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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n Mar 07. 2024

5년만의 후쿠오카

5년만의 후쿠오카 여행

한참 전 해외여행이 익숙하지 않던 시절의 어린 내가 친구와 다녀왔던 후쿠오카.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여행지였는데 이번에 동생과 다시 한번 후쿠오카를 가게 되었다. 일본 여행은 오키나와 오사카 교토 다른 도시들로 자주 갔어서인지 그렇게 설레지 않았지만, 역시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다시 같은 곳을 다니는 여행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나카스 강 포장마차 거리
너무 유명해져서 그때의 분위기가 그리운 곳

사람과 음식은 변했지만 강은 그대로인 곳. 풍경이 5년 전 기억과 같아서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강 옆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만. 어두워진 밤 하늘에 건물들의 네온사인이 반짝거리고 각기 다른 주인과 메뉴와 모양을 한 포장마차들이 쭉 늘어서있다. 그 자체로 장관이기 때문에 마음이 몽글해진다. 도란도란 옆 사람과 때로는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맥주 한잔 하이볼 한잔 하는 사람들. 특히 눈에 들어왔던 건 휠체어를 탄 손님과 할머니와 함께 온 손님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포장마차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꽃피운다.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 웨이팅이 있긴 하지만 저녁 이른 시간대에 간다면 30분 이내로 자리에 앉을 수 있다. 기다리면서 다른 손님들을 구경하는 것도 한 가지 재미이다. 아쉬웠던 건 예전 기억 속 포장마차 오뎅탕은 굉장히 맛있었는데 같은 가게 간판이지만 주인이 달라졌는지 이번 오뎅탕은 맛이 참 아쉬웠다. 대신 닭꼬치 세트는 숯불에 직접 구워줘서인지 아주 맛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맛있는건 찬 바람과 함께 먹는 생맥주.


또 5년 뒤에 찾아와야지


일본 가정집 같은 에어비앤비 숙소
애니메이션에 나올듯한 주인 할머님과 고양이가 반겨주는 곳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가장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 에어비앤비 숙소. 후쿠오카 대표 도시인 하카타와 텐진에 숙소를 잡을까 고민하다.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지만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주인분에 대한 찬사가 늘어져있는 후기에 호텔을 포기하고 롯폰마츠역 근처에 있는 에어비앤비로 선택했다. 정말 옳은 선택. 


문 앞과 출입구에 붙여져 있는 내 이름표에서부터 이번 여행의 첫인상을 너무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직접 쓰신 듯한 붓글씨. 일본 특유의 코타츠도 공용 공간에 있고 투룸 같은 거실과 방 하나는 온전히 우리가 사용할 수 있었다. 안에도 아주 귀엽고 따뜻한 느낌으로 꾸며져 있어서 만족. 온돌이 없는 일본 집 특성상 쌀쌀했지만 온풍기와 전기장판이 있어서 따뜻하게 잘 보냈다.


그리고 대망의 조식.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정성스러운 한 끼를 차려주신다. 따뜻한 미소배춧국부터 샐러드 한상 디저트까지 매일 아침 준비해 주신다. 맛도 맛이지만 할머님의 미소와 이 공간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대단하다.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온 기분. 까만 고양이도 한몫을 한다. 멧챠 카와이라는 말을 연발하게 하는. 너무나도 따뜻한 기억에 다음에 온다면 또 묵고 싶은 곳.


열성팬 후기 하나 더 추가요!


다자이후 텐만구 카페 카사노야
진한 차 한잔과 초록빛 풍경을 가만히 감상할 수 있는 곳

꽤 거리가 있는 다른 동네 다자이후로 넘어가는 날. 아쉽게도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지하철로 1시간 넘게 이동을 하고 날이 추워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신사 구경과 길거리 음식 투어를 잠시 미뤄두고 카페로 향했다. 따뜻하게 몸을 데워줄 공간과 음료가 필요했기에.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인기가 많은 곳이라 그런지 역시나 웨이팅이 있었다. 앞에는 남자아이 둘 여자아이 하나가 있는 대가족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너무 싱그럽고 귀여워서 몰래 웃음 지으며 기다렸다.


한국어를 꽤 잘하시는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운 좋게 가장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이 풍경에 홀려 찾아온 곳이었는데 역시나 마음이 편안해지는 초록빛이 가득 들어왔다. 다자이후에서 유명한 찹쌀떡인 우메가에 모찌와 녹차 한잔 커피 한잔. 모찌는 늙은이 입맛에 아주 잘 맞는 담백한 단 맛이었다. 동생 왈, 아가들 먹는 떡뻥에 적당히 달달한 팥이 들어간 맛이라고. 아 그전에 식전차라고 해야 할까 우롱차 같은 차도 아주 맛있었다.


