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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소년 Jun 13. 2022

브런치에 관한 단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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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라이킷이라는 부박한 말을 버리고, 텅 빈 하트 안을 마음대로 채워넣고 싶다. 손을맞잡음/힘찬박수/글쓴이만알아볼윙크/입꼬리를한껏올린함박웃음/바닥에서떼굴떼굴구르기/덩실덩실춤추기/질투의눈흘김/등을어루만짐/어깨를감싸안음/조수석에앉히고어디론가떠나기/전화부스에서밤이새도록전화하기.


가장 기분 좋은 순간(new!): 오늘 쓴 글에 댓글이 등록되었을 때가 아니라 시작 무렵에 쓴 글에 댓글이 등록되었을 때다.


아직 댓글이 달리지 않은 글, 아직 구독자가 없는 글집을 본다면 내가 가장 먼저 기쁨을 전하는 사람이 되리.


결핍이 결핍한, 작은 연료통에서 많이도 꺼내 썼다. 저장 탱크는 벌써 밑바닥을 드러냈다. 친구들에게 받은 마음으로 연료통를 채워가며 조금씩이라도 나아가야지.


동력이 떨어진 사람의 황금비율: 주 1일은 글쓰기, 남은 6일은 친구들 글 읽기.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존재(new!): 늦은밤 이른새벽, 살짝 열린 창문, 재밌는 드라마, 드라마를 보자고 옷소매를 당기는 사람, 녹차, 한밤중의 드라이브, 디즈니의 프린세스들, 스쿼트 5회, 잘 다려진 셔츠와 치노 팬츠, 문장 필사, 친구의 안부


글쓰기를 방해하는 존재(new!): 늦은밤 밤참, 재미없는 드라마, 비누향이 사라진 손,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있는 힘껏 밟은 레고 조각,  구겨진 셔츠와 얼룩이 묻은 치노 팬츠, 친구로부터 안부가 없는 밤


20대엔 타고난 도량의 용적을 늘이는 작업에, 30대엔 도량의 표면을 깎아 다듬는 작업에 치중했는데, 여기에 마음을 쓰면서부터는 늘이고 깎는 작업이 동시에 가능할 수도 있음을 안다.


어디선지 모르게 나타나서 날개를 크게 펼치고 몇 개의 단어를 찾아주는 까마귀소년. 그와 함께 글 안에서 자유로이 비상하고 활강하는 꿈을 꾼다.


내려다본 손목에 가느다란 실이 묶여 있다. 이게 뭔가 싶어 손목을 드니, 멀리 저편에서 한송이의 참꽃이 나를 향해 환히 웃는다.


내 글을 어여삐 보아 마음을 남기는 모든 분에게 절을 드리는 마음으로 댓글을 써야지.


돈 들지 않아서 욕먹지 않고, 욕먹지 않아서 지속 가능한 취미를 다시 이어간다. 여전히 뭇사람들의 눈과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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