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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JI Aug 18. 2023

다시 2개월이 지나고

2023. 1. 30. 연애와 다르다는 결혼생활

자취 경험이 거의 없이 엄마와 늘 같이 살았던 내가 이제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그동안 익숙하고 편했던 내 삶을 뒤엎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주위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무던하고 상대방에게 잘 맞춰주는 편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는데 이제는 배우자 앞에선 상대적으로 내가 예민한 사람이 되었고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단순하고 무던한 배우자와 복잡하고 예민한 내가 만난 2개월 차에는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하나씩 부딪히는 부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활 방식도, 사고방식도 다르고 별일도, 별일 아닌 일에도 삐거덕거렸다. (실제로 최근에는 내가 한 말에 웃는 행위로 크게 싸우기까지 했다. 정말이다.)


갈등이 생기고 기분이 나빠져서 한동안 대화를 하지 않는 날에는 어디 갈 곳도 딱히 할 것도 없는 곳에서 내가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지, 오히려 싸울 일이 별로 없었던 연애할 때가 낫고 차라리 혼자 살면 싸울 일도 기분 나쁠 일도 없을 텐데 하며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지금은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혼자서 계속 수많은 생각을 하고 또 둘이서 대화를 하면서 들었던 하나의 깨달음은 갈등의 원인이 배우자가 아니었고 나와 내가 부딪힌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모든 것에 완벽하고 싶어서 계획대로 안되거나 만족스럽지 않는 상황이 오면 짜증을 냈는데 돌아보면 서로의 다름을 맞춰가야 하는 불편함이 싫어서 오히려 날을 세워 판단하고 틀렸다고 표현했다. 아래 영상에서 알려준 동화의 한 구절인 '평화란 네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의 급변화된 상황에 불평만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지 않았다.  


비록 빈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미혼자에게 '혼자 사는 것이 훨씬 편해.'라고는 말 못하지만 그 말로 끝맺지 않고 '그럼에도'라는 말을 덧붙일 수 있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만들어야겠다.


나에게 낯선 세계는 불편함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낯섦을 내 삶에 통합하게 될 때 내 삶의 지평이 넓혀지는 것처럼 나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을 연습해야만 내 삶은 어떤 경우에도 적응 가능한 삶이 될 것이다.


https://youtu.be/JaEpcF2i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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