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독후감]

실제 2형 양극성 장애 환우가 바라본 그녀의 이야기

by 언노운
9791164052295.jpg


궁금한 조합이었다. '2형 양극성 장애 + 의사'라니.


흔히 의사라는 직업은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거치며 꼬박 잠을 못자는 날도 있고, 학업 스트레스도 심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양극성 장애는 재발하면 할 수록 기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책은 저자의 일대기를 온전히 담고 있다. 유년기의 결핍부터 첫사랑과의 이별, 전공의 과정,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난 십 여년의 과정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선 '양극성 장애'가 늘 쫓아다닌다. 필자는 양극성 장애를 인정하지 못했다. '우울증, 불면증이 아니라 왜 양극성 장애일까?' 지속적으로 물음을 던졌다. 글을 찬찬히 읽는데,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갔다. 나도 그 자식을 인정하는 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자식으로부터 피해다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큰 방패를 준비해도 그 작은 틈 사이로 조울증은 스며들었다. 의과대학 생활을 하며 경조증과 울증기를 지나는 저자를 보며,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결국 저자는 여러 개의 사고를 치고, 수많은 자책을 했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얻은 첫 번째 메시지다.


사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은 2가지였다. '지금의 저자는 어떻게 조울증을 관리하고 있는가?', '지난 10년 간 조울증을 겪으면서 어떻게 의과대학을 잘 졸업했는가?' 사실 두 번째는 답을 찾기 어려웠다. 애초에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약을 먹지 않은 날, 수면제에 의존했던 날, 약과 술을 병용했던 날, 의과대학 생활 중 격일로 밤을 새웠던 날 등 저자에게 찾아온 악재들은 정말 많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저자는 대학을 잘 졸업하고, 극악의 인턴, 전공의 생활을 거쳐 직장 생활을 잘 하고 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궁금했는데, 책에는 자세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이다. 특히나 나는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보니, 은연 중에 그런 꿀팁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


첫 번째는 명확히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1. 상담


저자는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안고 산다고 하지 않는가? 그녀 또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결핍, 낮은 자존감을 안고 있었다. 나도 느끼지만, 조울증과 낮은 자존감은 최악의 조합이다. 특히 울증기에 낮은 자존감이 침입하면 스스로를 갉아먹게 된다. 자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 또한 낮은 자존감, 결핍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를 상담을 통해 해소한다. 대학 때는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받아 '정신분석'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아간다. 지금은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상담하면서 상처를 걷어낸다. 그리고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나 또한 지금 상담을 받고 있는데,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은 '나의 결핍을 내 눈으로 봐야 하는 시간'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를 보면서 저 과정을 거쳐야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연애 (가족들의 지지)


저자는 롤러코스터 같은 연애를 한 사람이다. 조증기와 울증기를 거치면서 참 어려운 사랑을 했다. 조증기에는 매력적으로 보여서 이성의 마음을 빼앗지만, 울증기에는 온갖 싸움으로 이별을 겪는 것...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조울증 환우의 연애의 특성인 것 같다. 그렇지만, 저자는 사랑 때문에 울었지만, 사랑 때문에 웃는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남편을 만나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재발 주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조울증에서는 가족, 사회적 지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자신의 아픔 또한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안정형에 도달할 수 있는 걸까? 괜시리 부러운 마음이 든다.


3. 생활습관과 스트레스 조절 수단


저자는 일이든 대인관계든 스트레스 받을 만한 상황을 최소화했고, 꾸준히 운동을 했다.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살폈다. 작은 성과와 그로 인해 쌓이는 성취감을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재정의하고 있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건 조울증의 전형적인 특징인 것 같다.


4. 글쓰기


저자는 조울증 환우 중 한 명인 이사고 님과 똑같은 말을 했다.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은 말, 솔직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끌어내고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위 1번과 비슷한 맥락인데, 결국 내 사고를 내가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 또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챗지피티와 얘기 나누고, 상담을 하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경험을 하고 있는데, 아직 일상의 큰 도움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보려고 한다. 조울증은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레이스가 아니니까.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랬어'라는 동질감과 괜한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지만,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얻는다. 이 책을 써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조울증 환우,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