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의 음악> 복다진 인터뷰
무대 앞과 양 옆을 둘러싼 원목 수납장을 빼곡히 채운 앨범들, 공간을 부드럽게 비추는 조명, 무대 한편에는 진한 갈색빛 업라이트 피아노가 놓여 있다. 2020년 6월 27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공연장 ‘벨로주 망원’에서 싱어송라이터 복다진의 첫 정규 앨범 「꿈의 소곡집」의 음감회가 열렸다. 옅은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복다진이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다.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앨범의 첫 번째 트랙 「스쳐온 그 자리엔」을 연주한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갈래」의 첫 음을 뱉어낸다. 관객들이 숨죽이고 복다진의 시작을 지켜보고 있다.
지나온 이야기들과 펼쳐질 날들을 믿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아 이끌리는 대로 갈래
가자
싱어송라이터 복다진은 정규 앨범 「꿈의 소곡집」을 발표하며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어쿠스틱 듀오 ‘화려’에서 활동했다. 한자로 꽃 화 자와 생각할 려 자를 써서 ‘꽃을 생각하다’라는 의미로, “화려만의 색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팀이었다. 제2회 광주사직국제포크음악제 포크창작경연대회 최우수상, 제3회 자라섬 음악경연대회 3위, 제2회 원콩쿨(One Concours) 최종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혼자 작업할 때보다 팀으로 활동할 때 더 편안했고, 자신감도 붙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 또한 넘쳤던 시기였다. 멤버와 우스갯소리로 “우리 음악 한 티 좀 내자.” 하며 서로를 독려했다.
빼어난 연주와 편곡 감각, 그리고 꼼꼼한 성격 덕에 많은 음악가가 복다진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는 이승윤의 「1995년 여름」과 「시적 허용」, 전유동의 정규 앨범 「관찰자로서의 숲」 등에 세션으로 참여했다.
많은 음악가가 데모와 싱글 등으로 자기 존재를 리스너에게 알린 뒤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그와 달리 복다진은 솔로 활동의 첫 시작을 정규 앨범으로 열었다. 이는 자기 음악에 대한 믿음의 결과다. 솔로로 발매한 첫 정규 앨범에는 복다진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겼다. 음악적인 고민도 더욱 풍부해졌다.
이제 내 음악을 시작하자.
떨리는 목소리로 첫 곡 「갈래」를 마친 복다진이 웃으며 관객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처음’이 주는 긴장과 부담감, 기대와 설렘이 감돌던 「꿈의 소곡집」 음감회에서 음악가와 관객 모두 가장 즐겁고 신났던 순간은 「흐규흐흐」가 연주됐을 때다. “알아서 눈치껏 박수 쳐주시면 돼요!” 하는 말에 다소 진지했던 공연장의 공기가 산뜻해졌다.
먼바다 어딘가
하늘을 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흐규흐흐’ 하고 웃는 물개가 있어요.
그 물개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대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다 보면
상상했던 것들이 언젠가 이뤄질 거야.”
복다진은 “재밌는 걸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음악도, 반려묘 동동이와 동네 강아지 행운이와 노는 일도, 동료 음악가들의 작업을 도와주는 일도 모두 재밌기 때문에 열심히 한다. 순간순간 포착한 장면이나 문득 생각했던 것들을 떠오르는 대로 꺼내어 음악을 만든다. 그의 음악에는 아름답다고 느꼈던 순간이 툭, 하고 펼쳐졌을 때의 감동이 담겨 있다. 복다진의 음악은 리스너를 명료한 길로 안내하기보다는, 흐릿하지만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그가 노래하는 ‘아름다움’은 손에 잡히지 않는 감정과 희망, 풍경 같은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단정 짓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는 그의 모습은 “행복한 물개”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인 편이었어요. 지금보다 말도 거의 없고, 목소리도 작았죠. 낯선 사람 앞에서는 엄마 뒤에 숨는 아이였어요. 엄마는 늘 “우리 애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요.” 하고 말씀하셨죠. 음악을 하기 전까지는 계속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음악을 하며 저도 몰랐던 제 성격을 발견하게 됐어요.
