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스페셜- 스쿠버다이빙의 두 얼굴
꽤나 오래 전의 다큐지만, 얼마 전에 강사님이 한 번 보라고 하신 걸 이제야 보았다. 제일 좋아하는 다이빙 포인트인 제주 문섬 바다부터 나와, 설레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면서 보다가, 조금씩 좁혀지던 미간이 펴질 못 했다.
제주 바다에 잘 보이는 청줄돔.
실제로 보면 파란 줄무늬는 신기한데, 못생겨서 나는 별로 안 좋아하는 물고기 ㅎㅎ
쏠베감펭 ( Lionfish )
작년 제주 다이빙에서 처음 만나고 반했던 쏠베감펭. 사진으로 보니 못생겨 보이는데, 실물로 보면 엄청 화려하고 예쁘다!!!!
야간에 보면 훨씬 더 예쁜 문섬의 산호들.
제주도 다이빙은 문섬 다이빙 하나만으로 가 볼 만하다.
KBS 환경스페셜 스쿠버다이빙의 두 얼굴 편
얼굴이 찌푸려지기 시작한 건 대왕문어를 잡으러 가는 머구리들. 이 환경스페셜이 2012년에 촬영된 작품인데, 8년이 지난 2020년에도 크게 변함은 없다.
“ **지역부터 그 밑 지역은 그냥 다 머구리야.” 라고 말씀하시는 다이버님들을 종종 만날 뿐 아니라, 쓰레기를 주워 나오는 우리 팀을 그거 왜 줍냐고 타박하는 분들도 많이 봤기 때문에. 해경 단속 시엔 우리 같은 다이버를 얼굴로 내세우고, 뒤로 해산물 챙기는 분들을 강릉, 고성, 양양, 여수 등에서 여러 번 실제 만났으니까. 심지어 2019년 첫 해양실습 때 배 위에 올라온 멍게, 해삼을 많이 봤으니까.
정말 창피했던 인터뷰.
사람들의 생각은 전부 다 다를 수 있지만, 저렇게 쓸어가려고 다이빙을 하시는 건가 싶다.
물고기, 문어나 전복 잡 아오시는 스킬 보니, 하루 이틀 다이빙하신 분들이 아니다. 바다라고 해서 보고 싶은 전복이나 문어를 그렇게 쉽게 만나지는 게 아니다. 물론 실력이 출중하신 분들은 지형만 봐도 기가 막히게 어떤 물고기들이 어디에 살지가 보인다고 한다. 저렇게 여러 회 다이빙을 하셨다는 건, 해산물을 정말 질리도록 드셨을 텐데, 저렇게 한 짐 챙겨가는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인상에 남던 다이빙리조트 사장님의 말씀.
다이버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
스쿠버다이빙이 하다 보면 월급쟁이들이 쉽게 하기 힘든 취미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숨 쉬는 것부터 돈이 드는 행위이다 보니, 다이빙을 아무리 좋아해도 선뜻 바다가 보고 싶다고 짐을 꾸리기는 힘들다. 실제로 다이빙하시는 분들을 보면,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있으신 분들이 많다. 물론 경제적인 것과 관계없이 다이빙에 빠져 삶의 우선순위가 다이빙인 분도 있다. 이런 분들 대부분은 비싼 해산물을 사 먹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전혀 없으시다. 다이빙해서 잡으면 되는 굳이 뭐하러 돈 주고 사 먹냐-하는 마인드라면, 그냥 낚시나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탱크 비 아끼시면 얼마든지 사드실 수 있으니까.
하나 더 불편했던 포인트.
먹거리 다이빙 대신 바다에 볼거리를 만들어서 다이버들을 유치하자는 건데...
나는 어떠한 인위적인 행위도 자연에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저러한 대게 철조물이나 폐선박을 빠뜨려 놓은 게 과연 바다에 좋은 가 의문이 들었다. 당장 몇 년은 다이버들을 부를 수 있지만, 저 폐선박을 나중에 바다 밖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싶다.
어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에 대한 경제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 바다 생물 개체 수 감소보다 더 악영향을 끼친다는 논조가 실려 있는 거 같아서 좀 아쉬운 다큐였지만, 그래도 이미 9년 전에 이런 문제를 짚어봤다는 건 매우 유의미하다. 물론, 아직도 먹거리 다이빙이 국내 바다 어디서나 보기 쉬운 광경이라는 건 마음이 아프다.
바닷 속 촬영하면서 실제 수중 실태도 카메라로 남겨주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다큐에 나온 다이빙 리조트 사장님의 말씀대로
다이버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나부터, 해양 생물 보호에 더 힘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