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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니버서리 Feb 28. 2024

응가 닦아주는 여자

똥꼬 닦는 일에 대하여





조금 이상한 얘기지만 나는 아이의 똥 냄새를 맡는 것이 그리 싫지 않다. 아니, 솔직히 그 냄새를 좋아하는 것 같다. 


혼자서 응가를 하겠다고 내 한 손바닥에 다 들어가는 자그마한 엉덩이를 변기시트에 들이밀고 앉는 자세도,

힘을 주며 낑낑하는 요상한 소리도, "와! 엄청난 응가가 다섯 개나 나왔다!" 하며 소리치는 승리감 가득한 목소리도 좋아한다.


나는 아이가 응가하는 동안 화장실 문 앞에 앉아서 무릎을 모으고 기다리는 그 시간이 좋다.




"엄마, 다 했어요. 똥꼬 닦아 주세요."


아이가 부른다.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 아이 앞에 서면 아이는 변기에서 일어나 두 팔로 내 허리를 감싸고 제 몸을 기댄다. 작은 무게를 내게 실은 상태로 두 다리는 살짝 벌리고 서서는 휴지가 똥꼬에 닿는 간지럽고 요상한 느낌에 킥킥 거린다.


아이가 작은 몸을 내게 기대올 때 나는 참 기분이 좋다. 나를 얼마나 믿고 의지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달까? 내 세포 한 조각에서 시작된 이 작은 생명체가 혼자서 응가를 해낼 만큼 자랐다는 사실도 새삼 벅차게 놀랍다.


휴지를 두세 조각 뜯어 똥꼬를 살살 닦아준다. 세게 하면 여린 살이 행여나 찢어질까. 톡톡 두드리기만 한다. 닦을 때마다 휴지에 살짝 묻어나는 아주 작은 흔적도 귀엽고, 엉덩이 아래로 보이는 변  속 동글동글 놓여 있는 황토색 고동색 덩어리들도 사랑스럽다.





세상에 누군가를 다시 사랑한들 이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다.

나는 아이와 지독한 사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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