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 시작 D + 9
최근 나의 삶은 책육아 전과 후로 많이 달라졌다. 가장 멋진 일은 ’나‘의 시간을 금쪽같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전에는 육아를 핑계로 쉬는 시간만 생기면 핸드폰과 하나가 되었다. 하루 중 나의 쉬는 시간은 딱 두 번 있다. 둘째 낮잠(1시간 정도) 잘 때와 밤 8시 육퇴 후 잠들기 전까지. 아주 황금 같은 시간이지만 그땐 폰으로 세상 구경을 하는 것이 나를 위한 '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스스로 세뇌시켰다. 다른 취미라도 가져볼까 했지만 스크린으로 보는 즐거움이 더 컸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뒤돌아 서면 후회라는 감정으로 변했다. 내가 또 시간을 버렸구나.. 내가 또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구나.. 이럴 거면 그 시간에 아이들과 더 놀걸 하며 자책을 했다.
책육아를 시작한 후. 그리고 [책 읽기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없습니다] 책을 동시에 읽기 시작하면서 생각을 뜯어고쳤다. 마치 어두웠던 검은 방에 환한 빛이 들어와 새하얀 방이 된 것 같은 변화가 생겼다. 하루 동안 나의 할 일은 아이들과 틈틈이 책 읽기, 나를 위한 독서, 그리고 책육아 브런치글쓰기. 이 세 가지를 다 하려면 아이들이 잠든 귀한 시간에 핸드폰은 저리 치워야 한다. 첫날엔 인스타 한번 더 보고 싶고 당근앱에서 끌올 한 번씩 더 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하지만 이 욕구도 점차 사그라들었고 이제는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면 그 시간 동안은 폰 대신 책과 형광펜을 들고 있다. 핸드폰은 남들과 비교해서 내가 얼마나 불행하게 살고 있는지 겁을 주는 기계이지만 책은 나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게 용기를 주는
나무다. 그러다 보니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밤 8시 우리 아이들은 밤잠에 든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단어, 육퇴를 했다. 그다음 나는 쓰리 스텝을 차례대로 한다.
1. 거실 정리 및 내일을 위한 북모닝 책 세팅
2. 하루를 되돌아보며 책육아 브런치 글쓰기
3. 나를 위한 책 읽기
마지막 3번까지 가면 나의 정신은 거의 꿈나라 기차를 타기 직전이다. 이때 첫째나 둘째가 악몽을 꾸는 바람에 엄마를 불러서 방에 들어간다면 바로 기절. 어쩔 땐 덕분에 잠들게 된 것 같아 고맙기도 하다.
이러한 멋진 생활을 앞으로 1년, 10년 멈추지 않고 한다면 김바보가 아니라 김똑순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좋다. 예쁘려고 노력하는 엄마가 아닌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오늘 북나잇은 아빠와 함께 했다. 첫째가 [괜찮아
아저씨] 책을 골랐나 보다. 아빠의 리얼한 연기톤으로 깔깔거리며 책을 읽더니 그다음엔 손가락 놀이를 하고 있었다. 10에서 1을 빼면 뭘까? 9요!. 내가 원하는 수학 놀이다.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수학을 즐겁고 자연스럽게 배워나갔으면 좋겠다.
왼쪽은 설명 없이도 알 것 같은 책육아 흔적.
오른쪽은 내일을 위한 북모닝 세팅.
부디 오늘 밤은 깊게 푹 잠들어서 아침 일찍 개운하게 일어나기를...!
_I CAN DO IT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