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빠른거북 Jul 06. 2019

한 달 전학생

 나비가 되어주세요.

초등학교 3학년 과학 교과에서는 다양한 내용들을 배우지만 그중 아이들이 흥미와 관심이 폭발하는 단원 중 하나는 동물과 관련된 단원이다.

어렸을 적 필자 역시 병아리, 햄스터, 물고기, 심지어 개구리가 된 올챙이까지 여러 동물을 길렀다.

물론 지금 그러한 동물을 기르자고 한다면 사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된다. 아주 당연한 것처럼 아이들은 주변에서 봐오고 돌보는 동물에 대해 관심이 굉장히 많다.


그중 1학기 과학에서는 여러 동물들의 한살이에 대해 알아보며 그중 직접 동물의 한살이를 계획하고 관찰하는 시간이 있다. 학교에서는 배추흰나비를 직접 기르고 관찰하며 배추흰나비의 한살이를 직접 경험하며 동물의 한살이에 대해, 생명의 신비로움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아침시간.

복도에 나갔다 온 우주는 누군가로부터 눈이 휘둥그레지는 소식을 듣고 큰 목소리와 함께 교실로 들어왔다.


"선생님!!!!! 배추흰나비 온대요."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5월의 연휴가 끝나면 배추흰나비를 기르자고 협의가 된 터라 담임교사는 의아스럽다는 듯 우주를 바라보았다.


"벌써요?? 아직 안 왔을 걸요?"


잠시 뒤 복도에 한 번 더 나갔다 온 우주는 선생님은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정정했다.


"선생님 아니래요. 다음 주에 온대요!"



배추흰나비가 올 것이라는 소문과 동시에 실제로 그 날은 옆 반에 새로운 전학생이 온 날이었다.

 

"선생님, 왜 우리 반에는 전학생이 안 와요?"


그러자 한 진우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배추흰나비가 전학생인가 보다."


진우의 대답에 한바탕 웃음꽃을 핀 우리들은 곧 만나게 될 전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말을 들은 새로운 전학생을 맞이한 옆 반 선생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조금 더 키워서 4학년 보내야겠네요."라고! ㅋㅋㅋ)



그렇게 2주의 시간을 더 기다려 새로운 전학생, 배추흰나비 알을 교실로 맞이했다.

 우리는 이런 공부를 하게 된다.


과학 교과의 해당 성취기준은 동물의 한살이 계획을 세우고, 동물을 기르면서 한살이를 관찰하며, 관찰한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실제 배추흰나비의 한살이 계획을 세우고 수시로 동물을 관찰하고 매일매일 관찰한 내용을 일지로 정리하기로 했다.

그렇게 교실 안에서 배추흰나비의 알부터 애벌레, 번데기, 나비를 아이들은 만나게 된다.

또한 이런 공부는 도덕교과와 연계하여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이해와 함께 윤리교육도 병행된다. 그럼에도 가끔은 우리의 배움을 위해 교실 안 좁은 공간에서 자라나는 배추흰나비가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생명의 신비함, 존엄성을 언급하면서도 동물의 한살이 과정에 대한 우리의 배움을 위해 교실에 잠시 머무르게 될 이 전학생들을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예절과 매너에 대한 끝없는 이야기는 나비가 되어 나비를 날려줄때까지 계속된다.


아이들은 수시로 배추흰나비 알을 관찰한다.

학생들은 교실 뒤편에 자리한 배추흰나비의 집에 옹기종기 둘러 쌓여 손톱보다 훨씬 작은 알을 관찰하기 위해 돋보기를 사수하기도 하며 제눈을 더욱 가까이 가져다 대며 배추흰나비 알에 온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



학교에 오자마자 가방을 멘 채로 배추흰나비 알과 애벌레에게 인사하러 가는 민주.

주말 동안 배추흰나비 알과 애벌레가 걱정됐다며 학교에 일찍 왔다는 아연이.



여러 학생들이 매일매일, 쉬는 시간마다 달라붙어 배추흰나비의 알과 애벌레를 관찰하고 관찰한다.



가느다란 실처럼 잘 보이지 않는 녀석부터 연두색을 띠는 아이들, 제법 짙은 녹색을 띠는 아이들까지 자라는 속도 또한 매우 달라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애벌레들이 어디에 숨었는지 관찰하고 서로 알려주며 그런 모습을 기록하고 전학생이 변화하는 과정을 기다리고 기다린다.



