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0의 코스피가 던진 질문: “가격이 아니라 이익

by 쩨다이

4,300의 코스피가 던진 질문: “가격이 아니라 이익을 보라”


Editor's Note

이 글은 유튜브 ‘최경영TV’ 멤버십 방송(대담: 윤지호 대표) 〈2026년을 여는 윤쎈의 조언! 15배 종목과 중소형주의 유혹 속에서 진짜 기회를 잡는 법〉을 바탕으로, 제공된 영상을 재구성·분석해 작성했습니다.

원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XQyUcVkxy3g&t=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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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첫 거래일, 코스피가 4,300을 넘기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신고가를 경신했다는 장면은 강렬합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지점은 “왜 올랐는가”에 대한 설명이, 늘 시장을 지배하던 거창한 서사(네러티브)가 아니라 ‘이익(earnings)’으로 단정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담은 계속해서 같은 결론을 밀어붙입니다.


“주가는 마지막 그림자 끝이고, 앞에는 이익이 있다.”


이 문장을 투자자의 언어로 바꾸면 이렇게 됩니다.

‘가격이 움직인 결과’를 따라가기 전에, ‘이익이 움직이는 방향’을 먼저 보라.


1) 상승의 엔진은 ‘상승률’이 아니라 ‘상향 조정 속도’


대담에서 반복되는 핵심은 하나입니다.

EPS(주당순이익) 자체보다, EPS가 ‘얼마나 빠르게’ 상향 조정되느냐가 국면을 바꾼다는 것.


이를 ‘미분적 사고’라고 표현하더군요. 말이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투자에서는 의외로 실용적인 개념입니다. 시장은 현재 이익보다 ‘다음 분기·다음 해의 이익이 바뀌는 속도’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봄, 대형 반도체의 주가가 미적거릴 때 많은 투자자가 “싸 보이는데?”라는 감각에 기대 매수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엔 이익 전망이 낮았고, 그래서 ‘싸 보이는 가격’은 오랫동안 싸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대로 어느 순간부터 이익 추정치의 상향 속도가 가팔라지자, 시장은 같은 기업을 완전히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교훈은 단순합니다.


싸 보이는 가격은 ‘이유’가 없으면 오래 싸다.

비싸 보이는 가격도 이익이 더 빨리 올라오면 오히려 싸다.

2) “PER이 낮다”는 말의 함정, 그리고 진짜 의미


대담에서는 선행 PER을 거칠게 계산하며 “생각보다 싸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숫자 그 자체보다 ‘프레임’입니다.


많은 투자자가 PER을 ‘가격이 싸냐 비싸냐’의 잣대로만 사용합니다. 하지만 멀티플은 대개 이익의 방향성에 종속됩니다. 이익 추정이 계속 상향되면, 같은 가격도 어느새 ‘낮은 PER’로 보입니다. 반대로 이익 추정이 꺾이면, 주가가 떨어져도 ‘싸다’는 말이 공허해집니다.


그래서 “올랐는데도 싸 보이는 느낌”이 생깁니다. 다만 이 논리가 성립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이익을 끌어올리는 종목이 소수일수록, 지수는 강해 보이되 체감은 나빠집니다. “지수는 오르는데 내 계좌는 왜 이렇지”가 발생하는 이유죠. 이 구간에서 투자자는 자주 실수합니다.


수익 난 종목을 팔아,

덜 오른 종목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것.


연초에 특히 많이 나오는 패턴입니다. 그리고 실적 장세에서는, 그 유혹이 더 위험해집니다.



3) “승자를 팔아 패자를 산다”는 유혹: 가장 흔한 연초의 실수


대담이 던지는 경고는 분명합니다.

시장의 동력이 네러티브가 아니라 ‘실적’일 때, 승자를 팔고 패자를 사는 전략은 대개 손익을 흐립니다.


배경은 상식에 가깝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곳에 돈이 붙는다.

장사가 안 되는 곳에 ‘기대’가 붙는다.


실적 장세에서 “기대”는 종종 비쌉니다. 미래를 당겨쓴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실적”은 오히려 덜 비쌀 수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투자자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수익을 확정하고 싶은 마음이 손실 회피보다 강하다는 사실—“주머니에 돈을 빨리 넣고 싶다”는 본능—은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가 가진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 본능을 가장 비싼 시점에 자극합니다.

빨리 내리면, 대개 더 높은 가격에서 다시 올라타게 됩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입니다.

지금 내 판단의 근거는 ‘가격’인가, ‘이익의 방향’인가.


4) 공급이 아니라 ‘확보 경쟁’이 만든 수요: 사이클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담에서 제시한 반도체 강세의 메커니즘은 ‘실수요 + 확보 경쟁’입니다.

잘 나가는 플랫폼 기업(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국면에서, 고객사는 “필요한 100을 위해 200~300을 계약해두는” 식의 확보 경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는 흔히 사이클 초기의 전형적인 풍경입니다.


여기서 투자자는 ‘경보등’을 하나 기억해야 합니다.

확보 경쟁이 재고 축적으로 변질되는 순간, 호황은 불행으로 바뀝니다.


초기: 못 구해서 더 사둔다 → 가격 상승/이익 상향 → 주가 강세

후기: 너무 사둬서 남는다 → 주문 취소/가격 하락 → 이익 하향 → 주가 약세


‘지금은 초기’라는 진단이 맞든 틀리든,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동일합니다.

후기를 맞추려 하기보다, 후기로 넘어가는 징후를 미리 정해두는 것.

공포는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다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5) 선진국형 자금이 들어오면 ‘순환매’는 약해진다


대담이 흥미롭게 짚은 부분 중 하나는 외국인 수급의 성격 변화 가능성입니다. “선진국형 자금”이 들어올수록 시장은 온기가 골고루 퍼지기보다, 대표 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선진국형 자금은 “그 나라를 산다”기보다

그 나라의 ‘대표 산업의 대표 기업’을 산다.


이 관점이 개인 투자자에게 잔인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내 종목도 곧 오르겠지’라는 기대가, 구조적으로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전략은 더 명료해집니다.


지수가 아니라

‘자금이 사랑하는 기업’이 어디인지부터 확인하라.



투자자가 오늘 당장 가져갈 3가지 원칙


1) “많이 올랐으니 팔자”가 아니라, “이익 추정이 꺾였는지”를 보라

가격은 소음이고, 추정치(컨센서스) 변화가 신호입니다.


2) 갈아타기 전에, ‘지금 시장의 동력’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라

지금이 네러티브 장세인지, 실적 장세인지에 따라 승부법이 달라집니다.


3) 후기는 반드시 온다. 다만 ‘지금’인지 ‘나중’인지가 문제다

후기를 예언하려 하지 말고, 후기를 알려주는 지표를 정해두세요.

- 고객사의 재고 관련 지표(산업 전반)

- 메모리(DDR, NAND) 가격 추이

- HBM 관련 장기계약 뉴스와 마진 변화

- 컨센서스 상향 ‘속도’의 둔화


맺음말: “댄스 타임”은 즐기되, 출구는 데이터로 찾는다


지금은 무대 위에서 춤출 시간일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에서 춤은 감정으로 추지 않습니다. 리듬(이익)과 박자(상향 속도)로 춥니다.


그리고 출구는 ‘겁이 날 때’가 아니라, 데이터가 바뀔 때 정해집니다.

올랐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올라야 할 이유’가 아직 살아 있는가입니다.


주가는 빠르게 변하지만,

이익이 변하는 구조는 더 느리게 변합니다.

그래서 투자자는 오늘의 캔들이 아니라, 내일의 추정치를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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