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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른거북 Aug 04. 2019

끊임없는 실천과 행동 - 환경지킴이

살아 숨 쉬는 교육이란.

교사의 생각과 철학은 학급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교사가 강조하는 부분은 의도하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더 자주 노출되며,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느끼고 경험하고 체득하게 된다. 담임교사와 한 학기 정도 보낸 아이들은 교사의 행동을, 습관을 따라 하고 있었다. 나의 경우는 늘 그랬었다.


교사마다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2019학년에 조금 더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가까운 삶을 살아보자고 다짐했었다. 물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다고 내가 온전히 친. 환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 결심과 꾸준한 노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적어도 두 가지.

마트에서 불필요한 비닐, 쇼핑백은 받지 않으려 하는 것, 텀블러 사용하기는 꼭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환경을 염두하고 강조한다는 철학과 신념에 비해

나 스스로의 실천은 굉장히 사소하며 미비하지만 나에게도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별것 아닌 환경에 대한 나의 노력에 비해, 환경교육은 우리 교실에서 거창하게 다뤄져 민망한 부분이 있으나 이런 다짐은 고스란히 우리 교실에서 펼쳐졌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자주, 반복적으로 환경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그림책을 보았고 환경에 대해 이야기했고, 설명을 자주 듣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를 거쳐간 수많은 아이들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올해는 가장 빡세게(?) 환경교육을 시도해본 한 해였다. 물론 2학기에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1학기가 거의 마무리될 즘, 미술 교과의 '연상, 상상하거나 대상을 관찰하여 주제를 탐색할 수 있다.'는 성취기준을 활용하여 평소 눈여겨보지 않은 자신의 얼굴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작품으로 나타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해당 시간 거울을 꺼내고, 핸드폰의 셀카 기능을 사용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관찰했다. 관찰한 내용은 찰흙을 사용하여 표현해보게 하였다.



전날 미리, 책상 위에 깔 수 있는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신문지, 비닐을 가져오게 하였다. 물티슈와 티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아이들은 이 신문지 위에서 자신을 관찰하여 표현하기 시작했다.



미술시간이 끝나자 신문지가 더럿나왔고 금세 분리수거함은 꽉 차게 됐다.


그날 점심시간.

우리는(나와 학생들은) 분리수거함에서 종이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시작은 종이류가 가득 차 있어서(=다시 종이를 펼치고 재활용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을 분류하기가 벅찼던 나는) '플라스틱류'만 정리하려 했다.

종이류 앞에 서성이며 정리하자는 아이들에게 나는 말했다. 종이는 다음에 하자고.


그러자 옆에 있었던 아이들은 "제가 정리할게요!"라며 더욱 달려들었다.  미술시간 사용한 신문지를 정리할 때에도 '구기지 말고 쫙 펴서 놓아주세요.'라고 이야기했지만 아이들 손을 탄 신문지들은 물에 젖어 동그랗게 말려있기도, 길쭉하게 말려져 있기도 했다.


그걸 보면서 아이들이 말한다.


"어떤 친구님이 이렇게 버린 거래요?"

"이건 재활용이 아니잖아요."

"다 찢어져 있는 건 빼야 해요."


우리 반 아이들의 '손바닥 크기' 훈수를 들으며 아이들의 말을 따라 나 역시 분리수거 가능한 종이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신문지와 그밖에 다른 종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두 5명의 아이들이 달라붙었다. 실상은 태반이 "저도 하고싶어요!"라며 달려들었지만 공간이 협소하여 다음번을 기약하였다.



모든 정리가 끝나고 5명의 학생들은 품 안에 안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종이만 들고 분리수거를 하러 갔다.



시간이 꽤 흘러 분리수거를 하러 갔던 지우가 먼저 교실에 들어왔다.

지우는 기다란 걸레 밀대를 들고 왔다.

분명 우리 반 것은 아니었다.



지우를 선두로 나머지 4명의 아이들이 들어왔다.



지우에게 물었다.

"그거 뭐예요?"


"분리수거 장에 있는데 버리기 아까운 것 같아서 우리 교실에서 쓰려고 가져왔어요!!!"



이미 밀대가 3개가 있지만 기특(?)하고 귀여운 지우의 행동에

 "그래요. 하나 더 씁시다. 확실히 쓰레기장에 놓여있었던 거 맞죠?"라고 되물었고 지우와 함께 들어온 아이들 역시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리수거를 버리러 갔던 다섯 명 중 한 명이었던 혁이가 교실의 종이 분리수거함을 가지고 내게 걸어왔다.

본래 위치에 두지 않고 내 앞으로 가져온 것이 이상하여 그 안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분명 종이 분리수거를 버리러 갔음에도 분리수거함에는 종이가 한가득이었다.

게다가 처음 보는 종이들이 가득 있었다.

다른 반의 분리수거함과 섞인 것이 아닌지 의아스러웠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거 우리 반 것 아닌데 왜 다른 반 것 가져온 거예요?"


5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말하기 시작했다.

동시의 합창에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어 한 명씩 말해보라고 했다.

혁이 옆에서 수아가 말했다.


"저희가 종이 분리수거를 버리러 갔는데요, 이게 버려져있었어요. 이거 재활용 안 되는 거잖아요"

혁이가 뒤이어 말했다

"그래서 저희 교실에서 버리려고 저희가 다 가져왔어요!!"



그렇다.

우리 반 아이들은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쓰레기 장에 흩어져있던 남의 반 쓰레기를 가득 들고 왔다.


아이들의 행동이 황당하면서도 귀여워서 웃기 시작했다. 담임교사가 웃기 시작하자 5명의 아이들을 시작으로 교실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웃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교육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나의 아주 사소한 생각에 비해 우리 반 아이들은 끊임없이 실천하고 행동했다.


순수한 마음과 실천력을 가진 우리 반 학생들 덕분에 지구의 환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학교의 환경이 조금이나마 좋아졌을 거라, 좋아질 것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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