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이미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이 ‘기계·에너지 → 전자·반도체’로 이동했고, 그 엔진이 전자BG라는 점입니다.
문제는 시장이 그 엔진을 ‘사업부’로 보느냐, ‘지주/혼합기업의 일부’로 보느냐에 따라 같은 이익에도 적용되는 멀티플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밸류에이션 논쟁은 “AI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전자BG의 성장 프리미엄이 ‘두산 전체’에 얼마나 온전히 통과될 것이냐
로 귀결됩니다.
보고서 기준 전자BG는 AI 가속기/800G 중심으로 매출 증가 + 수익성 개선이 진행 중입니다.
2025년 전자BG 매출 1.839조원, 영업이익 4,910억원 전망
2026년 전자BG 매출 2.389조원, 영업이익 6,640억원 전망
여기서 중요한 건 “매출이 늘었다”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늘었는가입니다. 보고서는 전자BG 성장의 구조를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스펙 인(Spec-in) 구조: 최종 고객이 스펙을 쥐면, 단순한 공급이 아니라 승인된 소재가 됩니다. (교체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차세대 아키텍처 전환 수혜: NVIDIA의 Blackwell → Vera Rubin 전환 구간에서 출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다이 크기 변화로 GPU 수량이 줄어도 기판 층수 증가·사양 상향(HVLP4 등)으로 CCL 콘텐츠가 늘 수 있다고 봅니다.
케이블리스(Cabless)로의 구조적 변화: Midplane PCB 방식 전환은 “한 번의 사이클”이 아니라 TAM 자체를 키우는 구조 변화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성장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숫자도 있습니다. 전자BG는 네트워크 보드용 CCL 캐파를 2026년 말 기준 분기 400억원 수준으로 증설 예정이고, 신규 고객 확보 시 유휴 캐파 전환으로 분기 최대 500억원까지도 확대 가능하다고 적습니다.
이건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성장이 수요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캐파)로 뒷받침된다”는 힌트입니다.
밸류에이션은 사실상 결론을 한 줄로 압축합니다.
전자BG 가치가 커지는데, 그것이 지주 구조 속에서 할인되니 “전체가 싸 보이는 구간”이 생긴다.
증권사의 가정이 서로 다른 이유는, “성장 기업”을 어떻게 가격 매기느냐(멀티플 선택)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2026년 전자BG 예상 영업이익 5,500억원에 Peer PER 23배 적용 시 12.6조원”이라는 계산이 소개됩니다.
DS투자증권은 전자BG 가치 14조원 추정을 근거로 목표주가를 상향(기존 150만원 → 168만원)했다는 서술도 있습니다.
여기서 체크 포인트는 “PER을 EBIT에 적용했다”는 표현이 다소 혼재돼 있다는 점입니다(엄밀히는 EV/EBIT 또는 PER×순이익이 맞습니다). 다만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전자BG를 ‘피어 멀티플’로 보면 조 단위 밸류가 나온다는 것.
보고서에 있는 2026년 전자BG 영업이익 전망치(6,640억원)를 기준으로, EV/EBIT 관점의 민감도를 잡아보면 직관이 더 좋아집니다.
15배: 6,640억 × 15 = 약 10.0조
18배: 6,640억 × 18 = 약 12.0조
20배: 6,640억 × 20 = 약 13.3조
즉, 전자BG는 이미 “사업부”가 아니라 ‘상장 성장 소재사’처럼 가격이 매겨질 여지가 생긴 상태입니다.
그런데 두산은 그 전자BG를 품고 있는 구조라서, 시장이 (A) 전자BG에 프리미엄을 주면서도 (B) 두산 전체에는 지주/혼합 할인을 동시에 적용해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체감상 “싸 보임”이 발생합니다.
보고서는 2026E 지표로 대략 다음을 제시합니다.
2026E PER 33.9배
2026E PBR 9.2배
2026E EV/EBITDA 9.0배
여기서 PER만 보면 비싸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주/혼합 구조에서는 순이익(분모)이 회계/지분법/일회성의 영향을 크게 받아 PER이 ‘보기 좋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면 EV/EBITDA는 “사업의 현금창출”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같은 기업을 PER로 보면 부담, EV/EBITDA로 보면 덜 부담이라는 괴리가 있을 때, 시장은 보통 이렇게 움직입니다.
전자BG가 계속 서프라이즈를 내면
“이익의 질”을 더 잘 설명하는 지표(EBITDA/EBIT)로 시선이 옮겨가고
그때 리레이팅이 붙습니다
보고서는 SK실트론 인수 추진을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 전략으로 서술하고, 2025-12-17에 우선협상대상자 통보 공시가 있었다고 적습니다.
이 이벤트는 밸류에이션에 두 가지 상반된 힘을 줍니다.
긍정(트리거): 전자BG(소재) → 웨이퍼(소재)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스토리”가 강화되면, ‘지주사’가 아니라 ‘반도체 그룹’으로 프레이밍이 바뀔 수 있습니다.
부정(리스크): 인수 가격/자금조달/재무구조 우려가 생기면, 할인율이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보고서도 자금조달 리스크를 명시합니다.
따라서 SK실트론은 “업사이드 옵션”이지만, 주가가 반응하려면 (1) 가격(밸류)과 (2) 재무(조달)의 가시성이 먼저 나와야 합니다.
보고서와 사용자의 음성 요약(엔비디아 스펙인/블랙웰/루빈)을 함께 놓고 보면, 촉매는 아래 3가지로 정리됩니다.
루빈 구간에서의 지속성(분기 숫자로 확인)
“레퍼런스”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매출/마진”이 보여야 멀티플이 붙습니다.
캐파 증설이 실적으로 연결되는 타이밍
2026년 말 증설 계획(분기 400억 수준)이 실제 매출/마진 확대로 이어지면, 시장은 ‘성장’이 아니라 ‘확장’을 가격에 넣기 시작합니다.
지주사 할인 축소 이벤트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정책을 언급합니다. 이런 이벤트는 “사업의 가치”보다 “구조 할인”에 직접 타격을 줍니다.
전자BG는 AI 서버 구조 변화(케이블리스/Midplane, 스펙 상향) 위에서 이익 체력이 바뀌는 국면이고, 보고서 숫자(2026E 전자BG 영업이익 6,640억)는 그 변화를 이미 반영합니다.
다만 두산은 그 전자BG가 “분리 상장된 성장주”가 아니라 “지주/혼합기업의 한 축”이어서 프리미엄이 지연 반영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는 결국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전자BG가 계속 증명할 것”에 베팅하면서, “구조 할인 축소”라는 추가 옵션까지 함께 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