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MTS를 쓴다.

by a universal seoulite

어느 날 본가에 간 김에 공모주 청약을 할 수 있도록 엄마의 휴대폰에 증권사 앱을 깔아주고 사용법을 알려드린 적이 있었다.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본 적도 없던 우리 엄마는 그때 처음으로 모바일 금융거래라는 것을 배웠다. 엄마는 혹시라도 버튼을 잘못 누르기라도 해서 사고 날까 봐 은행 창구나 ATM기기가 아닌 휴대폰으로 돈을 주고받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휴대폰으로 오로지 네이버, 카톡, 문자 보내기 밖에 안 해봤던 엄마에게 새로운 앱, 그것도 증권사 앱을 깔고 신규회원 가입하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도전이었다. 게다가 증권사 MTS가 그리 사용자에게 친근한 환경을 제공하지도 않을뿐더러 엄마에 비하면 젊디 젊은 나조차도 MTS가 그리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는데 엄마는 오죽할까 싶었다.


그래도 우리는 수익창출이라는 숙연한 대의 앞에 눈앞의 장애물쯤은 우리를 막을 수 없다는 굳은 각오로 열심히 엄마의 MTS 뽀개기 도전에 임했다.


서울에 올라온 나는 공모주 청약일 전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일전에 알려줬던 사용법을 재차 확인했다. 전화통화로는 서로 같은 화면을 보고 대화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 평소 쓰지도 않던 영상통화를 걸어 다음날 있을 공모주 청약을 위해 MTS 사용법을 시뮬레이션했다.


우리 두 모녀는 마치 전략회의라도 하듯 치밀하게 MTS 사용순서를 점검했다.


"아니, 엄마 그게 아니라 내가 말한 대로 하고 있는 거 맞아? 아, 그게 아니라니깐"


설명이 안 되는 나와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는 1시간이 넘도록 전화통을 붙들고 MTS 속을 헤매고 있었지만 누구도 먼저 그만하자고 말하지 않았다. 설명을 못하는 나는 내 설명을 따라오지 못하는 엄마에게 괜한 짜증을 내고 있었지만 엄마는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


1시간이 넘는 진통 끝에 우리는 마침내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내일 공모주 청약에 차질이 없을 정도의 숙련이 되었을 것이라고 안도하며 통화를 끝냈다.


'이게 무슨 말이야? 이런 게 뜨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공모주 청약 당일, 분명히 엄마와 나는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MTS 사용법을 숙지했거늘, 예정에 없던 휴대폰 알림 창이 뜬다는 엄마의 톡이 왔다.


'이게 뭘까? 나도 모르겠는데...'


별 수 없이 나는 사무실에서 조용히 MTS를 켜서 공모주 청약을 직접 해본다. 동시에 로그인부터 공모주 청약 완료까지 화면 캡처 동영상을 찍고 엄마가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순서대로 번호와 설명을 써넣는다. 그렇게 서너 번 문자를 주고받다가 마침내 엄마가 청약 신청을 완료했다. 만세!!!


"이거 어렵네. 근데 몇 번 더 해보면 할 수 있겠다."


엄마가 말했다.


"그럼. 안해봐서 그렇지 하면 다 하지. 나도 아직 어려워. 친구들이 엄마 대단하다고들 해. 아마 엄마 또래 분들 중에 MTS 사용하시는 분 많지 않을걸? 우리 엄마 대단하네."


나는 엄마가 거부감 없이 해보겠다고 알려달라고 했던 것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것도, 그리고 익숙하게 사용할 때까지 배워서 해보겠다고 하는 것도 너무 멋있어 보였다. 역시 우리 엄마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은 새로운 것을 적극 받아들이는 것도, 기꺼이 배우는 것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도 학점으로 치자면 A+인 분들이다.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배웠는데 나는 어쩜 이렇게 불평불만도 많고 끈기도 없는지 참으로 의문이다. 내 DNA에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이 있을 텐데 아마도 아직 발현이 안된 것이 아닐까 스스로를 위안하며 DNA 염기서열이라도 샅샅이 훑어봐야 하나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며칠 후, 치킨 한 마리에 신이 난 우리 엄마가 소녀처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 공모주 팔아서 치킨값 벌었어! 진즉에 이걸 배울 걸 그랬다. 그랬으면 내가 돈 좀 벌었을 것 같은데."




사진: 문형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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