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한대 뽑은 이야기

by 우노

Private Pilot License 비행시험을 며칠 앞둔 어느날.


Private Pilot License (개인면장) 로 말할것 같으면, 조종사들이 가장 처음 따는 자격증중 하나로,

이 자격증이 있으면 본인 명의로(?) 로 비행기를 몰 수 있다. 그말인 즉슨, 이 자격증으로 비행기 렌트를 할수도 있고 내가 직접 비행기를 사서 몰수도 있다는 뜻 (엔진이 하나인 경비행기에 한해서다).

아무튼, 여긴 위키피디아가 아니니 자세한건 검색들 해 보시라.


Kijiji였나, Facebook Marketplace였나.. 를 영혼없이 구경하고 있었는데 (중고상품을 파는 캐나다 당근마켓같은 사이트다), 거기에 비행기가 매물로 올라온게 아닌가..?

이 비행기로 말할것 같으면, 삐까뻔쩍한 밀리언 달러 프라이빗 제트기 이런게 아니라 정말 구형중 구형인 1963년생 세스나 172. "D" 모델이였다.

A가 가장 오래되고 여기서 멀어질수록 새삥인데, 내가 있던 비행 학교에선 S/R모델을 썼다 (이것도 가장 새 모델이 아니다). 그러니, D모델은 대부분의 교관들도 본적 없는 깡통이다.


게다가 혼자서 쓰는것도 아니다. 6명이 함께 그룹으로 이 비행기를 사서 운용하는데, 그중 한명이 자기의 Share를 팔겠다고 올린 광고였다.


근데 생각해 보자. 내가 이 쉐어를 사서 비행을 하면, 내가 이 비행기의 1/6을 갖게되는건 물론이고, 학교에 내는 비싼 렌탈비용도 절약할수 있고 교육을 마친뒤엔 이걸 되팔수도 있는거다. 그 사이에 내야하는 비용은 기름값과 유지비.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타이트한 학생 조종사에겐 너무 좋은 제안이다 싶어, 자격정도 없는 학생이 이걸사겠다며 덜컥 메세지를 보냈다.


답변을 하신분은 에어캐나다에서 30년 넘게 일하신 기장님이였다. 기장님께서 너에게 팔고 싶지만, 보험때문에 최소한 Private Pilot License가 있어야 한다면서. 시험을 붙으면 연락하란다.

그래서, 내가 시험이 이틀 뒤고 내가 자격증을 들고 갈테니 기다려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알았다고 하신다.


이 비행기를 꼭 사고싶었던 나는, 비행시험을 눈에 불을 키고 준비했고 자격증을 따냈다.

그리고 이틀 뒤 - 기장님과 나는 토론토에서 약 한시간정도 떨어진 작은 공항 비행기 격납고에서 만나 이 딜(?)을 마무리 했다.


그렇게 나는 첫 비행기 면허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1/6의 비행기를 샀다.

이 비행기로 밤비행 레이팅도 따고, 산업용 타임빌딩 (자격증을 위해 시간을 쌓는 비행들)도 마치고, 교관 교육도 받았다.

교육뿐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열심히 놀러도 다녔다. 점심을 먹으러 주변 공항으로 쉼없이 비행을 해댔고, 다른 동네에 놀러갔다 천둥번개 비바람에 같히기도 하고, 최악의 랜딩도 해보고, 타이어도 터져 보고..

정말 말도 안되게 소중한 경험들을 이 비행기와 함께했다.


열심히 쓸고닦고, 직접 오일교환도 하고, 타이어 교체도 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내 첫 비행기.

교관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이 비행기가 주차되어 있던 공항과 다른공항에서 일을 하는 바람에 거의 쓸수 없게 되어 다른사람에게 팔아야 했다.


그렇게 내 비행기 (이름도 있었다, Phebe 라고) 는 떠나갔고, 최근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은행관련 일을 하시는분께 통채로 팔렸다는것 같다.

지금도 그리운 이 비행기, 이 친구와 여기저기 놀러다녔던 이야기는 다음 스토리에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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