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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른거북 Apr 08. 2021

장미허브의 변신

울창한 정글 숲을 이루다, 곧은 자태를 뽐내다.

우리 집은 생후 200일, 어린 아가가 있는 집이다.

그래서 어느 계절 할 것 없이 집안이 따뜻하다아가와 함께 살고 있는 식물들 역시 따뜻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 집 식물 생육온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떡갈 고무나무 : 16~20
*장미허브 : 15~ 23
*카랑코에 : 20~25  개화 온도 13~25
*포인세티아 : 주간 24 내외, 야간 18 내외


지난번, 용감하고 무식한 초보 가드너에게 생장점이 잘려버린 장미허브는 미안하리만큼 보란 듯이 쑥쑥 자랐다.


잘린 생장점들을 옮겨 만든, 새로운 화분 역시도 무럭무럭 자랐다.


키를 잃은 모체를 보자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꼭! 아가 장미허브의 키는 꼭 지켜줘야지 싶었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변해 봄이 왔고 다시 한번 정글 숲이 된 장미허브를 정리하기로 했다.

1. (왼쪽) 가지치기 후 무성히 자란 모체   2.(오른쪽) 과거 가지치기 한 모체


이번에는 공부를 좀 했다!!


장미허브를 검색하다 보니 장미허브를 외목대로 키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의 장미허브는 과거, 과습으로 인해 줄기 아랫부분이 사라졌다. 새로운 줄기를 잘라야 한다는 미안함 없이 외목대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일단 무럭무럭 자란 장미허브를 하나씩 화분에 옮기기로 했다.


지난번에도 용감히 저질렀던 화분 늘리기에 흙은 상토(=내 기준 부드러운 흙)로 키워도 무리 없었기에 이번 분갈이 역시 화분에 상토를 가득 담고 물 빠짐 확인 후 뿌리내린 장미허브를 심어줬다.


분갈이 직후 모습 (장미허브, 장미허브, 포인세티아)


그런데 이상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자 장미허브 잎이 쳐지고 물러지기 시작했다.


초보 집사.

지난번 모체의 물렁해진 잎이 기억이 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식물 카페에 문의를 했다.


진단은 역시나 과습. 

그런데 과습에 대한 언급뿐 아니라 흙 상태에 대한 말이 있었다. 마사토와 섞으라는 것이었다. 


장미허브에 마사토와 상토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싶어 유튜브 안에서 검색했고 문의했다. (출처: Green ssum)


장미허브는 다육식물로 삽목 방법으로 분갈이를 해야 하고 바로 물을 주면 무를 확률이 커진다고 한다.

그래서 삽목 후 며칠 뒤에 물을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예 물꽂이로 뿌리를 내린 식물이라면 바로 물 줘도 상관없음.) 

또한 다육식물처럼 마사토(굵은 입자용토)를 섞어 쓰되, 다육식물보다는 상토의 비율을 늘려도 된다고 한다. (상토 50~60%, 마사토 50~40%) 


장미허브 분갈이 tip
1. 다육식물로 분갈이 시 삽목 방법 사용.
2. 분갈이 때 물을 주면 안 됨.
3. 카랑코에처럼 상토 60(50), 마사토 40(50) 비율. 

과습 처방 tip
1. 물 말리기 
2. 통풍에 집중하기 (선풍기, 또는 자연 바람) 
3. 화분받침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신경 쓰기 



지난번 상토에서 잘 자라주었던 건 식물이 용케 버텨낸 거였나 보다.


적정 온도, 적정 환경이 있을 법했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다.

건강하고 기름기 많은 환경이 당연 모든 식물에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카랑코에처럼!)


분갈이 후 과습으로 몸살을 앓음


나의 장미허브는 분갈이 한지 2주가 지났음에도 생기가 돌아올 생각을 안 했다. 광택이 흐르는 모체와 달리, 분갈이한 화분은 푸석푸석해 보인달까.. (물광 느낌 얼굴과 푸석한 얼굴의 차이랄까.)


식물의 속도를 기다리기로 했다. 꽤 오랜 기간 말리고 그러고 물을 주기로.

오랜 시간이 흐르자 식물도 생기를 되찾았다!

생기를 되찾은 모체와 분갈이 화분들


또한 장미허브 잎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더 이상 키가 커 휘어지지 않게 순 따기를 감행했다. 

순 따기 2주가 경과했는데 분갈이하지 않은 장미허브의 잎은 금세 새순이 났지만 분갈이한 것은 여전히 더 이상 잎이 나지 않고 있다.


1. 분갈이 후 순 따기를 한 식물 (4/ 4모습) 2. 분갈이 후 순 따기를 한 식물 (4/8모습) 3. 분갈이하지 않고 순 따기 한 식물 (4/4 모습)  


그런데 또 문득. 장미허브를 관찰하다 보니 '내 장미허브만 간격이 넓네...?'


다시 검색. 웃자람.

장미허브도 웃자라는구나 ㅠㅠ 초보 집사 장미허브 크느라 고생이 많다. 앞으로 빛을 더 잘 보여줄게. 



우리 집 거실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화분의 공간들이 집안의 아가 물건에게 점점 침범을 당하고 있었다. 나 역시 더 이상 화분을 늘릴 수가 없었다. 장미허브 가지치기 후 많은 줄기가 생겼고 나는 이들을 다른 집으로 분양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2차 분양이 이뤄졌다. (카랑코에도 함께)


장미허브와 카랑코에 2차 분양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말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평소 좋은 소식, 나쁜 소식 이야기를 많이 하는 우리였다.



좋은 소식! 

내가 식물을 다른 사람에게 분양했다는 것. 

평소 끔찍이 화분을 아끼는 나를 보며 '웬일이냐며 진짜냐며 잘했다며' 칭찬하는 남편에게 뒤이어 말했다.


그런데

남편아, 나쁜 소식!


"식물을 화분에서 뽑아 분양했고, 장미허브는 분갈이해서 결과적으로는 화분이 더 늘었어!!!"


남편아 내가 속인 건 아니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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