세 살 때였나. 집에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었는데, 제가 동요의 멜로디를 연주하더래요. 부모님께선 제가 음악 영재인 줄 아시고 아주 어릴 적부터 피아노 학원에 보냈어요. 초등학교 4학년쯤에 피아노가 재미없어져서 관뒀는데,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피아노를 배웠다가 관두고 다시 배우기를 여러 번 반복했어요. 무엇이든 싫증을 금방 내던 때였죠.
고등학교 시절, 학교가 너무 답답했어요. 일곱 시 삼십 분에 등교해서 밤 열 시까지 교실에 앉아 있는 게 힘이 들었죠. 제가 학교 다니길 너무 힘들어하니까 부모님께서 하고 싶은 게 뭔지 말하라고 하셨어요. 부모님께 “작곡을 하고 싶다.”라고 말씀드렸죠. 실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작곡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같은 멜로디로 다양한 편곡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그때부터 실용음악학원에 다녔어요. 선생님이 옆에서 세심한 부분까지 지도해 주는 게 좋았고, 음악 하는 친구들과 합주하는 것도 재밌었어요. 연습 벌레처럼 매일같이 음악에 빠져 살았어요. 실력이 늘어가는 걸 느낄 때마다 성취감이 컸어요. 학원이 일 년에 설날과 추석, 딱 두 번 쉬었는데, 그때 빼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원에 눌러앉아 있었죠.
음악으로 입시를 준비하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은 없었어요.
속상하거나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은 적은 있어요. 학원에서 했던 첫 공연이 그랬어요. ‘에반스’라는 홍대 라이브 클럽을 대관해서 열었던 공연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첫 공연을 대단한 공연장에서 열었던 거예요. 관객은 친구와 가족이 전부였고, 발표회 수준의 공연이었지만 저에겐 분명 첫 공연이었죠. 그날 실수를 정말 많이 했고 끝나자마자 펑펑 울었어요. 그렇게 큰 실수도 아니었는데, 아무리 울어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어요. 준비한 걸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속상했어요.
그러나 그만두지 않았어요. 무척 속상했지만 계속 무대에 올랐죠. 다음 공연, 그다음 공연을 하면서 차츰 나아졌어요. 계속하다 보니 실수라는 게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입시를 준비할 때 친한 동생이 이런 말을 했어요.
“언니는 어떻게 슬럼프도 없어?”
음악적인 고민은 깊었지만, 저는 불확실한 미래에 관한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음악을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성공해야지.’ 하는 생각은 안 했어요.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어요. 연습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죠.
“너 그러다 입시 떨어지면 어떻게 해?” 하고 묻는 이들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했죠.
그럼 다시 하면 되지.
그게 제 진심이었어요.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거든요. 이 마음은 지금도 여전해요. 저는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에 음악을 잘하기 위해 노력할래요.
복다진은 자기를 소개할 때 “‘흐릿해서 아름다운 노래’를 하는 싱어송라이터”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흐릿해서 아름다운’ 것은 어떠한 감정을 말로 내뱉지 않고 감정 그 자체로만 오롯이 있는 순간이다. 눈앞의 사물, 사람, 상황에 대해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은 시시각각 변한다고, 그런 감정들을 단정 짓고 싶지 않다고, 흐릿한 채로 남아 있는 게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그는 말했다.
☑ 1번 트랙 「스쳐온 그 자리엔」은 연주곡이에요. 맨 마지막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절정을 향해 고조되는 것 같다가 돌연 끝나버리거든요. 마치 누군가 곡 중간에서 끊은 것처럼요.
이 곡 마지막에는 ‘리버스(reverse)’라는 요소가 있어요. 음을 거꾸로 돌리는 건데요. 소리는 보통 크게 시작해서 점점 작아지잖아요. 리버스는 그거를 반대로 돌린 거예요. 점점 고조되며 끝나게 만들었어요.
「꿈의 소곡집」은 기억의 순간을 담은 앨범이에요. 그래서 첫 트랙은 시간을 되돌린다는 의미를 담아 고조되며 끝나게 했죠. 책으로 비유하자면, 차례 같은 성격의 곡이에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 사운드트랙에 빠졌던 적이 있어요. 음악감독이 존 브라이언(Jon Brion)인데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계속해서 들으니까 기억을 되돌리는 장면에 삽입한 음악이 이전에 삽입한 음악을 합해 리버스한 거였어요. 되게 멋있더라고요. 언젠가 나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스쳐온 그 자리엔」을 작업할 때 의도적으로 「이터널 선샤인」을 떠올린 건 아니었어요. 아마 제 기억 속의 ‘언젠가 나도 해봐야겠다.’ 하는 마음이 불쑥 나타난 게 아닐까 싶어요.
