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들여다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분야가 하나쯤은 있다.
실천할 때 부담스럽거나 막막하지 않은 영역.
맛을 보고 맛에 대해 평가한다든지, 노래가 나오면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든지, 눈에 보이는 물건을 그림으로 그린다든지.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거부감, 두려움이 없는 일이 있다.
나에겐 ‘글쓰기’가 그렇다.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 경진대회가 열리면 상상화 그리기가 아닌 상상 글짓기에 공모했고, 백일장에 나가서도 늘 산문이나 운문을 택했다. 처음 선택을 거슬러보면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림보다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인생은 자신감이라 했던가. 이렇게 선택하다 보니 초등학교 3학년 때 산문으로 지역 백일장 대회에서 장원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과 부모님, 주위 어른들의 칭찬이 어린 나의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줬다. 그 짜릿한 경험은 내가 글쓰기를 선택하는데 확신을 주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비슷한 경험을 하고 나니 글을 사랑하고 믿는 나의 마음에 정점을 찍게 되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글을 쓰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하나의 종목 정도로만 경계선을 두고 넘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하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운이 잘 따라주어 또래보다 조금은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동안 내 인생의 전부일 것 같았던 직업을 갖기 위한 여정이 끝이 나자, 버스정류장에서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몇 번 인지도 모른 채 멍하니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더는 내가 무엇을 해내야 하는지 몰랐다.
직장에서의 첫 해를 실수와 적응, 불완전한 선택들로 채워가며 마무리할 때쯤 나의 가치를 찾고 싶어 졌다. 누군가의 권유, 남들의 눈치, 사회의 기대에서 벗어나 나의 온전한 동기가 나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글쓰기는 나에게 가장 익숙한 분야 중에 하나다. 이 도구를 이용하여 어제와는 다른 나를 만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