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연월:2016.08.16)
이삿짐박스 재질이 도대체 뭐지...?
어느 날 이삿짐 박스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 박스를 만드는 소재의 정확한 "명칭"을 알고싶었습니다.
단프라박스, 폴리베니어, 플라스틱보양지, 안 그래도 “언문일치가” 잘 안 되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국적불명의 명칭들 때문에 더 헷갈렸습니다.
이후 정식 명칭은 ‘폴리비니어’, 우리가 익히 아는 건축용 내·외장재로 쓰이는 비니어합판의 이름을 차용한 POLY 폴리 계열의 석유화학 제품으로 “플라스틱 골판지”라는 걸 알게 되었고, 주로 이삿짐 박스로 많이 쓰이고, 각종 공구류 및 장비의 특수포장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소재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사무실, 학원 전문인테리어"를 주력하다 보니 협력업체들이 엘리베이터 내부와 바닥 보호를 위한 (보양용)으로 사용하는 것만 봐왔지만, 내가 직접 써본 일은 없기에 익히 잘 아는 종이 보양지(골판지) 외 에는 잘 알지는 못했습니다.
어느 날, 새로이 한 식구가 된, 직원 (대구친구) 왈...!!
행님! 현장에서 바닥에쓰는 골판지(롤 보양지)는 습기에 약한 종이지 않습니까...?
“폴라~~ 베니아” 함 써보시지 예...?
엥... 이건 또 뭔 소리...!
아~~ 이삿짐 박스 같은 거...!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석고보드와 동일한 규격의 900 ×1800 (3×6 사이즈)에 당시에 장당 2,00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현재는 정확히 장당 2,500원입니다. “도매가 기준”...ㅎㅎ)
당시 그 시절, 한창 잘 나가던 회사에 경영악화로 인해 점점 어려움이 밀려와 일터와 삶의 공간도 바뀌는 시점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나중에 제대로 정리해 볼 계획입니다. 왜냐면 잘 나가던 사업이 한순간 어긋나는 일에 원인은 아주 작은 결정에 있고, “아차” 하고 느끼는 순간, 그 결과는 처참하기 때문입니다.)
나이 39살에 기적적으로 낳았던 아들·딸 쌍둥이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모든 걸 정리하고 학교 근처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결정했고 사무실은 거의 해체 수순에 접어들어 다시 일어설 공간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저를 포함, 전 직원 3명이 여유롭게 쓰던 “40평대 전시장 겸 사무실”은 빨리 기억 속에서 지워버려야 했고, 당시 기준 10여 년 전 “신혼집 내방 한구석에 노크 북 한 대 펼쳐놓고” 후배들과 홈 페이지 하나 만들어, 수중에 단돈 10만 원으로 “오버추어 광고”에 몰 빵 하여, 40만 원짜리 “칸막이 이전설치” 공사로 시작했던 기사회생의 그때를 떠올리며 다시 추스르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됐든 월세 살이 그때보다는 지금은 금쪽같은 내 새끼 둘이나 있고 "비록 은행 빛이지만 서울에 아파트는 하나 장만했으니 이 정도면 살만하다.!”
기회는 늘 가까운 곳에 있다던 가요...! 밤 낯으로 주변을 물색 하 던 중, 뜻 밖에 아이들 학교 후문, 바로 옆의 3층짜리 예쁜 필로티 형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1층은 비어 있는 “창고 겸 주차장”이고, 며칠을 지나쳐도 계속 눈에 아른거려
결국 용기를 내어, 나의 노출콘크리트벽지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들고 건물주를 찾아갔습니다.
“작은 인테리어 디자인 전시장 자리를 찾고 있는중인데, 이 건물이 너무 예뻐서 찾아뵙게 됐습니다."
조금 구상해 보니 1층을 사무실로 꾸미면 건물 전체가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사실 건물주 만나기 며칠 전, 나름 치밀하게 준비했었습니다.)
