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뻔한 얘기를 아세요?

캐나다에서 워홀 중인 성격 급한 사람의 잡담

by 권덕영





"회원님 성격 급하단 소리 많이 듣죠?"


"헐 그게 보이세요?"


보컬 학원 다닐 때 그리고 PT 수업을 받을 때 공통적으로 했던 대화다. 성격 급하기로 소문난 한국인 눈에도 보일 정도면 어지간히 티가 나나보다. 얼마 전 파트타임에서 사장님이 해주신 피드백도 비슷했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조금만 덜 서둘러서 일해주실 수 없을까요?"



열심히

빠르게

조급하게



다 다른 얘기인데 나는 종종 이를 혼동한다. 인정받고 싶으니까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는 빠릿빠릿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배워 행동을 서두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이는 빠르게라기 보다는 조급 하게에 가깝게 변한다.


빨리 쳐내야 할 주문은 오히려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었을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마음이 급해져서 조급하게 굴다 보면 실수가 발생한다. 실수 안 하려던 것도 하게 되고, 무마할 수 있는 작은 실수도 시간을 지체하는 큰 실수로 바뀐다.


취업이 안 돼서 좌절하고 있을 때, 친구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래."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별로 와닿지 않는다. 그냥 다 모르겠고 "빨리" 로또 1등 돼서 안락한 생을 누리고 싶다. (라고 로또 안 사는 사람이 말하는 중)


하지만 그냥 인생의 모든 게 그렇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는 말에서 그놈의 방향이라는 걸 어떻게 정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속도보다는 더 우선수위로 삼아야 할 속성은 많다. 욕심내면 조급해지고, 조급해지면 눈앞의 것만 본다. 이는 대게 빠른 포기 혹은 잦은 좌절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영어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놓고 나는 항상 수만 가지 방법론을 찾아본다. 지름길은 없고 정도만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급한 성격이 마음을 이리저리 흔들어 놓는다. 지금까지 찾아본 방법론 유튜브 영상만 수 십 개가 넘는다. 이것도 맞는 방법 같고, 저것도 맞는 방법 같고,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어느새 줏대는 없어지고 영어공부하는 방법만을 아는 사람이 된다. 물론, 가시적 성과의 유의미성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누구나를 안달 나게 한다. 성격 급한 나만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급한 내 성격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 전반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얘기를 풀어보게 되었다.


얼마 전 거울치료를 받았다. 나만큼 (혹은 나 보다 더) 성격이 급한 사람과 같이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해졌다.


되도록 안달 내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캐나다에서 나의 미션이다. 안달 내는 마음이 처음에는 무엇인가를 하게 만드는 좋은 동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오만가지 방법을 찾는 데만 노력 쏟는 에너지 파산자를 만든다.


영어에 안달 내지 말아야지. 직장에 안달 내지 말아야지. 이곳 생활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지. 조금은 천천히 나를 돌아봐야지. 만트라처럼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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