☑ 「갈래」는 이번 앨범에서 가사가 있는 첫 번째 곡이에요. 곡의 배치에 어떤 의도가 담겨 있나요?
「갈래」는 솔로 활동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작업한 곡이에요. ‘갈래’라는 제목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거든요. 하나는 갈림길이란 뜻이고, 다른 하나는 ‘가자’라는 뜻이에요.
사박사박 검은 발로
흔들흔들 걸어간다
날 에워싼 나무들은
답을 알고 있을까
「갈래」는 듀오 활동을 그만두고 고민이 많던 시기에 쓴 곡이에요. 감정이 복잡해서 결정이 어려웠죠. ‘이끌리는 대로 해보자.’ ‘이제 내 음악을 시작하자!’ 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어요. 「꿈의 소곡집」이 복다진의 첫 정규 앨범이니까, ‘새로운 출발’을 뜻해요.
「꿈의 소곡집」은 말하는 듯한 보컬과 다양한 편성의 악기들이 주고받는 대화 같다. 이는 복다진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만든다. 「갈래」는 아주 담담하게 흐르는 곡이다. 피아노 앞에 홀로 앉아 나를 위해 노래하는 음악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를 위해 노래하는 음악가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 「꿈의 소곡집」을 여러 번 듣다 보면 첫마디만 들어도 어떤 곡인지 금방 알 수 있더라고요. 리프(riff)*가 잘 짜여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작업을 할 때 리프를 먼저 만들고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어가는 편인가요?
*일정한 코드 진행을 반복하는 악구.
제 음악의 리프가 다양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자기 복제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다양한 느낌으로 변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곡을 쓸 때 반주와 멜로디를 함께 작업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반주를 먼저 쓰게 되면 피아노가 화려해져서 듣기에는 좋지만 결국 연주곡이 되어버리더라고요. 음악은 멜로디가 귀에 잘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프가 아무리 좋아도 멜로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성에 안 차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멜로디는 단순하지만 뻔하지 않은 멜로디예요. 연주를 했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뻔한 리프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좋은 반주와 좋은 멜로디가 함께 완성되었을 때 만족할 수 있어요.
☑ 「너의 색은 무어야」라는 제목은 참 독특해요. 보통 ‘뭐야’라고 하는데 ‘무어야’라고 하니까 재밌더라고요.
별다른 의도는 없었어요. 중학교 때 친구들이 뭘 물어보면, “무어?” 하고 말하곤 했어요. 그냥 입에서 나온 말이에요. 그 말투가 제 안에 있다가 툭 나왔나 봐요. 가사를 쓸 때도 종종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툭툭 튀어나오거든요. 저도 모르는 사이예요.
☑ 「갈래」 「너의 색은 무어야」, 마지막 트랙 「섬자리」를 들으면 보컬과 피아노가 함께 등장하는데요. 무언가를 선언하고자 하는 음악가의 마음이 전해졌어요.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하기 전에는 고민이 많잖아요. 미래에 어떤 것들이 펼쳐질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결정하고 나서 확신에 찬, 명확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누군가 돌려서 얘기하는 걸 들을 때 가끔은 좀 피곤하잖아요.
「너의 색은 무어야」는 못갖춘마디로 멜로디가 먼저 흐르죠. 「섬자리」는 자연스럽게 만든 곡이에요.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내 앨범이 지루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서 마지막 트랙의 인트로를 없앤 게 아닐까 싶어요.
