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유난스럽고 소란스럽고 부산스러운 것을 싫어한다. 좋게 말하면 점잖은 것이고 달리 말하면 방청객 알바 같은 것은 애초에 할 수가 없는 재질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고 자란 곳이 부산이라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해양성 기질인 것인지 아니면 원래 타고난 유전적 기질이 무뚝뚝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런 성격 때문에 그 흔한 아부도 제대로 못해서 조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하하하하하흐흐흐흐흑.
예를 들면, 특히 여자들끼리 하는 서로에 대한 관대한 평가와 주고받는 칭찬의 말들이 아직도 나는 어색하다. 오늘 옷이 예쁘다거나, 화장이 잘 먹었다거나, 머리가 예쁘게 되었다는 등의 말들은 내가 진짜 그렇다고 생각할 때나 나오는 말이지 립서비스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당최 할 수가 없다. 특히나 이런 표현이 익숙한 여자 상사와 일을 하게 된다면 그 마음을 몰라주는 나는 밉상이 되기 딱 좋은 캐릭터인 것이다. 즉, 인사고과 폭망 예상 1순위에 내가 낙찰될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다는 말이다.
이쯤 듣고 나면 자연스럽게 수긍이 되겠지만 예전에 나는 노홍철이라는 사람을 보면 큰 입만큼이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크게 떠들고 웃는 모습이 지나치게 과장되었고 억지스럽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산만한 사람이 옆에서 주구장창 떠든다고 생각하면 너무 머리가 아프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그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기가 바빴다. 그가 잘못한 것은 없다. 그저 나의 편협한 취향일 뿐.
그런 내가 요즘 노홍철 씨의 행보를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아,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고 말하면 '네가 뭔데 지켜봐'라는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그에게 팬심이 생겼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낫겠다. 그렇다. 나는 그의 열혈팬이 되었다. '갑자기?'라고 물어본다면 경위는 이러하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는 어느 날부터 내 인스타 피드에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서 노홍철 씨의 '홍철책빵' 사진이 등장했다. 처음에는 '에이, 이거 뭐야?' 했는데 자꾸 보다 보니 어느 날 내가 자연스럽게 사진을 타고 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큭큭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여전히 인스타에서 유명세를 팔아서 돈벌이를 하는 그냥 그런 연예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왜 사람들이 열광하나라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러던 어느 날, 내 피드에 '하고 싶은 거 하세요.'라는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홀린 듯 사진을 눌러 상세보기를 하니 홍철책빵에서 파는 빵 포장에 찍혀있는 문구였다. 빵 포장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세 가지
할 수도 있었는데...
했어야 했는데...
해야만 하는데...'
'하고 싶은 거 하세요'
이 문장이 마치 무슨 슬로건이라도 되는 듯 뇌리에 꽂혀버렸다.
며칠 전 홍철 씨는 부산 장유에 드라이브 쓰루 빵집 서커스점을 오픈했다. '드라이브 쓰루 빵집'이라니! 서커스 단장 복장을 한 그의 로고나 홍철 씨 모양 아트를 올린 라떼(라떼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하여튼 커피 음료), 서커스 천막을 연상시키는 빨간색과 녹색 줄무늬 식빵, 모든 게 그의 말대로 재미난 놀이처럼 잘 구현되어 있었다.
직장생활 15년이 넘도록 내가 그토록 이루고 싶던 삶의 철학을 그는 실행하며 살고 있다. 나는 용기가 없어 지금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하는 병에 걸렸고 그는 용감하게 머릿속에 상상하는 것들을 하나씩 실행하고 있다. 물론 그가 가진 인지도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냐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누군가는 돈 많고 인지도 높아서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사니 좋겠네라고 비꼬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홍철 씨가 진심으로 부럽고 그가 신나서 특유의 그 큰웃음을 지을 때면 나도 덩달아 신나는 기분이다.
그러나 부러워만 할 수 없지 않나!
"홍철 씨, 저도 차분히 준비해서 곧 떠날 겁니다. 그 노마드의 길! 그동안 기괴하고 별나고 이상한 놈이라 했던 거 취소할게요. 정말이에요 형어어어엉님임!"
그래서 결론은? 나는 홀린 듯 온라인으로 빵을 주문하고 결재 버튼을 눌렀다. 하하.
"하고 싶은 거 하th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