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 글은 유튜브 영상 〈유동성 공급에도 모든 자산이 상승하지는 않습니다 (성상현) | 인포맥스라이브 260102〉를 기반으로, 제공된 스크립트 중 ‘성상현 부장’ 발언 흐름만을 재구성한 투자 인사이트 칼럼입니다. (YouTube)
유동성의 시대, 모두가 오르지 않는다
— “인플레이션은 평균”이라는 한 문장이 투자 지도를 바꾼다
“인플레이션은 모든 상품의 평균치”라는 말은,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잔인하게 정확합니다.
모든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세계를 상상하는 순간, 우리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칩니다.
무엇이 오르고, 무엇이 떨어질 것인가.
그리고 더 현실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누가 먼저 무너지고, 누가 끝까지 버틸 것인가.
1) 인플레이션은 ‘상승’이 아니라 ‘분배’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물가가 오르는 사건이 아닙니다. 분배 구조가 바뀌는 사건입니다. 그래서 무섭습니다.
어떤 상품은 생산성이 좋아져 값이 내려가고(기술·전자제품처럼), 어떤 것은 희소성 때문에 오릅니다.
여기서 투자자의 시선은 ‘전망’이 아니라 ‘구조’로 이동합니다.
생산성이 가격을 누르는 영역: 가격 경쟁이 본질
희소성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영역: 대체 불가능성이 본질
그러니 “물가가 오르니 다 오르겠지”는 대개 틀립니다. 인플레이션은 평균이고, 평균은 늘 승자와 패자를 동시에 만듭니다.
2) 금리를 올리면, “누구부터 죽는가”가 먼저다
“인플레이션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누구부터 죽는 줄 아세요?”라는 질문은 도발이 아니라 체크리스트입니다.
금리 인상은 ‘시장 전체’에 공평하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먼저 흔들리는 것은 대개 현금흐름이 약한 쪽, 차입 의존도가 높은 쪽, 가격 전가력이 없는 쪽입니다. 같은 금리라도 어떤 기업·가계·산업에는 ‘불편’이지만, 어떤 곳에는 ‘생존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국면에서의 질문은 “다음 핫한 종목은?”이 아니라,
“이 금리/이 비용 구조를 견딜 수 있는 비즈니스인가?”로 바뀌어야 합니다.
3) “금리는 높은데 주식은 오른다”는 모순이 아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배운 교과서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자산 가격이 눌립니다. 그런데 현실은 자주 반대로 움직입니다. 영상에는 이렇게 요약된 문장이 나옵니다.
“금리는 높은데 주식은 오른다.”
“버블 같은 건 터지지 않는다. 위험이 ‘장기 잠식 리스크’로 이전되었다.”
핵심은 이겁니다.
시스템이 단기 충격을 막기 위해 작동하면, ‘한 번에 터지는 위기’는 덜 보이게 됩니다. 대신 위험은 다른 형태로 바뀝니다.
폭발(크래시) → 잠식(시간이 갉아먹는 형태)
가격이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 대신,
실질 구매력이 서서히 깎이고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생활비·원가·이자비용이 천천히 압박합니다
시장 참가자 입장에서는 “안 터지네”가 아니라, “계속 버텨야 하네”가 됩니다.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이 종종 ‘하락’이 아니라 ‘긴 횡보와 체력전’인 이유입니다.
4) 생산성의 전장: 로봇과 자동화가 만드는 ‘새로운 디플레이션’
그렇다면 이 잠식을 멈추는 힘은 어디서 나오느냐.
스크립트가 반복해서 붙잡는 키워드는 생산성입니다. 특히 공장과 노동의 세계에서 생산성은 “계단식으로” 나타나고, 자동화가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인상적인 대목은 숫자입니다.
미국 창고 노동 시급과 로봇 활용 비용을 비교하며, 로봇 비용이 내려가는 추세가 자동화 채택을 가속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투자 인사이트는 단순합니다.
인플레이션이 “평균”이라면,
생산성은 그 평균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힘이고,
그 생산성을 가장 빠르게 확보하는 쪽이 미래의 가격 결정권을 쥡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기업의 선택이기 전에 국가의 선택이 됩니다. 멈추면 생태계를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5) 그래서, 투자자는 무엇을 봐야 하나
이 스크립트가 던지는 메시지를 ‘투자 행동’으로 번역하면, 저는 아래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1) 이 자산은 ‘희소성’인가, ‘생산성’인가
희소성은 가격을 밀어 올리고, 생산성은 가격을 눌러 내립니다.
내가 투자하는 것이 어느 쪽 성격인지부터 분류해야 합니다.
(2) 이 비즈니스는 금리와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가
가격 결정권이 없는 곳은 인플레이션에서 가장 먼저 체력이 닳습니다.
“성장”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전가력”입니다.
(3) 리스크는 ‘터질 것인가’가 아니라 ‘잠식될 것인가’다
단기 붕괴만 기다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위험—시간이 갉아먹는 위험—을 놓칩니다.
맺음말: ‘시스템을 이해하면 지도가 보인다’
영상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시스템을 이해하면 지도가 보인다.”
저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시장을 맞히는 능력은 운이 섞이지만,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은 훈련된다는 것.
인플레이션은 평균이고, 평균은 불평등한 결과를 낳습니다.
유동성은 공급되지만, 모두가 같이 오르지는 않습니다.
위기는 당장 터지지 않을 수 있지만, 대신 우리의 시간을 조금씩 깎아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다음 상승장을 기다리기 전에, 오늘의 시장을 이렇게 질문해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지금, 평균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구조를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