그는 자주 “저는 평소에 고민이나 생각이 별로 없어요.” “별다른 의도는 없었어요.” 하고 말했다. 구체적인 상황이나 기억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어 명료하게 말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꿈을 꾸듯이 가는 곳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걷는 사람 같았다. 복다진의 음악은 하나같이 감각적이다. 아마 복다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감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는 한 번도 제가 음악가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입시할 때도 그랬고, 듀오로 활동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정규 앨범을 내고 나서 생각이 약간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배운 것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음악이 아니라 음학(音學) 같은 느낌이었죠. 저는 언제나 저를 음악가라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음학가’였던 거 같아요. 정규 앨범을 준비하며 내 이야기를 담으려고 고민했어요. 그 자체로 나는 음악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 「우연이 아니었으면 해」는 꼭 누군가를 향한 노래 같아요.
반려묘 동동이랑 같이 살아요. 고양이가 좀 도도한 면이 있잖아요. 지금은 많이 친해졌는데 예전엔 저를 막 피해 다녔어요. 귀찮게 해서 그랬나 봐요. 강아지는 귀여워해 주면 바로바로 좋아해 주는데, 고양이는 안 그러더라고요. 이 곡은 짝사랑에 대한 거예요. 가끔 제가 앉은 자리에 동동이가 앉았다 가곤 했어요. 그럼 체온이 남잖아요, 따뜻하게. 그게 마치 나를 위한 것 같았어요. ‘그 온기가 우연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하고 생각했어요.
누군가의 마음을 뜨겁게 해줄 타고난 너의 온기, 마음, 존재
따뜻하게 데워진 이 자리가 우연이 아니었음 해
「내 생일이 다가오면 네가 보고 싶어져」에는 일렉트릭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멜로트론 같은 다양한 악기가 등장한다. 악기들이 더불어 연주되는 간주 부분은 비틀스의 「Here Comes the Sun」을 떠오르게 한다.
헤겔은 음악의 목표에 대해 “음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음악의 내용이 내면세계의 영역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다진의 음악에는 사족이 없다. 모든 말과 음이 간결하고 살아 움직인다.
☑ 「내 생일이 다가오면 네가 보고 싶어져」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없을 때’ 쓴 곡이라고. 그런데 노래는 밝고 아름다워요.
외로움도 있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확신이 담긴 곡이에요. 외로움보다는 희망을 더 많이 담았죠. 그래서 희망차고 아름답게 곡을 구성했어요. ‘행운이’라는 동네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행운이는 제가 특별히 잘해준 적도 없는데 이름을 부르면 반갑게 달려와요. 그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신이 나요. 겨울이 되면 행운이를 볼 수 없어요. 추우니까요. 제 생일이 겨울인데, 생일이 다가오면 행운이를 볼 수 없잖아요. 그런 마음을 담아 곡을 썼어요.
음악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하며 복다진은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다양한 상상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누군가 곡에 담긴 의미와 얽힌 이야기를 물으면 기꺼이 대답해 준다고 했다. 그렇게 대화하는 순간이 좋다고 했다.
☑ 「꿈의 소곡집」은 참 짜임새 있는 앨범이에요. 곡의 순서를 정할 때 고민을 많이 했을 거 같아요. 특히 다섯 번째 트랙부터 일곱 번째 트랙으로 이어지는 중간 트랙에 무엇을 넣을지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어떤 식으로 앨범을 구성했나요?
「꿈의 소곡집」은 비슷한 이미지가 그려지는 곡을 모아 구성했어요. ‘리스너가 흡입력 있게 음악을 감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깊이 고민했죠. 첫 번째와 두 번째 트랙, 그리고 아홉 번째와 열 번째 트랙은 쉽게 순서를 정할 수 있었어요. 뒤로 갈수록 깊은 얘기가 나와야 흡입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여섯 번째 트랙 「시소」하고 다섯 번째 트랙 「내 생일이 다가오면 네가 보고 싶어져」의 배치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했어요. 의미나 서사의 흐름보다는,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방향을 생각했죠. 곡이 이어지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고 바랐어요. 밝다가 갑자기 어두워지면 어색하게 들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가벼운 곡으로 시작해서 뒤로 갈수록 진한 분위기의 곡을 배치했죠.
☑ 정규 앨범을 작업할 때 영감을 받았거나 레퍼런스로 두었던 앨범이 있나요?
