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이슈, 그리고 해프닝]

by 운옥

삶을 살면서 사건사고가 없을 수는 없다.

그것들 중 어떤 것은 인생의 무용담이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것은 그 회복의 때를 알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기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사건(이하 이벤트)이 발생하면 그 순간 얼어버렸던 것 같다.

이 이벤트가 어느 정도의 일인지도, 그 전후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그리고 상황에, 사람들에, 그리고 내 자신의 혼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그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버텼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 일도 아닌 일에 크게 상처받았고, 때로는 그 별 것 아닌 일이 정말 별 것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을 반복해서 겪다 보니 어느 순간 맷집도 생기고 나름대로의 대처하는 노하우를 찾기도 했다.

나 같은 경우 이벤트가 발생하면 제일 처음 하는 일은 최대한의 감정을 미뤄두고 이벤트를 분석하고 해석하려고 한다.

단, 이벤트의 분석 및 해석은 횟수에 제한을 두어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

같은 일을 곱씹는 일은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이성적인 확대 해석과 왜곡으로 사건의 의미를 쓸데없이 심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벤트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충분하게 마무리되었다면, 이제 그 결과에 따라 해당 이벤트를 ‘이슈’로 진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해프닝’으로 마무리 지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슈’로 진화시키기로 결정했다면, 이제는 제대로 전투 준비를 해야 한다.

단, 전투를 시작하기 전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이벤트를 이슈로 결정 내린 이유가 명확해야 하고, 이 전투를 통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지 그 목표도 확실해야 한다.

또한, 일단 이슈로 진화되면 내가 승자가 되든 패자가 되든, 나 자신도 그 과정 속에서 어느 정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으며, 상대와의 관계 및 나를 보는 외부의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해프닝’으로 마무리 짓기로 결정했다면, 나중에 이 일을 떠올리면서 이런 일도 있었다고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의 진정한 해프닝으로 만들어야 한다.

해프닝을 선택할 때 주의할 점은 그 선택이 도피나 회피를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도피나 회피를 위한 선택일 경우 당장은 상대와 웃으며 상황을 모면할 수 있어도, 이후 자신이 감당해야 할 그 자괴감이 이슈를 선택했을 때보다 더 자신을 괴롭게 할 수 있다.


살다 보니 나한테 일어나는 수 많은 이벤트 중 내가 손 쓸 수 없는 경우들도 있지만, 반대로 이 일의 향방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경우들도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난 가능한 나에게 벌어지는 이벤트들에 대해, 내 자신이 결정권을 가지고 내 삶을 꾸려나가고 싶다.

쓸데없이 이슈로 다툼이나 상처를 만들지 않고, 정말 내 나름의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그런 삶 말이다.

그래서 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내 자신에게 묻는다.

이 일을 이슈로 하고 싶어? 아니면 해프닝으로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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