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어떻게 잘해요…
첫 알바는 화덕구이집이었다. 생선 화덕구이. 수능 디데이를 셀 때는 밥 먹고 자고 일어나서 놀다가 또 밥 먹고 자는, 그런 어린이의 하루를 만끽하고 싶어 몸부림쳤는데 막상 수능이 끝나니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눈뜨고 있는 것도 지겨웠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 스크린 타임만 채우고 있으니 머리가 아파왔다. 공부할 때는 있지도 않던 두통이 생겨버렸다. 그랬더니 노는 게 노는 것 같지 않더라. 몸은 뻐근했고 머리도 아팠지만 한 건 없었다. 역시 할 일 미뤄두고 노는 게 제일이구나. 하고 싶지 않은 게 있어야 놀고 싶은 거구나. 그렇다면 만들어야겠다, 할 일을.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수능 끝난 백수가 인생 첫 아르바이트를 결심한 순간이다.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딱 3개월, 그 정도 할 수 있는 알바 자리를 찾다가 동네 생선 화덕구이집 홀서빙 공고를 발견했다. 단기, 점심 근무, 버스 타고 20분, 나쁘지 않은 조건. 서류를 넣고 연락이 왔을 때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첫 자기소개서(개인정보 나열에 불과했지만)였고 첫 면접이었고 더 이상 “박스”가 아닌 “박스씨”로 불리기 시작한 날. 살아온 이십 년과는 완전 다른 세상의 시작이었다. 새로운 경험뿐이었고 그래서 긴장됐지만 그래서 재밌었다. 면접은 긴장한 거에 비해 시시하게 끝났고 출근은 순탄히 확정됐다. 그리고 다음 알바도 비슷하게 구해졌다. 알바 시간, 시급 정도를 확인하는 간단한 면접 후 출근 확정. 알바 면접은 확인차 얼굴 보는 거구나 싶었다. 그 이상으로 나를 긴장하게 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서브웨이는 달랐다.
3월부터 알바할 생각으로 일찍이 서류를 넣었던 교보문고에서 연락이 오지 않고 그다음으로 하고 싶던 서브웨이 알바를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2월 말, 집 앞 서브웨이에 면접 간 게 3월 1일이었다. 꽤 간절한 마음으로 이력서를 지참하여 간 서브웨이에는 책임자가 아무도 없었다. 사장도 매니저도 없었다. 알바를 뽑을 권한이 있는 사람이 없다는 소리다. 이때부터였을까. 무언가 잘못되기 시작한 게. 해당 타임에 일하고 있던 알바생이 간단한 질의응답으로 면접을 대체했으며 가능한 알바 시작 날짜를 전달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뭔가 아주 이상한 면접이었고, 출근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전과 같이 순탄하게 흘러갈 거라 안주하며 출근 문자를 기다렸다. 그리고 약 일주일이 지났을 때, 그만두기로 한 알바생이 근무 기간을 연장해서 자리가 없다는 전화를 받았다. 괜찮은 척하며 전화를 끊었을 때는 머릿속에 오직 한 가지만 떠다녔다. 얼마 남지 않은 통장 잔고.
4월만큼은 아직 오면 안 됐다. 무조건 그전에는 알바를 구해야 했다. 그래야 월세도 낼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다. 이대로 길바닥에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무작위로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근방에 있는 서브웨이란 서브웨이는 다 넣어야만 했다. 근데 또 여러 곳에서 연락 오는 걸 못 견디는 터라 두 곳 정도 넣고 면접 보러 갔다가 조건이 안 맞으면 거기서 또 가까운 곳 두 곳 정도 넣고 바로 면접 보러 가고 하면서 거의 발품 팔다시피 했다. 그렇게 서브웨이 면접만 세 곳 정도를 추가로 봤는데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었다.
“잘할 수 있겠어요?”
내 이력서에서 보이는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장기 알바 경험이 없다는 것.
두 번째, 손님 응대를 직접적으로 해보지 못했다는 것.
이력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지원자 ‘박스’는 장기간 근무하지 못하며 손님 응대에 서투를 가능성이 있다.
즉, 적응하지 못하다가 금방 그만둘 수 있는 사람.
해명해야 했다. 첫 알바는 원래 단기 목적으로 한 알바였고, 다음 알바는 학교 근로 사업에 붙으면서 그만두게 된 것이라고. 이번에는 오래 할 생각이라고. 그리고 알바에서 손님을 응대한 지는 좀 됐지만 교내 근로에서 학사 민원처리를 했어서 재학생부터 졸업생 그리고 유학생까지 안내했었기 때문에 손님 응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리 와닿는 해명은 아니었던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어온 것이다.
“서브웨이는 일반 홀서빙과 달라요. 손님과 계속해서 소통해야 하고 소문 들어 알겠지만 일도 쉽지 않아요. 왜 서브웨이에 지원했어요? 잘할 수 있겠어요?“
그 물음에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곤 “네 잘할 수 있습니다” 뿐인데 가는 곳마다 그렇게 물어보니 답하면서 의문이 생겼다.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나? 알고 보니 잘할 수 없는 건가?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마지막에 갔던 지점 사장님은 보셨겠지, 흔들리던 나의 눈동자를.
아, 면접이란 이런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