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인테리어. (작업기간: 2016.12.12 – 2017.01.07)
2016년 12월 08일 오후, 밴드를 통해 만난 어릴 적 동네친구 영찬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어~어 경식아, 잘 지내지...! 우리 집사람이 선배가 공방을 새로 꾸미는데 주변에 인테리어 잘하는 사람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해서 바로 전화했어.”
“어 그래...! 잘했어...ㅎㅎ 현장이 어디야?”
“전농동 로터리 근처야. 우리 집 아래쪽.”
“아 거기...! 나 잘 아는 곳이야 ...! 바로 날라갈게…!”
전시장에서 그리 멀지않아,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현장에서 저만의 루틴으로 미팅 준비를 합니다.
차 트렁크에서 휴대용 테이블을 꺼내 놓고, 수평 레벨기를 세팅한 뒤, 입구부터 차례대로 실측을 합니다.
제가 노출콘크리트 벽지를 개발하고 마케팅하며 수많은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좀 더 우위에서 디자인과 견적차이로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핵심은 바로
“처음 만남에서 남다른 인상을 심어주는 저만의 준비 태세”였습니다.
(정확히 말해 저를 보여주는 “퍼스널 브랜딩” 홍보였습니다.)
대부분 현장 미팅 시 불편한 건, 앉아서 편하게 대화를 나눌 공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 판단이 중요한 건, 장소도 불편하고 어수선하여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커피숍이나 그 외의 다른 장소로 이동시 “불 붙었던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과정에 대한 기대치가 훅 떨어지고” 주제가 갑자기 공사비로 바뀌는 난감한 순간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구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현장에서의 대화가 가장 중요했고, 이럴 때 제일 필요한 건, 휴대용 테이블 위에 노트북 그리고 캠핑용 의자 몇 개, 배치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준비인 셈이며, 규모가 크고 디자인이 주축인 공사라고 직관적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잽싸게 듀얼 모니터 그리고 휴대용 프린터와 스캐너까지 올려놓으면 말 그대로 ‘모바일 오피스’로 변신하게 됩니다.
이런 행위가 너무 과하지 안하냐고요...?
전혀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현장엔 하다못해 물티슈 한 장까지 중요한 때가 종종 있습니다...ㅎㅎ)
그리고 예비 클라이언트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미리 준비해간 큰 보온병에 따듯한 물과 기호에 따라 마실 수 있는 차와 커피믹스를 적당히 준비해 둡니다.
이때, 별다른 준비 없이 그냥 인테리어 업체를 만나러 왔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비 클라이언트에게 이런 퍼포먼스는 거의 50% 이상 먹고 들어갑니다…ㅎㅎ
특히 겨울철에는 첫 인사로 “많이 추우시죠...! 커피한 잔 하시겠어요...?”
이 멘트 한마디면 여기서 추가 보너스 20% 끌어당깁니다...ㅎㅎ
이곳 전농동 공방현장은 공교롭게도 오래전부터 아주 잘 아는 자리었습니다.
바로 창에서 보이는 맞은편 자리에 “페리카나치킨”매장에서 1991년도에 6개월 이상 “알바”를 했었고, 이 현장은 당시 우리와는 경쟁 자체가 안 됐던, 치킨은 옵서버에 각종 안주로 그냥 선술집처럼 운영했던 바로 그 현장이었습니다.
공방 원장님께 35년 동안 통닭집을 했던 자리였다고 듣고는, “페리카나치킨” 알바시절 많은 에피소드를 쏟아 냈던 그때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ㅎㅎ
친구 영찬이 부인(제수씨)과도 처음 인사 한 후, 우선 원장님의 하소연부터 들어야만 했습니다.
사실 저와 만나기 이전, 인테리어업체 3군데와 현장 미팅을 했지만, 대부분 난색을 표하고 마지막 그래도 긍정적이었던 이태원의 업체도 견적서 보내준다고 한 뒤, 전화조차 피한다며 임대차 계약기간 때문에 현재 운영 중인 공방을 지정된 날짜에 빼줘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인테리어 현장 미팅가보면 흔하게 접하는 사연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제가 객관적으로 봐도, 이전 업체들이 난감해 할 만 하였습니다.