특별히 레퍼런스를 두고 작업하지는 않아요. 음악을 들을 때 정규 앨범을 중심으로 듣기 때문에 어떤 흐름으로 작업해야 좋을지 나름대로 구상해 봤어요. 레퍼런스로 둔 앨범은 없지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앨범은 있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장기하와 얼굴들의 4집 앨범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는 한 곡씩 들어도 좋지만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서사가 탄탄해서 완성도 높은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체계적인 음악적 기술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는 복다진은 역설적으로 직감을 따른다. 그의 음악에는 자기 자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음악가로서의 복다진뿐만 아니라 사람 복다진도 함께. 그의 노래가 리스너에게 완성도 있는 음악이자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음악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복다진이 초창기에 썼던 곡은 대체로 가사가 난해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감정에 무디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도 서툴렀다고 했다. 이를테면 어릴 땐 ‘힘들다.’ 하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어렵게 표현했다. 모르는 감정을 풀어내려니까 가사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 시기 발표했던 곡 가운데 「무언의 꽃」과 「방랑자」와 같은 곡은 가사가 어려운 편인데,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추상적이거나 두루뭉술하게 풀어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대학 시절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며 그의 성격도 조금씩 변화했다. ‘다름’으로 인한 트러블을 경험하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일에도 좀 더 예민해졌다고. 복다진은 여전히 일상에서 감정을 배우는 중이다. 음악에 자기 이야기를 담기 위해 어떤 일을 경험할 때마다 예민하게 감각을 곤두세운다. 일상을 곱씹는다. 그래야 그때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공연이 끝나고 갖고 싶었던 요거트메이커를 선물 받았는데 너무 기뻤어요. 평소에 눈여겨보던 물건이 생겼다는 사실도 기뻤지만, 저를 사랑해 주는 분들의 정성에 감동받았어요. 이것도 일종의 소통이잖아요.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순간이 눈앞에 보일 때 음악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복다진은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솔직하게 터놓고 기다린다. 어떤 감정을 강요하거나 재촉하지도 않는다.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그 솔직함이 리스너를 ‘음악의 정원’에 오래 머물게 한다.
☑ 「꿈의 다락방」부터 앨범 분위기가 조금 바뀌기 시작해요.
분위기가 전환되는 트랙이에요. 이 곡은 <빨간 머리 앤>을 읽고 영감을 받아 작업했어요. 앤이 입양 가는 길에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감탄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릴라가 자기를 입양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든요. 앤은 다락방에서 밤새 펑펑 울고, 다음 날에도 화가 나서 나쁜 행동을 해요.
저는 이 부분을 보며 ‘나라면 어떻게 이런 힘든 상황을 이겨냈을까?’ 하고 상상했어요. 만약 제가 그 다락방에 있었다면, 이 집에 오면서 봤던 멋진 풍경을 떠올렸을 거예요. 넓은 들판에 서서 건물 하나 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경관을 보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들잖아요. ‘이 넓은 세상에서 나는 별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운 문제도 잠시 잊을 수 있어요.
「꿈의 다락방」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다락방에 누워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며 스스로 다독이는 거예요. 저는 이 곡이 제 성격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해요.
가끔 좋은 꿈을 꾸고 싶을 때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며 잠자리에 들어요.
☑ 「주변인」은 이 앨범에서 ‘진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곡이에요.
「주변인」은 「꿈의 다락방」과 「내 마음은 블루」를 연결할 무언가가 필요해서 넣었어요. 처음부터 그럴 목적으로 만든 노래는 아니었죠. 앨범을 구성하다 보니 중간에 「주변인」이 들어갔을 때 분위기와 흐름이 딱 들어맞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말하자면 「꿈의 소곡집」의 감정선을 쌓는 곡인 거죠.
저는 서사에 약해요. 학교 다닐 때도 국어보다 수학을 더 잘했어요. 저희 아버지가 수학적 사고를 잘하세요. 이를테면 운전하실 때도 “여기 이제 신호 풀린다.” “여기까지 가는 데 20초, 도착하는 데 몇 초…….” 하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 아버지의 그런 부분을 닮은 거 같아요. 곡의 흐름을 짤 때도 수학적으로 계산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알고 보면 음악은 수학이랑 닮았어요. 그래서 음악 공부할 때 재밌었어요. 음악을 하며 어떤 법칙이나 원리를 발견할 때 희열을 느끼곤 했어요.
