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분석 대상 영상: 「포트폴리오의 절반 가까이를 비트코인 관련 투자에 할 수 있는 이유」(듀딜 | Due Diligence, YouTube)
영상 링크(원문):
https://www.youtube.com/watch?v=YnuEovt2u04
제 포트폴리오에서 비트코인 관련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저는 비트코인 현물만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트래티지(Strategy, 구 MicroStrategy)나 메타플래닛 같은 ‘비트코인 프록시(대리 노출) 주식’도 함께 가져갑니다.
이런 종목들은 체감상 비트코인보다 더 난폭합니다. 몇 달 만에 평가액이 반 토막 나는 일도, 솔직히 “가끔”이 아니라 “자주”라고 표현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래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도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게 큰 비중이면, 무섭지 않나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무서움’의 정체부터 분해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대개 하락 그 자체가 아니라, 하락이 왔을 때 내가 가진 자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같은 -30%라도, 설명 가능한 -30%는 견딜 수 있고, 설명 불가능한 -30%는 사람을 무너뜨립니다.
영상은 이 지점을 아주 정면으로 찌릅니다.
비트코인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비트코인이 변동성이 커서가 아니라, 비트코인을 “4년 사이클로 한탕하는 아무 가치 없는 코인”으로 정의해 버렸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머릿속엔 한 문장만 남습니다.
“언제든 80% 빠질 수 있다.”
이 문장으로 투자하면, 비트코인은 ‘자산’이 아니라 ‘공포의 트리거’가 됩니다.
반대로, 비트코인을 전혀 다른 이유로 들고 있다면—같은 변동성이 다른 감정으로 번역됩니다.
영상의 핵심 논지는 단순합니다.
많은 사람은 비트코인을 “사이클 트레이딩의 재료”로 본다.
그러나 화자는 비트코인을 “미국의 구조적 머니 프린팅(화폐가치 희석)에 대한 장기 베팅”으로 본다.
그리고 그 베팅을 가장 날것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비트코인이라는 것이다.
저는 이 구분이 ‘장기 투자자의 체력’을 갈라놓는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이클을 사면, 가격은 늘 “언제 팔아야 하는가”라는 압박을 줍니다.
인센티브를 사면, 가격은 오히려 “내 가설이 유지되는가”를 점검하는 지표가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센티브는 개인의 욕망이 아니라, 정치·제도의 보상 구조입니다. 현대 민주정치에서 선거는 대개 “장기적 건전성”보다 “단기적 체감”에 반응합니다. 그 결과, 정치인에게 유리한 행동은 놀랍도록 반복됩니다.
당장의 부담을 줄이는 말
당장의 성과를 보여주는 정책
당장의 만족을 만드는 현금성 약속
영상이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대목이 있지만, 저는 그 디테일을 그대로 믿기보다, 구조 자체를 봅니다.
그리고 이 구조를 가장 잔인하게 드러내는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미국의 총부채는 2025년 말 기준으로 38조 달러대까지 불어났다는 집계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빚이 커지면, 그 다음은 언제나 같습니다. 이자비용이 나라의 숨통을 조입니다.
비영리 재정감시단체 CRFB는 “1조 달러 규모의 연간 이자비용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는 취지의 분석을 내놓았고, 언론들도 같은 흐름을 반복해서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도덕적 판단이 아닙니다.
“정치가 나쁘다”가 아니라, “정치가 어쩔 수 없다”에 가깝습니다.
선거는 지금을 보상하고, 빚은 미래를 청구합니다.
정치인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오늘의 만족을 늘리려 할수록, 재정은 미래의 청구서를 더 두껍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청구서를 당장 현금으로 결제할 수 없으면, 결국 시스템은 ‘가장 쉬운 결제 수단’을 찾습니다.
그게 유동성입니다.
영상은 “관세로 재원을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실제로 2025 회계연도 미국의 관세(순 customs duties) 수입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증했다는 자료와 분석이 있습니다. CRFB는 2025 회계연도 관세 수입이 1,950억 달러 수준이라고 정리했고, 로이터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수입 과장 논란을 다루면서 재무부 데이터 기준 1,950억 달러라는 숫자를 언급합니다.
1,950억 달러는 분명 큰 돈입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연간 이자비용(1조 달러 내외)과 나란히 세우는 순간, 우리가 보는 건 “관세의 성공”이 아니라 “부채의 스케일”입니다.
이때부터 논리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움직입니다.
정책이 확대될수록(지출 증가)
부채가 커질수록(이자 증가)
정치는 더 많은 ‘즉시성’을 요구할수록(선거 인센티브)
시스템은 유동성을 더 자주, 더 크게 호출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비트코인 장기론자들이 말하는 핵심 문장—“공급이 제한된 자산을 가져야 한다”—는 여기서 나옵니다.