바로 천정의 구조를 한옥의 전통 대들보처럼 꾸며, 작은 평수의 공방 공사라고 쉽게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허-걱” 놀라고, 마감 및 비용 문제로 고민하다가 “소위 단가가 안 맞는 현장”이라고 생각하여 형식적인 인사만 하고 내 뺏을 것으로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구조였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 구조의 한계가 장점을 보였고,
그대로 유지한 채 디자인을 채워갈 것을 권유하면서 공간의 장점과 위치상의 특징.
그리고 한옥의 특징을, 이 곳 작은 공방 현장과 비교하며 설명을 해주고,
너무 재미있는 공사가 될 거 같다고 얘기하니 , 모두들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특히 원장님은”,
그럼 사장님은 천정의 저 구조물을 그대로 쓰는 게 좋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서 돌려 말하지 않고 네...! 아주 자신감 있게 말했습니다...ㅎㅎ
이 지면을 빌어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처럼 자기 분야에서 경험 있는 전문가들의 직관은 거의 정확합니다.
이때 떠올랐던 게, 저 또한 처음부터 준비 된 게 아닌, 천정의 구조물을 보고 “전통 한옥”을 떠 올렸고, 지관 하나하나를 잘 끼워 넣으면, 정제된 서까래 같은 멋이 상상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한옥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교과서적으로 등장하는 (자경/차경/장경/억경) 이라는 4가지 경치에 대한 설명으로 현장에 대한 장점을 설명해주며 강하게 어필하였습니다.
(사실 전 2009년부터 한옥의 아름다움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며 인테리어 현장에 접목시키는 디자인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이 후, 공사 중간 영찬이 와, 술 한 잔 하면서 대화를 나누던 중,
영찬이 왈...! 경식아 그때 나, 너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됐어...!!
난 네가 단순히 인테리어 공사만 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 세 사람 , 네 얘기에 빨려 들어가서 너무 재미있게 들었어...?
그제 서야, 술 한잔의 힘을 빌 어, 나의 세계관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고, 예전에도 힘든 시간 겪어내고 잘 됐었던 경험이 있고, 큰 돈 도 벌어봤기에, 지금 내가 조금 힘든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 말고, 가끔 이렇게 술이나 한잔 하자며,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다음날 밝을 때, 현장 확인 한 번 더 하고 원장님께. “저희 전시장 가까우니 한번 오세요...!” 보여드리고 설명 드릴께 있어요...!
그렇게 원장님이 도착하고 차 한 잔 하며, 그동안의 포트폴리오 “주로 노출콘크리트벽지” 디자인을 보여드리니 감탄하시기에... 그런데 사실 공방현장에는 이 벽지 디자인은 안 맞는 것 같고요.
대신 저기 서있는 종이지관 저걸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원장님 반응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 직관으로는 종이지관이 딱 좋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면서,
그날 밤, 다시 생각을 되짚어 보며 하나하나씩 머릿속에 그려보았습니다.
첫째: 원장님 전공이 시각디자인 이기에 나와 같은 디자인과 출신으로 대화가 잘 통한다.
둘째: 페인트/벽지/필름 등으로만, 마감을 할 경우 천정이나 벽체에 특색이 없어진다.
셋째: 예산이 너무 없다. 그리고 현재 공방 소품들과도 매치가 잘 되는 소재여야 한다.
하지만 이때 갑자기...! 아 아...! 그렇치...ㅎㅎ
해답이 될 만한 좋은 생각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왔고,
내일 계약 이전 한 번 더 어필했을 때 분명히 내 생각대로
이뤄질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사실 원장님은 종이지관에 대해 소재는 재미있지만 자칫 소품들보다
더 튀거나 무거운 분위기 일까봐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한방에 해결할 “묘수”가 머릿속에 확 들어왔습니다...!
다음날 현장에서 만나 도면을 펼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질문을 드렸습니다.
“원장님...! 종이지관 사용하는 거 아직도 탐 탁 치 않으세요...?
어우~~ 네에~~ 솔직히 좀...!
그럼 원장님 뭐 하나 여쭤볼게요...! 혹시 공예가 영어로 뭔지 아시죠...?
네 알지요~~ “Craft 크라프트”요...!!
네 원장님...! 이 종이지관 만들 때 사용하는 종이재료 이름이 “크라프트 지”에요...
우리 어릴 때 “마분지”라고 하잖아요...! 이게 바로 그 이름이에요...!
어 허~~ 그래요...! 원장님 얼굴에 화색이 돈다...ㅎㅎ
업종하고 메인 소재가 뜻이 같은 이런 경우도 흔치 않은데...
