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있지만 않다면
3월에는 알바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3월 중순이 됐을 때
금방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면접만 보러 다닐 때
그럴 때 받을 수 있는 가장 설레는 연락이 있다면
“혹시 알바 구하셨을까요”
휴대폰 화면에 뜨는 부재중 전화 한 통
번호는 공일공으로 시작해서 처음 보는 배열
그러면 나는 문자를 보낸다. 당신이 누군지 알고 싶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게 닿은 당신을.
그러자 응답이 다시 닿았고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아 예의를 갖췄다.
연락은 가장 처음 면접을 보러 갔던 지점의 매니저에게서 온 것이었다.
면접 후 일주일 정도 후에 자리가 없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던 사람이
그로부터 또 일주일 정도 후에 자리가 있음을 전했다.
그렇게 책임자 얼굴은 보지도 못한 서브웨이에 교육을 받으러 가게 됐다.
알바 인생에서 듣지 못한 말이 있다면 “상냥하다”라는 것이었고
수도 없이 들은 말이 있다면 “일을 잘한다”라는 것이었다.
서브웨이는 교육 후 출근을 확정한다고 했고 더 이상의 면접은 보러 다니고 싶지 않았으니
교육 첫날, 수도 없이 들은 그 말을 매니저가 반드시 떠올릴 수 있게 해야 했다.
서브웨이에서 준비된 알바생으로 각인되려면 방법은 쉽다.
메뉴 완벽 숙지하기.
매니저가 기습적으로 메뉴에 들어가는 재료를 물었을 때,
예를 들면, “박스씨 BMT에는 뭐가 들어가죠?”라는 질문이 날아왔을 때
살라미 3장 페페로니 3장 햄 2장, 이 바로 나올 수 있어야 매니저 얼굴에 피어나는 흡족스러움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직접 교육한 실습생들 중에 메뉴가 바로 나올 수 있게 외워오는 사람은 매우 적었고 그렇게 되면 샌드위치를 쌀 수 없기 때문에 0.5인분도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나, 이 김박스는 어떤 메뉴도 척척 재료를 다 맞추고 일도 빠릿빠릿하게 하며 다음 교육, 그리고 오전 티오 자리를 최종적으로 획득했다.
기회는 내게 오고
나는 기회에게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