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도 이렇게 높은 빌딩 숲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저 멋있는 사람들처럼 이런 곳에서 일하면 너무 좋겠다!'
(15년 후)
"요즘 꿈이 뭐세요?"
퇴근 후 자주 가는 단골 카페 직원 중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순간 나는 너무 당황했다. 15년 차 직장인에게 예상치 못한 너무 낯선 질문이 훅처럼 기습적으로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은 있어도 받아본 적은 없던 질문, '꿈이 뭐예요?'
적당히 둘러댈 말도 없는데 그렇다고 꿈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한심해 보일 것 같아 더 싫었다. 이처럼 답하기 곤란할 때 나는 보통 상대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지는데 그 친구는 즐거운 표정으로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했다. 반짝이는 그 친구의 눈이 너무 예뻤다.그리고 너무 부러웠다.
내 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학생일 때는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이 꿈이었고 대학에 가서는 멋진 직장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거기까지였다. 내 꿈은 20대에서 멈췄다. 그리고 그마저도 사회가, 학교가, 부모님이 그려준 목표였지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과 삶의 가치가 녹아있는 꿈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내 인생의 꿈은 좋은 대학, 좋은 회사가 전부였다.
나는 회사에 취직하면 그 이후는 인생이 절로 풀린다고 생각했었다. 내 명함이 손에 쥔 꿈이자 보증수표였다. 당연히 부자가 될 것이고 당연히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될 것이고 당연히 행복하게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인생은 끊임없이 새롭게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의 연속이었다. 좋은 직장에 취직만 하면 보장될 것 같았던 조화롭고 안정적인 삶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돌아보니지난 15년간 직장인으로서내 삶은 라운드 하나를 클리어하고 나면 난이도가 높아진 다음 라운드가 기다리고 있는 오락실 게임 같았다. 게임이 강제 종료되지 않는 이상 최종 목적지도 모른 채 언제 올지 모르는 파이널라운드까지 열심히 버티고 살아남아야 하는 그런 삶이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재능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나만의 꿈을 찾고 싶어졌다. 그러나 막상 고민을 해도 딱히 떠오르지는 않았다.
'신은 내게 어떤 재능을 주셨을까?'
1년이 더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꿈을 찾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이러다 남의 꿈을 쫓아다니는 꿈 추노꾼이 될 것 같아 답답하기만 했다면 지금에야 어렴풋이 깨달은 것은 꿈 그 자체도 좋지만 꿈을 찾아 열심히 헤매고 있는 이 여정속에서 인생에 대해 전보다 더 깊고 넓게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부디 내가 늙어가더라도 내 눈빛은 계속 꿈이 가득한 청춘으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앞서 얘기했던 단골 카페 그 친구는 강릉 작은 동네에 작지만 아주 멋진 카페를 오픈했고 매일 여행하는 기분으로 숲길을 산책하듯 느리지만 정성스럽게 삶의 온기를 담아 자신만의 카페를 멋지게 꾸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