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첫걸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우리가 배우는 사회 과목 속에는 정치, 역사, 경제, 지리, 인문 등을 포함한 사회 전반적인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기대되는 역할을 익히기도 한다.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도 행동으로 옮기기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겪어보고, 실천해보면서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교실은 아주 작은 사회이다. 의견이 서로 다른 아이들끼리 뭉쳐 불화가 생기기도 하고, 함께 결정해야 할 안건도 있으며, 때론 힘을 합쳐 선생님께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한다.
자치활동이란
학생이 자주적으로 학교생활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활동이다. 쉽게 말하면 학생들이 학급,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스스로 파악하고 해결해나가는 활동을 말한다. 학생들은 자치활동에 참여하며 민주시민의식을 기를 수 있다.
학급 자치활동을 하려면?
학기 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반장과 부반장(회장과 부회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함)을 뽑고 학급 임원을 조직한다. 특히 새 학년 새 학기에 뽑는 임원은 학생의 평소 언행이나 학급에 대한 애정도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학생들이 분위기나 외모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학급 임원 후보자 등록
-후보자별 공약 및 연설문 듣기 (유권자는 필요에 따라 메모)
-후보자 공청회 및 토론회(유권자는 후보자에게 질문할 수 있으며, 후보자 상호 간에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음)
*많은 후보자들이 공약을 할 때 모호한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행복한 교실을 만들겠습니다.' '선생님 말씀에 따라 친구들을 잘 이끌겠습니다.' 등. 교사가 공청회 및 토론회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면 공약을 들었던 유권자들은 질문을 한다. '어떻게 행복한 교실을 만들 것입니까?' '행복한 교실은 공부를 잘하는 교실입니까? 체육을 잘하는 교실입니까?', '선생님이 안 계실 땐 어떻게 할 것인가요?'
크.. 5학년도 이런 질문을 한다!!
학급 임원 조직이 끝나면 첫 학급회의를 연다. 임원들이 주가 되어 진행하고, 학급 구성원은 각자 들어가고 싶은 부서에 들어간다. 되도록이면 모든 부서에 골고루 학생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반에서 운영된 부서는 '학습부, 생활부, 체육부, 도서부, 봉사부, 환경부'이다. 줄일 수도, 바꿀 수도 있으니 참고만 하면 된다.
<학습부>
과학실험 도구 준비를 비롯한 수업 관련 도움 지원, 감사노트 및 숙제 제출 안내, 수업시간 및 쉬는 시간 지키기 등
<생활부>
학급 내 경찰. 사소한 불화는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도록 도와주고 해결이 되지 않는 일은 교사에게 맡김. 교사가 없을 때 일어난 일을 모두 보고.
<체육부>
체육전담시간에 줄 세우기, 체조하기, 체육기구 준비하기 등 체육수업과 관련된 일
<도서부>
학급 친구들의 독서 장려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 아침활동시간 관리
<봉사부>
전기절약, 문단속, 아프거나 힘든 친구 도와주기, 1인 1역 검사하기
<환경부>
교실 청결 및 친구들 작품을 관리, 학급 회의록 관리 및 교실에 부착.
모든 것을 말 그대로 학생들이 모두 맡아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명목상 역할은 주되, 반드시 교사는 모든 활동을 함께하고 지켜봐야 한다.
또한 처음부터 역할을 하나하나 알려주면 안 된다. 그럼 시키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큰 틀로 부서가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준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
(예를 들면 ‘학습부는 주로 친구들의 공부와 관련된 일을 도와줄 수 있다.’라고 설명)
지속적으로 학급회의와 부서활동을 하면서 부서에서 이런 일을 이렇게 하고 싶다고 발표하면 교사는 학생들의 교육권과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허가한다. 최대한 학생들이 해보고 싶다는 일은 대부분 오케이 해준다.
각 부서에서 이번 주에는 해봤다가 어려우면 선생님께 역할을 양도해도 괜찮다. 부담 없이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책임감을 길러본다.
주 1회, 격주로 1회 등 주기적으로 학급회의를 연다. 학급회의는 학생들이 진행해야 한다. 교사가 진행하다 보면 자칫 학생들이 생각 말하기, 의견 나누기보다 정답을 찾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될 수 있다.
내가 지도한 학급회의의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개회 및 학급 구호 외치기
요즘 학교에서 학급이 단합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학생들이 단합하는 마음과 우리 반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반 구호를 만들어 외치고 있다. 말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2) 지난주 반성하기
지난주 생활 목표(실천사항)에 대해 잘 지켰는지, 반성하고 피드백하는 시간이다. 모둠별로 의견을 나눈 뒤 발표한다.
3) 이번 주 생활 목표(실천사항) 정하기
마찬가지로 모둠별로 이번 주 생활 목표(실천사항)를 정해 발표하고 다 수합이 되면 다시 모아 한 가지를 고른다.
4) 강화 방안 찾기
이번 주 생활 목표(실천사항)를 잘 지키게 할 수 있도록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토의한다.
5) 부서별 알림
부서별로 모여 알리고 싶은 내용이나, 수정사항 그리고 부서에서 더 관심이 가는 학급일을 발표한다.
6) 안건 및 익명의 제보
교실에 뭐가 고장이 났다던지, 교사에게 바라는 점 혹은 친구들에게 익명으로 말을 할 수 있다.
7) 폐회
마무리한다.
임원과 부서 수립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 처음 부서활동을 접하게 되는 학생들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고, 어려워할 수 있다.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한 후 학생들이 활동을 하면서 궁금한 점이나 어려운 점을 해결해준다. 또 학급회의 도중, 부서활동 시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행동을 한다면 제재를 하고 모두가 활동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늘 살펴야 한다.
기대되는 교육효과라는 말 보다 우리 반 학생들이 겪었던 변화가 더 유의미할 것 같다.
1) 학급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관심 증가
아까 설명한 대로 부서별로 학급의 일을 찾아 하다 보니 학생들의 관심이 곧 학교생활에 긍정적인 역할을 주기도 한다.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걸 알아간다.
2) 학생 사이 의사소통 활발
학급회의를 하면서 모둠별, 학급 전체의 의견을 나눌 기회가 많다.
3) 또래관계 개선
부서별로 활동을 하면 평소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도 이야기할 수 있다.
4) 교사와 학생의 신뢰 형성
학생들은 스스로 하는 일을 좋아한다. 생활 목표도 교사가 무작정 통보하면 안 지키는 아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주체에 따라 차이가 크다. 자기들이 만든 규칙이라 '규칙'이라는 것에 신뢰를 하고 관심을 준다. 우리 반에서 내가 의견을 낼 수 있고, 친구들과 선생님이 들어준다는 경험은 민주시민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