우리 디자인 공부할 때 가장 기본인 "아이덴티티"가 딱 맞아 떨어지잖아요...!
저 믿고 한번 가보시죠...?
이렇게 하여, 정식으로 마케팅과 영업, 그리고 디자인으로 다듬어진 이론으로 계약을 따 낸,
종이지관을 활용한 나의 첫 인테리어 현장으로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경우 “설득의 묘미”라고 표현들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설득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고 특히 이런 공사계약과 관련된 일련의 행위에 있어서는
설득한다는 사고방식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며 표현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설득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저는 단 한권도 읽어 본적이 없습니다.
그저 살아오면 깨닫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건, 설득을 해야 할 타이밍은 서로 위기이거나 불편한 순간
또는 다시는 상대방과 마주치거나, 아예 볼 일 없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런 보편적인 계약관계에서는
향 후 변수에 대한 파장이 더욱 커지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설득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전 원장님께 제가 유리하도록 종이지관을 이용한 인테리어를 하게 끔 설득 시킨 게 아닙니다.
현 상황과 지관의 특징 그리고 왜, 이 재료여야 하는지 원장님을 이해시켜 드린 겁니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단언컨대 과도한 설득행위는 저는 사기행각의 시작점으로 생각합니다.
이 후 본격적인 공사시작.
그렇게 3주가 조금 넘는 공사기간동안, 처음 철거를 시작으로 기초공사를 하는 첫 주를 뺀 나머지 공사기간
동안 혼자서 A to Z 모든 걸 다하며 구상 했던 대로, 차곡차곡 공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당시의 기억으로는 해가 바뀌는 연말에 광고 빨 도 안 먹히고, 경기는 꽁꽁 얼어붙고, 공사예산도 넉넉지 않은 관계로 최대한 이끼고, 중고든 뭐든 기존 보유중인 자재와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서 해야만 했으며,
늘 포트폴리오가 될 만한 가치 있는 공사는 더욱 열과 성을 다했고, 저예산 공사는 대부분 직접 해야지만, 그나마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기에, 역시 절박함이란 일에 집중시키는 최고의 에너지였습니다...ㅎㅎ
점심은 혼자 바로 옆 분식집에서 순대와 떡볶기 그리고 오뎅 국물에 막걸리 한잔의 얼큰한 기운으로, 상상했던 이미지를 맞춰가기 시작했으며, 가끔 퇴근하며 들리는 영찬이의 “술 안부”에 어김없이 한잔하고는 밤늦게 까지 구석구석 저의손길을 보태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예정됐던 공사는 다 끝나고 장비까지 철수한 시점에서 원장님이 도움을 청합니다.
사장님...! 저어~~ 제 소품들이며 집기들 디스플레이 하는 거, 솔직히 자신 없는데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잠시 고민하고... (이때 원장님 긴장...!)
신중하게 생각한 후 진중하고 묵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막걸리만 사주신다면 가능합니다...ㅎㅎ
그렇게 꼬박 2일을 디스플레이와 세팅에 매달렸으며 간판까지 기존프레임을 재활용하고 서로 의견 교환하며 진행하다가 문뜩 이런 얘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느낌에, 밤에 밖에서 출입구 전면을 보면 아늑한 실내가 있는 잡지의 한 컷처럼 보일 거 같아요...!
이후 공방 인테리어는 무사히 마쳤으며 "마치 몇 년은 흐른 듯 한 모습으로" 편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주변을 지나다, 차 한잔 마실 겸 들려서 원장님께 인사드렸더니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어떠세요 원장님...?
네~~ 기존에 있던 수강생들도 너무 좋아하고, 원생도 조금 더 늘었어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건...! , 지나가던 남자 분들이 그렇게 많이 들어와서는
꼭 물어보시고는 놀라서들 나가세요...!
어떤 걸 물어보는데요...?
도대체...! 저 기둥같은 소재, 무슨 나무같은데, 이름이 뭐고 어디서 구했냐고...!
그럼... 이거 종이인데요...! 라고 얘기해드리면 다들 놀래서 만져보고는 나가세요...ㅎㅎ
여기서 여러분들께 더욱 놀랄만한 진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곳 6평 공간을 천정까지 꽉 채운 종이지관 가격이...
다 합쳐서 정확히 17,500원이며.
1개당 350원에 구입하여 전체50개 사용하였습니다.
고물상 사장님과의 MOU체결 후 가장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록적인 현장이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