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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소방관 Jan 29. 2024

뮤지컬 좋아하는 겁쟁이 헝아

책육아 시작 D + 5

거실엔 수십 권의 책들이 있다. 특정 몇몇 권은 하루에 다섯 번 이상은 꼭 읽는 것 같다. 첫째도 둘째도 질릴 때까지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가 보다. ‘알사탕’. 그중 한 권이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첫째가 알사탕 뮤지컬 플랜카드를 봤나 보다. 그때부터 보러 가자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엄마의 반응은 갸우뚱. 뮤지컬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첫 뮤지컬 경험 이후로 지금은 때가 아니다 싶었다.


작년 겨울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산타 뮤지컬을 첫째랑 둘이서 보러 갔다. 며칠 후면 5살이고 분리수업도 잘 될 만큼 씩씩하니 이젠 문화생활 좀 같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산타 할아버지와 루돌프들 등장까지는 신나게 봤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무섭다고 엄마 무릎에 아기처럼 안겨서는 눈 감고 보다가 결국 (엄청 시끄러웠는데도) 잠이 들었다. 도대체 어느 파트가 무서웠나 싶어 공연 끝나자마자 물어봤다. 주인공 어린이가 개구쟁이 연기를 할 때 이웃 할아버지가 버럭 화내셨던 부분이 너무 무서웠단다.

그래서 당분간은 뮤지컬 극장 근처엔 올 일도 없겠다 싶었는데 얼마 안 돼서 새 뮤지컬을 또 보러 가자니 결정하기 어려웠다. 첫째에게 엄마 의견을 말하면서 더 형아 되면 보러 가자고 했더니 밥 열 번 먹었고 이제 5살 형아라 씩씩하게 볼 수 있다고 했다. (그건 형아가 아니지... 헝아는 되려나)(어느 집 아들인지...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겠다...)


고민은 잠깐 했지만 자꾸 부딪히고 겪어봐야 친숙해질 거란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오랜만에 나들이 겸 엄마, 아빠, 첫째 셋이서 알사탕 뮤지컬을 보러 갔다. 가는 길 차 안에서 첫째는 신이 나 혼자 책 없이 책 대사들을 큰소리로 낭독해 주었다. 이번 뮤지컬은 다를 거라 기대했다.


멋진 무대. 멋진 노래. 멋진 배우들. 시작이 좋았다. 주인공이 알사탕 6개를 하나씩 먹으면서 듣게 되는 소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시 말하면 알사탕 6개만 먹으면 공연은 끝.


그런데


첫 알사탕을 꿀꺽할 무렵, ”엄마, 이제 그만 보고 갈래요 “ 첫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어찌 관심을 다시 돌려서 보면 다음 알사탕 꿀꺽 시점에 ”엄마, 이제 그만 보고 갈래요. “ 그렇게 마지막 알사탕을 꿀꺽할 때까지 또 하고 또 했다.


돌아오는 길에 첫째에게 뮤지컬 어땠는지 물었다.

“사람 안 나오는 뮤지컬로 또 보러 가요!”

읭?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알사탕 뮤지컬 덕분에 오늘은 평소보다 두 배 더 알사탕 책을 읽었다. 이 정도면 벌써 뽕 뽑은 것 같다. 12,000원. 전혀 아깝지 않다.


북모닝부터 반나절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랑 독서한 아가들. 내일부턴 다시 엄마 성우만 있을 텐데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내일을 위한 북모닝 준비를 마치고 일찍 누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나의 1번 책을 한 장도 못 읽었네... 반성은 하되 (내일부턴) 멈추진 말도록!


_I CAN DO IT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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