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by 까마귀소년

사진 출처: www.pixabay.com




맑은 하늘
아래로 곧게 뻗은 길
저만치에
소녀가 홀로 걸어갑니다.

수줍은 듯
흔들리는 단발과
보일 듯
돌아가는 얼굴이 궁금합니다.

한참을 떨어져 걷다
너무 애가 단 나는
잰걸음으로 쫓아가
나란히 걸어갑니다.

멀리 보이는 고개를
넘어가서 함께 놀지 않겠냐는 용기 낸 말에
소녀는 맑은 하늘을 담아
미소 짓습니다.


가지 않은 길이지만

어쩐지 무섭지 아니합니다.
우리의 정다운 대화는
곧게 뻗은 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재주 없는 농담에

가벼운 웃음이 터지고

웃음이 지나간 자리에

한발짝씩 다가섭니다.


그러나 고개가 가팔라짐에

웃음은 차츰차츰 잦아들다가
이윽고 말라버렸습니다.
가쁜 숨소리만 남았습니다.

들에서 모아온 꽃다발과 예쁜 돌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소녀는 가녀린 팔 한아름
열매를 따다 안습니다.

곱게 빗은 머리칼이
숨소리처럼 흐트러지고
얼룩 한 점 없던 치마는
흙과 수풀로 뒤덮이었습니다.

안쓰러워 그만
내 등에 업히라 해도
괜찮다는 눈짓뿐,
휘청이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아


업히라는 말 대신

넘어지지 않도록

그애를 놓치는 법이 없도록
손을 꼭 잡습니다.


언젠가 이 고개가 끝나서
다시 숨결이 고르면


우리는
낮은 언덕을 찾아가
소녀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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