안 들리네요."


두 번째 면접은 그랬다. 조용한 성격 같은데 직장 생활하실 수 있겠냐고 면접관이 나에게 물었다. 한마디로 그렇게 소극적인데 면접 왜 왔냐는 말과 다를 바 없는 말을 돌려한 것이었지만 그때는 그것조차 알아듣지 못했던 나다. 번번이 면접장에서 나의 목소리는 주체할 수 없이 떨렸고 아무리 내가 할 수 있다고 해도 면접관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일쑤였던 나의 20대 취업준비생 시절은 그랬다.


나는 더 이상 떨리는 청춘도 아니고 풋내기도 아니지 않은가. 15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프로 직장인으로서 서로의 니즈에 맞는 파트너를 찾기 위해 탐색전을 갖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마음먹는다. 면접 참석자이기도 하지만 그 회사가 내게 맞는 회사인지를 알아보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니 담담해진다.


새 정장도 헤어숍 방문도 필요 없다. 나는 그저 마스크 밖으로도 보일 수 있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장착하고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 된다. 어차피 될 일은 되고 안될 일은 안된다. 나와 회사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지길 바라면서 사회에서 겪은 내 경험을 잘 풀어내어 보자.




사진출처 : 손정민 작가의 네이버 춘분 로고 디자인. 이 글을 쓰는 날이 마침 춘분이라 내 인생의 또 한 번의 봄날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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