아무래도 차가 유명한 일본인지라 커피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웬걸. 대접에 나온 비주얼과 다르게 정말 매력적인 커피 맛. 기존에 먹던 아메리카노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커피. 녹차는 말해 뭐 해 역시나 진하고 풍미가 대단했다. 기분 탓인지 큰 잔에 마셔서 더 향이 짙게 올라오는 느낌.


공간도 아름답고 분위기도 좋고 맛도 아주 좋아서 부모님을 데리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곳


다자이후 텐만구 신사
매년 초 일본인들이 기도와 소원을 빌러 오는 곳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다행히 비가 조금 멎어서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걸었다. 일본은 매년 초 1-2월에 중요한 시험이 많이 있다 보니 이 시기에 다들 기도를 하고 소원을 빌러 다자이후 텐만구 신사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그래서 다양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젊은 친구들이 멋지게 입고 온 무리를 보는데 참 예뻐 보였다. 그리고 준비를 하는 여승이라고 해야 할까 신사에서 생활하는 분들의 복장이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 쳐다보게 되었다. 신사와 너무 잘 어울리던 아름다운 모습.


모두의 소원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나도 한번 행복을 바라본다


다자이후 텐만구 먹거리
명란 오차즈케, 딸기모찌, 단골들이 줄 서서 먹는 대왕만두

이제 슬슬 배가 고파져서 식당을 찾으려는데 안타깝게도 2-3시쯤 되니 브레이크 타임이라던가 이미 영업종료라던가 일찍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아서 길거리 음식들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추운 날씨에 눈앞에 딱 들어온 명란 오차즈케. 식당과 자판기 테이크아웃을 함께 하는 곳이었는데 따뜻한 국물이 언 몸을 녹여주는 맛이었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짭짤한 명란과 따듯한 찻물이 밥과 잘 어우러져서 쌀쌀한 날씨에 딱이었던 음식.


동생의 눈을 사로잡은 딸기 모찌. 모찌가 유명한 이유가 있다. 여기 딸기모찌는 정말 맛있는 쫄깃한 모찌에 알이 실한 딸기가 상큼해서 아주 1인 1딸기모찌를 하지않은게 아쉬울 정도. 다른 마을에서도 사 먹어봤는데 다자이후 딸기모찌가 최고였다. 무조건 먹어야 하는 맛.


배를 채울 수 있는 메뉴를 찾다가 동네에서 유명한 맛집이라는 고기만두 양자강 만두집을 찾았다. 다자이후 거리 입구 쪽 옆 골목에 있는데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줄 서서 먹는 곳이라더니 현지 방송에 나온 사진들이 많이 붙어있었다. 바로 앞에 할머님이 귀여운 모자를 쓰시고 익숙하게 직원과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만두를 포장해 가시던 것이 너무 귀여웠다.


만두가 값싸고 크기도 엄청 커서 하나만 주문했는데 역시나 양이 많았다. 찐빵 같은 만두피에 안에 고기와 야채가 가득하고 육즙이 있어서 왜 인기가 많은지 바로 이해가 가던. 바로 앞에 공터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먹는데 그 풍경도 참 귀여웠다.


참 비둘기를 조심하세요.


하루에 한번씩 가야 하는 텐진 맛집
미스터도넛, 가성비가 너무 넘치는 스시로 텐진

먹거리들로 배를 채웠지만 아직 우리에겐 부족하다. 일본에 오면 초밥은 무조건이지 하고 찾은 텐진 스시로.그전에 텐진역에서 걸어가는데 미스터도넛이 보여서 애피타이저로 도넛을 먹어볼까 하는데 줄이 꽤 길게 서있던 미스터도넛. 역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인지 도넛들도 일본스러운 것 같은건 느낌 탓인가. 애니메이션과 콜라보한 도넛들도 있고 전체적으로 담백해보이는 도넛들이 많았다. 그리고 정말 맛있다. 한번만 먹은게 아쉬울 정도. 크리스피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적당히 달고 적당히 담백한 깔끔한 맛.


미스터도넛도 한국에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스시로는 역시나 인기 맛집. 가성비가 대단한 곳이라 웨이팅도 참 대단했다. 1시간 30분 정도의 예상 대기시간에 근처에서 라멘을 먹고 올까 하다가 혹시 모르니 기다려보자 했더니 30분 좀 넘어서 자리가 났다. 오예. 이곳에서 기다리는 시간에도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이 있어서 방긋방긋 잘 웃는 아가와 인사를 하고 사진 정리를 하다보니 꽤나 금방 시간이 지났다.


