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퇴사를 결심했다.

쉬고 싶어서 퇴사 해 놓고 쉬지 않는 사람 이야기

by Han

또 퇴사를 결심했다. 이정도 경력이 되면 진로 고민은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주어진 어떤 업무도 어렵지 않게 해 내고, 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도 덜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난 또 진로 고민을 한다. 경력 기간이 늘어나고 직무 경험이 늘어날수록, 직급이 올라가고 회사가 내게 바라는 바가 많아진다. 그 '바라는 것'들이 정갈하고 예쁘면 얼마나 쉬웠을까? 점점 난해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내야만 한다.


과거엔 어떻게 했지? 옛날의 나라면, 이전의 나는 어떻게 했었지? 생각 해 보니 '도망 쳤었지, 참.' 싶다. 회사의 사업이 점점 산으로 가고, 내가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쏟아지면 일단 버텼다가 도저히 무리이다 싶을 땐 그냥 그 일의 책임을 내려 놓았다. 가장 어렵고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그 문제를 피하고 또 다른 문제로 다이빙해야하니까. 여기서 일을 그만두더라도 영원히 일 하지 않고 살 수 없기때문에 좀 더 쉽거나 아예 새로운 문제로 옮겨간다.


빽빽하게 문제가 적힌 두꺼운 시험지. 기본 문제들을 쭉 쭉 풀어 나가다가 마침내 마주한 응용 문제. 첫 문제, 두번째 문제 가뿐히 넘기다가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크게 별표를 치고 빠르게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별표 친 문제들은 보통 끝까지 잡고 있어도 풀 수 없었고, 그러면 그 문제의 책임을 포기하고 찍기를 시전했다. 지금 내 인생도 시험지를 풀던 그 때와 닮았다. 눈 앞에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고민하는 시간이 괴롭다면 그 문제는 남겨두고 할 수 있는것부터 해 내면 된다. 그러고도 역시 능력 밖의 문제라고 생각되면 풀기를 포기하면 그만이다. 물론, 그때는 점수를 잘 받아야만 했다면 지금은 점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 글이 얼마나 좋은 글이 될지 모르겠다. 여느때와 같이 퇴사 직전에 의지가 넘치고, 퇴사한지 하루만에 모든 사기와 의지를 내던지고 나는 침대에만 갇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때? 의지가 넘칠 때 빨리 시작 해 두는것도 괜찮잖아? 싶은 마음으로 글을 시작했다.


나는 전통기업(aka. 가족경영 회사), 스타트업, 대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회사를 경험하고 다음 스탭을 고민하며 퇴사를 결정했다. 회사에선 휴직 제도를 이용해서 쉬고 다시 돌아오거나, 그래도 안되겠으면 퇴사해도 되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지만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re-set. 모든 책임감, 의무감을 다 제로로 만들고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고 싶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 자전적 이야기, 일기같이 써내려가는 글들.


열심히 기록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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