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 3월
새로움, 시작을 의미하는 날은 나에게 새해 첫날, 새해 첫 달이 아닌 3월이다.
1월, 7월 정기인사가 이뤄지는 대부분의 직업과 달리 교사는 3월, 9월에 정기인사가 발표 나며 이때 새 학기가 시작된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또 다른 해를 맞이하는 여러 사람들의 기대감들에 나는 별 감흥이 없곤 했다.
나에게 한 해의 마무리는 아이들을 졸업시키는(진급시키는) 그 시기이다.
2월 종업식(졸업식)이 끝나 교실에 학생들이 모두 떠나면, 학생과 교사의 짐이 모두 정리되어 교실이 텅 비워져 가면 비로소 그 해가 끝이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말하면 나의 2018년은 끝난 지 얼마 안 됐다.
(최근에는 1월에 졸업식, 종업식을 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게 나의 시작은 남들보다 조금 느리며, 나의 마무리 역시 남들보다 조금 늦다.
무사히, 무탈하게 아이들을 진급시키고 나면 이제 새로운 아이들을 위한 새로움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흔히 말하는 새 학기 준비를 시작해야만 한 해가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학교가 1년간 행정적으로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많은 일들이 필요하다.
그러한 일들은 여러 선생님들에게 나눠져 부여되며 모든 교직원(교사+행정공무원)의 노력으로 학교는 행정적으로 굴러가게 된다. (학교에서 하는 모든 일들 (학교 행사, 학년 행사, 교육과정 활동 등), 학교에 있는 모든 것(기자재, 가구, 학생 준비물 등), 학생 수업지도, 생활지도를 위한 자료 등은 모두 교사와 학교에 있는 교직원의 손에서 피어난다.)
종업(졸업)이 이뤄지면 교사는 업무분장을 통해 자신이 한 해 맡을 업무를 배정받고 새로운 학년과 새로운 학생을 맞이하게 된다. 한 해 동안 사용할 교실이 정해지면 그제야 '시작'을 위한 준비를 한다.
먼저 새로운 학급을 청소한다.
교사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공간 활용과 교사의 동선을 고려하여 교실의 가구들을 옮기는 이사를 시작한다. 학생 사물함의 위치, 청소도구함, 책상 배치, 학생들이 사용할 교구들을 담아놓는 교구장을 옮기는 일, 교사 책상을 옮기는 일도 이 시기에 이뤄진다.
어느 정도 교실이 내 마음에 들게 바뀌면 그제야 학생들의 명렬표를 만들고 교실을 교실답게 정리하기 시작한다. 3월 첫날 교실에 들어올 학생들을 맞이하는 환영 인사, 자리 배치표를 붙여놓고 학생들이 사용할 사물함과 신발장에 이름을 붙여놓는다.
나 같은 경우에는 휑 한, 텅 빈 교실로 학생들을 맞이하고 싶지 않아 교실 게시판의 틀을 꾸며놓고 학생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내용은 미리 게시판에 게시해놓는다. (물론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런 준비를 하고 계신다.)
첫인사를 위한 '학급 안내장'을 만들고 학급 경영을 위한 자료들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새로운 시작인 3월을 준비하게 된다. 교사마다 학급의 상황에 따라 교실의 모습이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3월에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관련된 모든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시기이다. 교사와 학생이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기 위한 학급 규칙, 시스템을 학생들과 마련해나가는 시간을 가진다.
이렇게 남들보다 조금 늦은 마무리와 시작을 거쳐 새로운 2019년도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사의 첫 느낌과 첫인상을 오래 기억하고 있다.
"선생님, 첫날 이런 옷 입고 왔어요."
"선생님, 제가 첫날 선생님 나이 물어봤더니 이렇게 대답했어요."
나는 기억나지 않는 나의 언어와 모습을 학생들은 기억하고 있다.
내일 2019년도가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2019학년도가 시작한다.)
나에 대한 첫 느낌과 첫인상을 오래 간직할 일부의 학생들을 위해 내일은 내가 가진 옷 중에서 제일 단정하면서도 예쁜!(주관적인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어있지만) 옷을 골라 입고 한 명 한 명 오래도록 바라봐야겠다.
나의 2019년도는 이제 곧 시작한다.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기대만큼 걱정도 한아름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