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3시를 내어준다는 것

by a universal seoulite

일요일 오후 3시는 지극히 사적인 시간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근무하는 보통의 직장인에게 일요일 오후 3시는 뭐했나 싶게 빠르게 지나간 주말이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시간이며, 속도를 줄여 안단테로 와도 될 텐데 눈치도 없이 정직하게 다가오고 있는 월요일이 떠올라 스멀스멀 우울감이 올라오는 시간이다. 마치 차올랐던 보름달이 다시 기울기 시작하듯 주말의 들뜬 기분과 평일의 긴장감이 서서히 교차하는 지점이 바로 일요일 오후 3시쯤이다.


누군가에게는 다음날을 위해 차분히 주말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의 마지막을 최선을 다해서 아낌없이 즐겨야 하는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평일에 하지 못하는 장보기나 밀린 집안일,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등교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다.


벽시계 소리가 갑자기 커진 것도 아닌데 시곗바늘이 유독 크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는 시간이 새삼 소중해지는 게 일요일 오후 3시이다.


만약 상사가 일요일 오후 3시에 불러서 회사에 나가야 한다면 이미 월요일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기분일 것이다. 또 평일에 최소 8시간을 혹은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회사 사람과 일요일 오후 3시에 만나 차 한 잔 마시는 것은 보통은 좋은 생각이 아닐 것이다.


이 귀한 일요일 오후 3시에 우리는 서로에게 시간을 내어주었다.


우리가 친구냐면 아니다. 입사동기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일터에서 만난 예전 팀원들이었다. 회사 밖에서 만날 이유가 없다고 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사회적 관계, 직장동료이다.


일요일 오후 3시 진심으로 만나고 싶어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한달음에 나와 카페거리에 모인 우리는 우연히 직장에서 만나 운이 좋게도 합이 잘 맞았던 귀한 인연들이었다. 나는 직장에서 이런 합이 좋은 조합의 팀원을 만난다는 것은 로또 당첨 보다도 더 어려운 경우의 수라고 생각한다.


내가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키고 싶었던 바로 그 귀한 인연들 반짝이는 눈빛으로 웃고 있었다.


마음이 벅차올라 여태껏 아무 의미도 없던 일요일 오후 3시에 대해서 처음으로 공들여 의미를 부여하게 된 순간이었다. 포근하게 내려앉은 나른한 이른 봄 오후 3시의 햇빛이 파스텔톤 색감을 올린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감각적으로 아름답게 반짝이던 순간이었다. 아마도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어쩌면 내가 사는 동안 가장 보람 있는 순간 중 하나로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따뜻한 순간이었다.


고맙다. 그리고 함께여서 영광이었다.




그림: 'Sewing the sail' by Joaquin Soro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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