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네가 그리워'로 번역되는데, 상응하는 영어 번역은 'I miss you'이다. 'Tu me manques'를 직역하면 '너는(Tu) 내게(me) manques(부족하다)'인데, 돋보이는 건 대응하는 한글 및 영어 번역의 주어가 모두 '나'인 반면, 이 불어 문장의 주어는 '너'라는 것이다. 또한 '난 널 사랑해'라는 표현인 'Je t'aime' 또는 'Je t'adore'는 그 생각이나 행위의 주체를 모두 '나'로 하고있는 반면, 'Tu me manques'는 특이하게도 '너'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한글이나 영어보다는 불어가 그리움의 개념을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장의 주어가 '너'라는 건, 그리움이란 속절없이 수동적인 감정, 즉 타인의 시선에서 자비로움을 구할 수밖에 없는 처량한 감정이라는 걸 말하고자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움의 정의는 감정의 주체 또는 객체가 되는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될 수밖에 없겠지만, 관계의 위상학이란 측면에서 보면 그리움은 눈물이 날 것 같은, 행성과 별의 천부적 권리관계를 정해놓은 계약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내게 그리움은 그러한 것이다.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어제처럼 오늘도 마냥 그립다.
매일 마주하는 그리움이 낯설다. 그렇지만 점점 작아져 마침내 사라진 데쳄버 왕처럼 모든 것은 반감기를 거치면서 마침내 소멸될 것을, 그리고 낯선 마음의 밭에서 기다리던 새싹이 나면 그 뿌리가 다시 힘차게 흙을 움켜쥘 것을 믿으므로, 그땐 고개를 들어 익숙해진 그리움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