하루는 애벌레가 갉아먹은 잎을 쳐다보며 "오늘은 밥 많이 먹었네!"라고 이야기를 하는 학생도 있고 바닥에 떨어진 똥을 쳐다보며 "똥 색이 정말 짙어!"라며 바닥에 깔린 똥을 마치 감별사라도 된 듯 매일 같이 관찰하는 학생들도 있다.



심지어 아이들은 아무리 담임교사가 구분하려 해도 구분되지 않는 애벌레와 번데기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며 초록이, 연두 등 자꾸자꾸 이름을 붙여주고 불러 준다.



가끔 배추흰나비 집에 붙어서 전학생을 구경할 때 운이 좋으면? 애벌레가 똥을 싸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이 외친다.


"똥 쌌다!!!!!!!!!!"


점점 색이 짙어지고 커져가는 애벌레를 보며 언제쯤 번데기가 될까 관찰하는 아이들이 제법 귀엽다.

25명의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교실에 늘 시끄럽고 활기를 띠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가끔은 높은 데시벨의 소음이 지속될 즘이면 담임교사는 말도 안 되는 농담을 진지하게 던진다.


"친구님들, 애벌레들이 귀가 너~~무 아파서 힘들어하면 어떡하죠?"


이런 담임교사의 농담에 아이들은 애벌레들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정말 소곤소곤 대화한다.



그러다 움직임이 줄어든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색이 변하기 시작하는 애벌레를 바라보며 학생들은 '우리가 떠들어서 잘못된 게 아니냐'며 교사를 찾기도 했다.

그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 애벌레였다.

오전에 관찰한 모습과 오후가 되어 관찰한 모습이 제법 달라진 이제는 번데기가 된 전학생을 아이들은 매일매일 관찰했다.

잎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 번데기를 서로 찾아 알려주기도 하며 혹시라도 교실에 아무도 없을 주말에 나비가 태어나면 어떡하냐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선생님이 나비가 마실 물을 미리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는 아이들까지 있었다.



하나의 작은 접시에는 물을 담고, 하나의 작은 접시에는 동료 선생님이 건네준 꿀물을 담아 놓고 주말을 보냈지만 번데기는 아직 나비가 되지 못했었다. 무언가 잘못된 거 아니냐며 하루에도 몇 번씩 애벌레와 번데기를 관찰하던 학생들이 쉬는 시간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비가 나와요!"



평균적으로 보통, 학생들이 등교하기보다 이른 시각에 우화(=날개돋이,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가 진행된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 나비는 수업 중, 일과 시간 중 우화(=날개돋이)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몰려들었고 교사 역시 핸드폰으로 그러한 순간을 촬영했다.


아이들과 함께 촬영한 영상을 티브이 화면으로 보았고 우리가 배운 날개돋이 후 나비의 날개가 젖어있는 것, 시간이 조금 흘러 마른 뒤 날개를 열심히 펄럭거리는 나비의 모습에 이른다는 것을 확인시킨 후 나비는 교실 창밖으로 날려주었다.

 


이 단원을 공부할 때 동료 선생님의 소개로 알게 된 책 한 권과 함께 수업을 하였다.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연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배추흰나비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자연 속에서는 여러 먹이사슬 관계 속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기에 배추흰나비 알에 다른 종족이 알을 낳는 모습, 애벌레가 상위단계의 생물에게 잡아먹히는 모습, 애벌레 몸속에 알을 낳는 또 다른 동물, 번데기가 된 상태에서 참새에게 잡아 먹히는 모습 등 100개의 배추흰나비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100개의 알 중 온전히 나비가 되는 것은 굉장히 대단한 일이며 많은 어려움을 겪고 나비가 되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오히려 '교실'에 있는 배추흰나비 알과 애벌레들이 더 안전한 것은 아니냐며 되묻기도 한다. 가끔은 떠나보낸 아이들은 떠나간 나비가 혹시라도 사마귀에게 잡아먹히지는 않을지 걱정하곤 한다.



우리는 그렇게 교실 속에서 새로운 배움과 알지 못했던 생명의 소중함과 신비스러움에 대한 공부를 끝마치고 짧지만 정들었던 전학생들을 날려주었다.

숨어있지 않았던, 확실히 보였던 번데기 1마리만 보며 1마리의 나비만 태어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줄줄이 5마리의 나비가 태어났다. 그렇게 우리는 5명(?)의 전학생들을 모두 날려주었고 배웅해주었다.


그 이후 아이들은 배추흰나비를 보며 이렇게 얘기하곤 했다.

"우리 아이들도 잘 지내고 있겠죠?"


그렇게 꽤 오래도록 5명의 전학생은 우리 마음속에 기억될 듯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소한의 양심이 가진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