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JI Aug 18. 2023

다시 3개월이 지나고

2023. 2. 28. 나도 집안일은 처음이라서

석 달째가 되어서야 나의 상황이 적응되었고 매일의 일상생활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퇴사하자마자 한 달 반 만에 곧장 왔던 터라 결혼에 대해 준비가 없었던 탓인지 신혼생활은 달콤하지만 녹지 않는 초콜릿일 수는 없었다. 그래도 기혼자가 된 나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운 마음을 툭툭 털어낼 수 있었던 건 평소처럼 청소하던 어느 날이었다.


나의 배우자는 근무 시간이 사실 한국과 다를 것 없이 길고 나는 지금은 일을 하지 않아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다. 그래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보니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 오기 전까지만 해도 직장을 다니며 돈 벌던 내가 지금은 끝이 없는 집안일만 하는 상황이 아직도 낯설었다. 하루는 화장실 청소를 하던 중에 '이런 일이 하우스키핑? 뭐 그런 건가..?' 생각하다가 곧바로 호텔 객실이 생각났다. '아 그래, 깔끔한 객실을 보면 기분이 좋았던 것처럼 배우자를 나의 VIP 고객이라고 생각하자. 아침에 출근하고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소중한 고객에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하자.' 그러자 수고 많았을 배우자에게 환대하자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집안일하면서 스윽 올라오는 혼돈을 가라앉힐 방법을, 나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또는 배우자를 위하는 나만의 방법을 하나 만들었다. 억지스러움보다 기꺼이 함이 나의 기분도 좋아지고 결혼이라는 의미도 좋아질 것 같다. 이따금 찾아오는 복잡한 생각이 불행으로 느끼지 않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더 찾아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