펜스가 둘러지고 자물쇠가 채워진 저녁시간, 몰래 담장을 넘어 잽싸게 내부 실측을 마치고
현재 평면도부터 대략적인 외부 디자인까지 뽑아 들고 준비해 갔기 때문입니다.
(나쁘게 보면 건조물 침입이고, 좋게 보면 열정이었는데, 건물주가 웃어 넘기기에 대화가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사무실로 허가가 가능할까요?
기본 금속·유리 공사비만 부담해 주시면, 먼저 필로티(기둥)사이로 유리칸막이 공사하고, 준공 이후 필로티 밖으로 유리를 재배치하여 커튼 월 방식으로 공사하면 건물 외형도 멋지게 바뀔 거 같은데...
추가비용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사장님도 1층 비워두시기보다는 월세수익이 생기면 좋지 않으시겠어요...?
그런데 내 열정이 통했었나, 이 제안이 먹히네...ㅎㅎ
마침 건물주도 "부동산을 공부 중인"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었고, 공사 당시 자금 부족으로 1층을 주차장으로 만들었지만 향후를 생각해 사무실 인허가를 이미 받아둔 상태였답니다.
그렇게 작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디자인 전시장을 만들게 되었고, 2년 남짓 주변 옛 친구들과 많은 소통을 했던 소중한 공간이었으며, 아이들도 학교 후문 바로 옆이, 아빠 사무실이다 보니 방과 후 엄마와 함께 거의 매일 놀러 오는 또 다른 집 같은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집에서도 200m 남짓 가까워 출퇴근 개념 없이 24시간 일할 수 있는 공간이자, 취미 생활 “디자인과 개발”을 맘껏 할 수 있었기에, 이전 어려움들도 조금씩 풀려나가며 새로운 아이디어에 몰두하기 좋은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건물의 구조적 문제와, 바로 앞 “고층 아파트에서 생기는 빌딩 바람”에 내부로 빗물이 유입됐고, 출입구는 말 그대로 초토화였습니다.
커튼월 방식이라 기둥이 없어 어닝을 설치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간판 자리까지 올려 시공하게 되면 말 그대로 건축 외형의 조형미가 다 깨져 버리고...
그래도 너무 불편해 건물주가 보조해 준다면 반반씩 해볼 생각도 있었지만,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었을 때 답은 깔끔했습니다. “NO.”
어닝 협력업체에 문의해 보니 전체를 돌리려면 최소 300만 원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마음으로, 이 선택지는 접었습니다.
어닝은 카페 분위기가 강하고 너무 흔한 디자인이 되었고, 인테리어 천막은 모던한 사무실에 자칫 곡선미만 강조되거나 특색이 없어질 것 같았습니다.
곰곰이 생각 보니 결국 물이 들어오는 부분은 주출입구 강화도어였기에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전체’가 아니라 ‘도어만’ 가리자.
그리고 제가 늘 써오던 방식 "프로젝트의 기둥 4가지"를 세워
"기능적 고착을 극복"해 보기로 했습니다.
[디자인 전시장 차양막을 위한 프로젝트 기둥]
1. 모던한 커튼월에 잘 어울릴 것
2. 건물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것
3. 저렴한 소재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4. 제작과 설치가 쉬울 것
이 기준으로 중앙 편개(강화도어) 부분만 우선 시뮬레이션해보기로 했습니다.
기존 어닝은 철제 프레임과 “접었다 펴는 팔” 역할의 ‘아암’ 구조가 핵심이다.
(이 때문에 비쌀뿐더러 길이가 너무 길어 잔고장이 심하다.)
인테리어 천막은 철제 프레임에 패턴을 만들고 그 위를 천으로 감싸는 방식이다.
(이것은 디자인에 따라 엄청나게 비싸며 기본 천정고가 4m 이상은 돼야 모양이 난다.)
그래서 결론을 내립니다.