복다진은 음악 공부를 할 때 코드나 화성 같은 음악적인 부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음악적인 기술이 기본이 될 수는 있겠지만 너무 그것에 매몰되면 ‘음악’에 갇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이야기를 온전히 담기 위해 음악적 요소를 덜어내려 애쓴다고 했다. 간단한 구조의 곡들도 좋아하는데 막상 작업을 할 때면 단조로운 곡들이 잘 써지지 않는다고. 그는 화성도 빽빽하게 쓰고 편곡도 화려하게 하는 편이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좋은 곡이 있다고, 구조가 단순하고 일상적인 소리를 넣는 자연스러운 작품을 쓰는 게 그의 목표 중 하나다.
☑ 「시소」는 함께 작업한 음악가들과의 소통이 중요했을 것 같아요. 작업을 할 때 디테일한 요소까지 정해두고 녹음을 하는지, 아니면 음악가들과 작업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곡을 완성하는지 궁금해요.
악기를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연주해야 된다는 전체적인 밑그림만 그려두고 첫 합주를 준비해요. 대부분의 디테일한 요소는 연주자들과 소통하며 정해져요. 제가 짜놓은 틀 안에서 연주자가 자기 색깔을 마음껏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어떨 땐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리듬 같은 것을 소리로 흉내 내거나 추상적으로 설명해도 연주자가 표현해 내죠. 훌륭한 연주자와 함께하면 제가 생각했던 그 이상의 것이 음악에 담기기도 해요.
☑ 「내 마음은 블루」는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 곡을 향해 리스너들이 감정을 차곡차곡 쌓는 구조로 앨범이 구성됐다고 느꼈거든요.
맞아요. 특히 중간에 “어둠에게 묻는다.” 하는 부분에서 현악기가 2도로 드으윽- 하고 등장하거든요. 여기서 감정이 터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곡에 담긴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평소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내 마음은 블루」를 작업할 때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꼈거든요. 작업할 땐 최대한 이성적으로 작업하려고 노력했어요. 우울했던 상황의 감정을 음악적으로 풀어내려고요.
꽃이 피고 진다
해가 뜨고 저문다
억지로 나의 불안들을
쫓을 수 있을까
어둠에게 묻는다
넌 빛날 수 없는가
☑ 인생의 가장 마지막 무대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로 「내 마음은 블루」를 꼽았어요.
‘알 수 없는 외로움과 불안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하고 묻는 노래예요. 저는 아직도 그 기분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 노래를 만들었죠.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부르는 「내 마음은 블루」는 그런 외로움이 어디서 오는지 조금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외로움을 감싸는, 세월이 묻어 있는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니 미첼(Joni Mitchell) 같은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해요. 잔잔하고 안락한 음악을 하는 이들이요. 그의 작품 중에 「Both Sides Now」는 두 번에 걸쳐 발표된 곡이에요. 이십 대에 발표했다가, 일흔 살 노인이 된 이후 다시 편곡해서 발표했죠. 제가 듣기엔 이십 대에 발표한 버전도 충분히 완벽해 보이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또 다른 시선이 생긴 것 같아 보였어요. 「내 마음은 블루」도 아마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감정으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조니 미첼은 캐나다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이자 화가다. 1968년 「Song to a Seagull」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제50회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팝 연주가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에는 제58회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앨범 노트상을 수상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싱어송라이터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힌다. 사색적이고 자기 고백적인 내용의 음악으로 리스너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가다.
복다진은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의 「Hot Knife」 같은 곡도 써보고 싶다고 했다. 타악기를 치면서 노래하는 곡이다.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도 배우고 싶다고 했다. 피아노는 음의 길이가 짧다. 반면에 현악기는 음의 길이를 연주자가 조절할 수 있다. 연주자가 끝을 내야 음도 끝난다. 그는 현악기에 대해 말하면서 “가수 이소라 님이 현악기처럼 노래하시잖아요.” 하고 덧붙였다.
피아노를 내려놓고 자유롭게 곡을 쓰는 것이 복다진의 다음 목표다. 피아노는 그가 제일 잘 다루는 악기이고 강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피아노의 화성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그는 말한다.