비트코인은 설계상 총발행 한도가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한 줄이, ‘정치의 인센티브’와 맞물릴 때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 대상에서 벗어나 통화 체제에 대한 포지션이 됩니다.
영상은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상승이 유동성 증가, 위험자산 선호, 경기 회복 국면과 함께 나타나는 경향을 강조합니다. 그 연결 고리로 대표 지표 하나를 꺼내죠. ISM 제조업 PMI입니다.
실제로 2025년 12월 ISM 제조업 PMI는 47.9로 발표됐고(50 미만은 위축), 이는 제조업이 여전히 수축 국면임을 의미합니다.
즉, “경제가 위험자산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아직 확실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물론 시장은 항상 선행합니다. 지표가 바닥을 찍기 전에 가격이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덧붙이고 싶은 건 한 가지입니다.
PMI가 비트코인의 ‘정답 키’는 아닙니다. 다만 PMI는 우리가 “지금 시장이 어느 체력 구간에 있는지”를 측정하는 꽤 직관적인 체온계입니다.
그리고 ‘체온계’가 낮을 때 위험자산이 흔들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 프레임을 장착하면, 하락은 더 이상 “새로운 사이클 공포”가 아니라 “체온계가 낮은 구간에서 생기는 흔들림”이 됩니다.
감정이 바뀌면 행동이 바뀝니다. 행동이 바뀌면, 장기 성과의 확률이 바뀝니다.
제 경험상(그리고 영상이 암시하는 바와도 맞닿아 있지만), 많은 투자자가 놓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비트코인보다 변동성이 더 큰 건 ‘비트코인’이 아니라 ‘비트코인 프록시 주식’일 때가 많다.
스트래티지(Strategy)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시장에서는 이 회사를 “구조적으로 레버리지된 비트코인 노출”로 분석하곤 합니다.
또한 회사가 비트코인을 늘려가는 방식에는 자본 조달(전환사채 등)과 주식 프리미엄, 금리 환경 같은 변수가 얽혀 있고,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 가격’ 외의 리스크가 주가에 덧씌워질 수 있습니다.
메타플래닛 역시 “비트코인 트레저리(비트코인을 핵심 자산으로 보유하는 상장사)” 흐름의 상징처럼 언급됩니다.
이런 종목들은 상승장에서 폭발력이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1) 기업 자금조달 리스크, (2) 지수 편입/편출 같은 수급 리스크, (3) 국가·규제·세제 리스크가 함께 붙습니다.
비트코인을 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비트코인 + 기업 리스크 + 금융공학 리스크”를 들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저는 제 자신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비트코인”을 들고 있는가?
아니면 “비트코인의 방향성에 기업의 생존게임이 결합된 상품”을 들고 있는가?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하락장에서 마음의 온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비트코인 투자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예측이 아니라 점검입니다.
‘다음 달 가격’은 맞히기 어렵지만, ‘내가 산 이유가 여전히 유효한지’는 점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쓰는 점검표는 단순합니다.
내 가설은 무엇인가?
“4년 사이클로 사고 판다”인지
“통화체제의 희석과 유동성 확대에 베팅한다”인지
가설이 다르면, 같은 하락이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내 수단은 가설에 맞는가?
통화체제 헤지라면: 현물(또는 그에 준하는 단순 노출)이 더 정직합니다.
레버리지 베팅이라면: 프록시 주식의 비중은 자연히 작아져야 합니다.
내 포지션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
“가격이 아니라 행동”을 기준으로 봅니다.
40% 하락에서 흔들려 팔게 된다면, 그 비중은 과합니다.
장기 투자에서 가장 큰 적은 시장이 아니라, 하락장에서의 ‘내 손’입니다.
영상이 제게 준 가장 큰 힌트는 이것입니다.
장기 투자는 결국, “인센티브를 따라 포지션을 맞춰두는 게임”이다.
AI 인프라가 급등했던 시기에 많은 기업이 “뒤처지면 죽는다”는 인센티브로 투자 경쟁을 벌였듯, 국가 재정과 정치 시스템에도 ‘되돌리기 어려운 인센티브’가 있습니다.
그 인센티브가 유동성을 자주 호출하는 방향이라면, 공급이 제한된 자산이 서사의 중심으로 올라오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그래서 저는 비트코인의 하락을 볼 때, “새로운 하락 사이클의 시작”만 떠올리지 않으려 합니다.
대신 “내가 베팅한 구조가 바뀌었는가”를 묻습니다.
만약 구조가 그대로라면, 변동성은 여전히 거칠어도 두려움은 예전보다 덜합니다.
무서움은 가격에서 오지 않습니다.
내가 왜 이 자산을 들고 있는지, 그 문장을 잃어버렸을 때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