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심히 음악만 하며 살았다. 재즈 피아노를 전공해서 작곡 전공까지 공부했으며 뮤지컬, 클래식,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한국음악작곡과에 들어가 국악까지 공부하며 석사와 같은 예술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연극, 영화, 뮤지컬 같은 극 장르의 작곡 및 편곡, 음악감독을 하기 시작하면서 20대를 음악에만 묻혀 살았다. 그리고 국악 작곡, 국악 오케스트라 작곡, 클래식 악기인 트롬본과의 앨범 작업을 하면서 클래식의 꽃인 윈드오케스트라까지, 다양한 장르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한 가지 악기의 작은 편성, 노래 장르, 극 장르는 물론 오케스트라 같은 큰 편성의 장르까지도 넘나들며 나의 스펙트럼은 다양하게 넓어져서 모든 음악 장르를 수용하고 작업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레슨과 강의 지식도 다양해졌다. 입시를 지망하는 입시 전공생부터 음악을 사랑하는 취미생 할아버지까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내가 지금까지 품어왔던 다양한 장르로 레슨과 강의를 하였다.
세상의 흐름은 나와 상관없었고 음악만이 내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 물리학도였던 지금의 신랑을 만났다. 신랑도 30대 초반까지 공부만 했던 사람이었고 학위를 마치기만을 바라며 무던히도 애를 썼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고생 고생하며 우리 부부는 박사와 석사로 졸업을 하였고, 청년 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요즘 시대에 남편은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돈 걱정 없이 인생이 필 줄 알았다. 돈 걱정을 하는 학생 신분이 지긋지긋했기에 ‘월급’이라는 단어가 행복을 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고뇌의 시작이었다. 돈이라는 것은 채워질수록 갈증이 심해진다.
당연히 삶에 있어서 돈은 필요하지만, 돈만을 바라보는 물질만능주의의 사고방식은 오히려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남의 집 재산과 비교를 하며 누구 집은 집을 몇 채 갖고 있고, 부동산으로 얼마가 올랐으며 대기업 맞벌이 부부의 연봉을 보며 지나간 세월을 후회할 때도 있었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던 내가 끝없는 비교의식에 무너졌다.
그리고 돈뿐만이 아니라 달라진 삶의 흐름에 점점 외로워졌다. 직장인인 남편은 한 달에 몇 번씩은 회식이 있었고 나머지는 야근으로 채워졌다. 주말에도 한 달에 두 번은 나가야 했다. 회사가 24시간 365일 돌아가기 때문에 주말에도 로테이션으로 근무해야 한다고 했다. 항상 신문에서만 봤던 근무시간의 초과로 직장인들의 삶이 불행하다는 연구결과는 우리 부부의 삶으로 들어왔다. 집안에 고가의 신디사이저가 있을 정도로 음악 연주를 좋아하고 함께 작곡하며 데이트를 하는 것만으로 즐거웠던 시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항상 집에 들어오면 TV를 보거나 자기에 바빴고, 나머지 주말도 자는 시간에 투자했다. 체력도 약해졌지만 무엇보다 정신력도 많이 약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치열하게 꿈만을 바라본 20대에는 배고팠지만 감동이 있었고 꿈이 있었다. 지금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울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피폐해져 갔다. 이제는 음악으로 감동받았던 내 삶을 다시금 불러들이고 싶었다. 음악으로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인생의 감동을 받으면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집안의 TV를 끄는 것이었다. 그리고 밥을 먹을 때도 라디오나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TV 쪽으로만 시선이 몰려있었던 우리 부부는 다시 마주 보기 시작했다. 음악을 들으며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오늘 하루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도 꺼내게 되면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함께하는 식탁 위의 시간은 서로의 감정을 통하는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감동을 받고 그것을 남기기를 원한다.
인생에 몇 번 들춰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드메(스튜디오, 메이크업, 드레스)에 온갖 정성을 기울여 웨딩촬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감동이라는 것이 생활에 없는 듯이 살아가다가도, 막상 감동을 받게 되면 우리는 사진으로 기록에 남기고 쓰지도 않던 일기장을 만들어 그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막연하게 기다리는 사람에게 감동의 순간이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며 그 순간을 알지도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감동은 쟁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쟁취를 하기 위한 궁극적 목적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감동을 받았다’는 ‘나는 행복하다’와 같은 동등한 느낌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감동을 능동적으로 쟁취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리고 그 순간을 즐기며 우아해지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은 당연히 자신감이 넘쳐나는 멋진 세상이 된다. 어쩌면 세상은 스스로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 위해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유한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능동적으로 감동을 쟁취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감동을 쟁취하기 위해 음악의 세계에 적극적으로 빠져들어야 한다. 음악은 감동을 능동적으로 쟁취하는 방법 중에 가장 직접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가장 직접적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예술이다.
슬픈 음악을 들었을 때 슬퍼지고 처연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밝고 기쁘며 환희를 표현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는 내리깔렸던 분위기가 밝아지며 희망의 빛줄기가 느껴지는 효과를 누구나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에 치여 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는 직장인들이 음악으로써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그리고 직장인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부터 계약직, 주부 등등 다양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