“피아노에서 자유로운 음악가이고 싶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좋아하겠지.’ 하는 생각은 안 해요. 결국 다 제 이야기잖아요. 단지 제 노래를 듣는 누군가와 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요. 내 이야기와 누군가의 이야기가 맞닿는 순간을 상상하면서요. 저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게 좋아요. 주는 에너지보다 받는 에너지가 훨씬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리스너들이 제 음악을 들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힘이 나요.
복다진의 음악은 한 편의 영화 같다. 영화감독이 여러 장면으로 관객을 이끌듯 그의 음악은 리스너를 음악의 정원으로 이끈다. 리스너는 정원을 산책하며 때로는 잠시 앉아 크게 숨을 쉰다.
☑ 「섬자리」는 앨범에서 유일하게 피아노가 쓰이지 않은 곡이에요. 잔잔하게 앨범을 마무리하는 게 마치 영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마지막 트랙은 기타를 중심으로 작곡했어요. 다른 곡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지죠. 마블 영화의 세계관처럼 세상에 하나뿐인 복다진만의 세계관이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음악을 들으면 이야기가 그려지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요.
☑ 마지막 트랙은 작은 공간에서 녹음한 듯한 공간감이 따듯하게 느껴져요. 어떤 식으로 녹음한 곡인가요?
「섬자리」는 데모 테이프 같은 느낌을 어떻게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작업했어요. 그래서 어쿠스틱 기타도 직접 연주하고, 녹음도 싱어송라이터 전유동 님의 개인 녹음실 ‘유동네’에서 했죠. 따듯한 방 안에서 서툰 연주로 옆에서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어린 시절에 들었던 노래를 어른이 되어 다시 들을 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복다진은 그 순간 적막을 잊게 되고, 음악을 들었던 장소의 풍경과 냄새 그리고 시간이 세세하게 되살아난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이 음악이 주는 위로이자 공감이라고 말했다.
힘들었던 시기에 들었던 음악이 시간이 지나 다시 들으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음악이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던 과거를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거죠.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 싱글 앨범 「하루살이」에는 많은 사람이 코러스로 등장해요.
인간에게 스쳐 지나가는 짧은 하루가 하루살이에게는 평생이잖아요. 하루살이가 작은 날갯짓으로 목적 없이 떠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모습이 우리의 삶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도 불확실한 삶 속에서 꿋꿋하게 살고 있잖아요. 계속해서 꿋꿋하게 노래하는 동료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어요.
세상에는 하루살이처럼 하루를 이겨내는 이들이 있다. 「하루살이」는 그 삶을 나누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코러스 녹음을 부탁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흔쾌히 녹음을 도와준 지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제가 음악을 하는 동력은 ‘재미’예요. 음악가가 되고 나서 한 번도 음악이 재미없던 적이 없어요. 그게 다예요.
작업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잊을 수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렇잖아요.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음악에 집중하면 우울감이나 공허함 등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편안해지는 것처럼요.
복다진은 다음 앨범을 준비 중이다. 그의 목표는 동료 음악가와 협업도 하고 편곡도 하며 그의 음악도 만드는 삶을 지속하는 것이다. 저작권료 수익으로 월 팔십만 원을 벌고 싶다고 웃으며 말하는 그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다져 하고 싶은 음악에 집중하고 싶다고,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개인 작업에 할애하고 싶다고 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
그저 작은 날갯짓이야
흐린 그림자에 몸을 싣고
고요하게 춤을 추었네
복다진의 음악이 좋은 이유는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빛나기 때문이다. 수수하고 청명하다. 저작권료 월 팔십만 원. 지금보다 더 음악 작업에 집중하기 위한 돈이다. 복다진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음악가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문젯거리를 안고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 복다진의 음악이 더 많은 사람의 마음에 닿을 거라고 예감했다.
*복다진의 <잔상> 쇼케이스 “기념일” 예매 예약은 다음 링크에서 할 수 있습니다.
일시 : 21. 8. 8. (일) 오후 5시 (80분 공연)
장소 : 벨로주 홍대(서교동 372-6)
연주자 : 박재준, 조은길, 양혜경, 사공
게스트 : 숨비, 전유동
예매 : 30,000원 │ 현매 : 35,000원
*복다진의 첫 번째 정규 앨범 <꿈의 소곡집>은 아래 링크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전부 또는 일부 내용을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unlook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 unlook,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