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분석 대상: 유튜브 영상(제공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AUMur7Cjk-8
2018년, 스페이스X의 그윈 샷웰은 “정기적으로 화성에 비행할 수 있을 때까지는 상장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영상 속 화자는 “정신 차려 보니 벌써 2026년”이라며, 스페이스X IPO가 6~9개월 남았다는 분위기를 전합니다. 그리고 시장이 거론하는 기업가치 숫자는 1.5조 달러. 상장만으로도 역사책 한 페이지를 예약한 규모입니다.
이 칼럼에서 붙잡고 싶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우리는 스페이스X를 사는 게 아니라, ‘스페이스X의 자본배분’을 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본배분의 종착지가 화성이라면, 이 IPO는 우리가 익숙한 성공 서사와 결이 다를 수 있습니다.
1) 상장이라는 사건은 ‘꿈’이 아니라 ‘현금흐름’에서 시작된다
영상이 상장 논리를 세우는 핵심 근거는 스타링크입니다. 가입자 약 925만 명, 월 80~120달러라는 단순 산술만으로도 연 88.8~133.2억 달러 매출이 가능한 구조라는 이야기죠.
실제로 최근 보도에서도 스타링크 고객 수가 900만 명대까지 커졌다는 흐름이 확인됩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가 2025년 스페이스X 매출을 약 155억 달러로 언급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즉, “상장하지 않겠다”던 회사가 “상장할 수 있다”로 바뀐 건, 결국 우주가 아니라 회계의 언어로 설명됩니다. 반복 매출과 현금흐름이 생기면, 자본시장은 이야기를 ‘상품화’할 준비를 끝냅니다.
2) 1.5조 달러는 ‘성장’이 아니라 ‘시간’에 가격표를 붙인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영상은 가정치를 놓고 PS 약 93.75배, PE 약 1500배라는 프리미엄을 계산합니다.
이 숫자는 “스페이스X가 대단하다/대단하지 않다”를 말하기보다, 시장이 무엇을 선반영하는지를 보여줍니다. (1) 스타링크의 장기 독점적 현금흐름, (2) 발사체 비용 곡선의 구조적 우위, (3) 화성 프로젝트라는 옵션 가치—이 세 가지에 ‘시간’을 통째로 담아버린 밸류에이션입니다.
실제로 “2026년 중후반 상장, 기업가치 1.5조 달러 목표” 같은 관측은 이미 주요 외신 보도로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투자자에게 불편한 진실이 하나 생깁니다.
고평가의 본질은 ‘기대’가 아니라 ‘인내’다.
시장은 기대에는 관대하지만, 인내에는 종종 인색하다.
3) 스페이스X의 미래는 “현금창출”이 아니라 “현금소각”과 동거한다
영상이 던지는 가장 날카로운 문장은 이 부분입니다.
스타링크가 돈을 벌어도, 그 돈을 “순이익으로 즐기는” 기업이 아니라 화성에 올인하는 시점이 오고, 그게 2026년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즉, IPO 이후의 스페이스X는 전통적 의미의 ‘캐시카우 기업’이라기보다, 캐시카우를 등에 업은 초대형 장기 R&D 프로젝트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공모시장 투자자가 마주하는 리스크는 단순합니다.
실적이 좋아져도, 잉여현금흐름(FCF)이 생각보다 남지 않을 수 있다.
“성공할 때마다 밸류가 오른다”는 서사는, 반대로 말하면 실패/지연이 곧 밸류 디레이팅이 된다는 뜻이다.
공모 이후에는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생기고, 그만큼 서사의 변동성도 커진다.
결국 스페이스X 투자에서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어떤 형태로, 돈을 태울 것인가’입니다. 화성은 배당을 하지 않으니까요.
4) 화성으로 가는 돈의 길목에 ‘테슬라’가 서 있다는 관점
영상의 결론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스페이스X가 화성으로 보낼 로켓을 채우는 물자 중 상당 부분이—옵티머스, 태양광 패널, 배터리(메가팩)—테슬라의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이 주장은 “그럴듯한 스토리”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연결고리가 필요합니다. 흥미롭게도 테슬라의 과거 10-K에는 스페이스X와의 거래(예: 항공기 사용 관련 비용 정산)가 기재된 바가 있습니다.
관계가 ‘완전히 남’은 아니라는 정도의 현실감을 부여하죠.
다만 투자 인사이트는 여기서 한 단계 더 가야 합니다.
테슬라가 화성 인프라의 공급자가 된다면, 그것은 단기 실적 레버리지라기보다 에너지 사업(발전·저장)과 로보틱스의 ‘서사 안정성’**을 강화하는 이벤트일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 IPO → 화성 투자 확대”는, 테슬라 입장에선 현금이 풍부한 초대형 고객이 생기는 구조가 됩니다.
정리하면, 이 영상은 스페이스X IPO를 ‘직접 투자 기회’로만 보지 않고, 자본의 흐름이 어디로 새어 들어갈지를 묻습니다. 우주 산업을 볼 때 가장 강력한 관점은 늘 이것이었습니다.
로켓을 만든 회사보다, 로켓이 반복 구매하게 만드는 생태계에서 돈이 오래 남는다.
5) IPO를 ‘숫자’가 아니라 ‘구조’로 읽는 체크리스트
만약 스페이스X IPO가 현실화되는 구간으로 들어간다면, 개인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건 의외로 간단합니다.
상장 주체가 무엇인가: 스페이스X 전체인가, 스타링크 분리 상장(또는 부분 상장)인가
머스크는 과거 “현금흐름이 더 예측 가능해지면 스타링크를 상장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자금 사용처: 성장 투자(스타링크 확장/스타십)와 수익화(주주환원) 사이의 우선순위
최근 IPO 관측 보도들은 조달 자금이 스타링크·스타십 등에 쓰일 수 있음을 언급합니다.
공시를 통해 처음 드러날 숫자들:
스타링크의 마진 구조(단말기 보조, 지상국/발사 비용 포함)
발사 서비스의 가격·원가 곡선
무엇보다 FCF가 남는 구조인지
IPO는 ‘종목 추가’가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이 급격히 해소되는 사건입니다. 기대가 아니라 구조가 드러나는 순간, 프리미엄은 재평가를 받습니다.
스페이스X는 분명 시대의 기업입니다. 다만 자본시장에서의 스페이스X는, “인류의 미래”와 “주주의 미래”를 같은 문장에 두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상이 재미있는 겁니다. 스페이스X를 찬양하면서도, 동시에 묻습니다.
“화성으로 가는 돈을, 누가 가장 현실적으로 받게 될까.”그 질문의 끝에 ‘테슬라’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든 아니든,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우주 산업의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로켓이 아니라, 돈의 궤도(orbi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