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아나운서 이금희 님의 책 [우리 편하게 말해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이 글이 서평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책의 내용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서 나의 한 줄 평을 먼저 밝히자면, 결국 사람 사는 세상에서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이 내가 책에서 배운 말 잘하는 비법이다.
그럼 다시 내가 쓰려고 하는 말로 돌아가서,
나는 계획보다는 직관대로 가는 유형의 사람이다. 네비를 켜고 경로설정을 해도 운전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잘못된 경로로 이탈하기 일쑤이고 길을 걷다가도 목적지에 닿기 전에 옆길로 빠지기도 하며 매일 같은 길을 반복하기보다는 새로운 경로를 찾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네비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지만 가보지 않은 곳에 가는 재미는 언제나 쏠쏠하다.
그래서 그런지 살아보니 지금까지 인생도 그랬던 것 같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갔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늘 생각지도 않았던 새로운 선택이 등장했고 계획과 달라서 실망했더라도 또 새롭게 발을 내디뎌 보면 결과적으로는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혹은 더 나은 것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제는 계획대로 인생이 전개되지 않는다 하여 두렵지 않다. 오히려 계획이 틀어진 것에는 더 많은 기회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게 된다. 어쩌면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계신 신께서 어리석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선물을 주시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정말로 우연히 잘못 탄 기차가 내가 꿈에도 생각지 못한 목적지까지 나를 데려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는 것이 내가 숱한 경로 이탈을 통해서 깨달은 바이다.
언젠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강의 마지막에 한 아이가 내게 어떻게 하면 나와 같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는지,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 하냐고 물었다. 학과, 전공에 맞춰서 전략적으로 과목을 선택하고 진로 계획에 맞게 맞춤형 공부를 하기 위해 솔루션을 달라는 말이었다. 나는 솔직하게는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아이들의 부모님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에게 계획대로 산다고 해도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의 직업들이 십수년후에도 똑같이 존재할까? 수학만 공부한다고 하여 곧 있을 미래에 지능형 AI가 등장하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도 머지않아 자동번역기가 일상화된다면 더 이상 특출 난 재능이 될 수 없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가고 싶은 대학, 전공에 맞춰서 공부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널리 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특히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책을 많이 읽으라고 했지만 크게 와닿지 않아 하는 눈치였다.
세상은 변한다. 우리 계획도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고 세상에 수많은 변수를 모두 고려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하찮다. 그렇다고 주어지는 대로 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변화와 변수에 적응해서 살아낼 수 있는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으므로.
사진 : 애니쿤 한성진 작가(인스타그램 @anik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