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알고 있었나
골랐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자세히 보지도 않고 그 멀리서 골라버렸다. 물론 나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때는. 튼튼하고 부드러운 가죽인 줄 알았다. 내 손에는 부드럽게 감기지만 내가 언제고 버티고 기대도 변함없을 그런 줄인 줄 알았다.
다 내 허상이었다. 나의 착각이었고,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내가 고른 것은 얇디얇은 실 한 가닥이었다. 선택은 바꿀 수 없고 시간을 돌릴 수도 없다. 이걸 잡고 매달려 있어야 하는데 이 얇은 실 한 가닥은 잡으면 잡을수록 고통스럽다. 내 몸무게가 온전히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둘째 치고, 너무 얇아서 잡고 매달려 있을수록 나의 고통은 좁지만 깊게 들어왔다. 실을 꽉 쥐면 꽉 쥘수록 내 살은 더 헤집어졌고, 손에 힘을 풀면 이제 아물려고 상처 위에 덮인 얇은 피부를 걷어냈다.
처음 상처가 날 때는 밤낮이고 쓰라렸다. 생살에 새로운 흔적이 생긴다는 건 그런 거겠지. 이 고통은 무한할 거라는 생각이 들 때쯤. 수도 없이 많은 밤이 지나고 쓰라림은 차츰 줄어들었다. 다만 잊을 만하면 욱신거렸다. 나의 선택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겨우 잊어낸 첫날부터의 그 고통을 다 기억해낼 욱신거림이 찾아왔다. 빈도는 아주 조금씩 줄었지만 그때마다 상기되는 아픔의 크기는 줄어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책임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밀려오는 고통만큼이나 죄책감 역시 꽤나 컸다. 가끔은 손을 놓고 모든 것을 끝내 버리고 싶기도 하고 실에 눈을 감아 실에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으려고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그랬듯 나의 편이 아니었다. 아주 잠시 좋아질 순 있어도 나의 손엔 언제나 실이 쥐어져 있었다.
이 게임이 끝나길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