천막이 아닌, 조금 더 하드 한 소재로. 그리고 그 소재(스킨) 자체가 뼈대 역할까지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즈음, 자재를 찾다가, 창고 바닥에 있던 이삿짐 박스와 한쪽에 세워져 있던 폴리비니어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네! 저 박스를 45도로 절개한다고 하면 기본 천막 모양이 나오네...ㅎㅎ)
그동안 특허와 실용신안을 5~6건 정도 출원했는데, 대부분 종이 소재의 박스나 패키지 구조 디자인이었기에 종이접기를 응용한 구조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60년 넘게 핸드백을 만들어온 장인이셨고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가방 제조의 전 과정을 보고 자랐기에 해체된 구조만 보아도 완성품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감각은 어릴 적부터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러프하게 그린 종이 스케치 한 장, 정교한 CAD 설계도까지는 딱히 필요 없었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만들기 시작해, 약 두 시간 만에 형태가 나왔고, 다음 날 중앙 출입문에 설치해 보니
‘그럴싸하다’ 정도가 아니라, 정말 괜찮은 사업 아이템처럼 느껴졌습니다.
며칠 후... 어느 여자분이 노크를 하며.
혹시 밖의 저... “플라스틱 차양막”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신 거예요? 하며 물러 보길래...
네! 빗물 유입때문에 불편해서 생각나는 대로 만들어 보았는데 많이 허접하네요...ㅎㅎ
아니에요. 너무 모던하고 좋아요...!
혹시 저 소재가 뭐예요...?
네~~ 폴리비니어 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이삿짐 포장박스하고 같은 재질이에요!
아... 네! 너무 좋은데요.
아이디어가 너무 좋으세요...!
자신을 맞은편 미술학원 원장이라고 얘기한 후 명함 한 장 받아 가신다.
(사실 미술학원과 우리 사무실 거리는 불과 30m 남짓이고 중간에 이사 전문 업체가 있다...ㅎㅎ)
물론 그 당시 너무 바빠서, 그리고 원장님도 바쁘셨을 테지만, 그렇게 인사한 후 실제 설치까지의 피드백은 받지 못했지만...
그런데 개발이라는 건 , 내 아이디어에 관심을 같아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고, 그것을 자신과 대입해 구입이나 설치 의사가 있을 때, 이때는 사업의 조짐이 보이는 거라고 감히 말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좀 더 디자인이 정리되고 더욱 엣지-감 있게 1:1 크기의, 또 다른 버전을 만들어 보았지만 접는 방식이 토할 정도로 복잡하여, 유통 및 시판 생각은 접었으나 “향 후 궁금하신 분이나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3*8 사이즈 도면은 공개”할 계획은 있습니다...ㅎㅎ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갑작스러운 찬바람에 가을을 넘어선 겨울이 됐을 무렵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빗자루로 차양막 위를 쓸어내리니 절반 가까이가 떨러 져 내려오는 겁니다.
허 걱...!!
뭔 일이야 누가 부신 거야...!!
그런데 바로 원인 분석도 필요 없이 플라스틱이 삭아서 손으로 살짝 눌러도 부스러져 버리는 것이 비바람만의 문제가 아닌 자외선이 원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결국 UV코팅이 가능할지, 아니면 자외선에 강한 다른 소재를 찾아야 할 지, 고민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렇게 먹고사는 일에 치이고 께속 떠오르는 다른 아이디어들로, 또 다른 창의적 행위를 이어가며 잊힐 즈음 얼마 전 그 대안으로, 기능적으로 엄청나게 진보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고, 현재 이 부분에 대한 사업계획서 작성 그리고 그레이드를 확, 높일 새로운 시제품 제작을 계획 중입니다.
전 분명히 이 아이템이 비즈니스 모델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엔 제대로 된 Mock-Up 디자인으로 완성된 시제품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coming Soon...!!
추신) 이 기록은 2016년 08월 16일에 만든 물건에 대한 기록이며
2025년 12월 16일에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