운이 좋았는지 참치뱃살이 150엔 행사를 하고있어서 연어보다 참치를 왕창 먹었다. 가격이 다 350엔 아래이다보니 마음껏 방어 방어뱃살 생새우 참치 참치뱃살 연어 연어뱃살 등 먹고싶던 초밥들을 다 먹었다. 확실히 참치 뱃살과 방어 방어뱃살이 아주 맛있었다. 둘이서 거의 30접시를 먹고 생맥주도 1.5잔씩 먹었는데도 가격은 5만원 한 5,000엔 가량. 스시로는 하루에 한번씩 가야하는 맛집


진짜 초밥을 먹기위해 일본에서 살고싶다.


일본인 친구를 사귄 텐진 핫플 술집
영국식 펍 HUB, 락을 사랑하는 노웨어 바, 타치노미 카도야

첫 날은 피곤해서 제대로 못즐긴 텐진의 밤을 즐기기로. 독특하거나 핫한 곳을 가고싶어서 열심히 찾아본 중에 눈에 들어온 노웨어 바. 네이버 검색에도 잘 안나오고 구글 맵으로 찾은 곳이었는데 락밴드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바라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찾아갔지만 아쉽게도 일요일 밤이라 그런지 운영을 안하시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다음에 후쿠오카를 온다면 꼭 재도전을 하고싶다.


이른 시간인지라 술집이 연곳이 많이 없어 영국식 펍이라는 HUB을 찾았다. 현지인들의 핫플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아직 사람이 많이 없어 아쉬웠지만 분위기도 좋고 나이든 중년 커플이 계셔서 멋지다 라는 생각을 하며 진토닉을 마시는데 왠걸 너무 맛있었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취향 저격. 동생이 시킨 위스키는 조금 밍밍해서 아쉬웠지만. 그냥 이 시간이 즐거웠다. 그렇게 다음 술집은 서서먹는 술집이라는 타치노미. 자판기로 주문하는 특이한 시스템이었는데 담배 냄새가 유독 심하고 술 종류가 아쉬워서 다시 HUB을 한번 더 방문했다.


그런데 정말 잘한 선택. 옆에 일본인 여성 두분이 계셨는데 또 주문한 빅사이즈 진토닉을 마시던 중 말을 걸어오셨다. '혹시 한국인 이세요?' 라며 서툰 한국어로 질문을 하시는데 너무 반가워서 한국어를 왜이렇게 잘하시냐고 했더니 한국에서 워홀을 했던 친구였던 것. 거의 동시통역을 하며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쓰며 두세시간 가량을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심지어 동생과 같은 나이. 너무 재밌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의 차이점과 요즘 유행하는 술자리 게임부터 일본의 술 마실때의 리액션 노래같은 것들. 이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모를 것들을 경험해보는 시간. 이번 여행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이었다. 한국에 꼭 놀러오기로 그럼 우리가 가이드를 해준다고 약속도 했다.


확실히 핫플은 핫플인게 다른 테이블들에서 합석과 헌팅을 엄청나게 하는데 그 광경을 보는 것도 참 즐거웠다. 심지어 우리에게도 일본인 남성분이 말을 걸어왔는데 딱 한국 친구들 만나서 안타깝지만 죄송하다. 라고 하는걸 보고 한번 더 심쿵했다는 건 안비밀.


역시 우리 테이블이 제일 즐거웠다!


여행의 마무리는 일본 편의점 음식
편의점 우동, 라멘, 계란 샌드위치, 에비수 맥주, 돈까스 샌드위치, Calbee 감자칩

그렇게 신나게 수다를 떨다 내일 출근을 위해 친구들은 가고 우리는 여행객의 자세로 계속 술을 마시다 딱 타이밍 좋게 지하철 막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의 마무리는 항상 편의점이지. 첫날 먹은 크림브륄레 아이스크림과 푸딩 티라미수는 굉장히 달달했다. 동생이 아주 맛있다며 행복해하던.


에비수와 프리미엄 몰츠 맥주가 아주 맛있었던 기억. 아사히 드라이는 좀 아쉬운 맛이었다. 편의점 우동도 아쉬운 맛이지만 편의점 라멘은 아주 맛있었다. 유명 라멘집에서 나온 컵라멘이라던데 이름값은 하나보다. 유튜브에서 본 초코 소라과자는 생각보다 많이 맛있진 않았고 칼비 감자칩과 보장된 맛 계란 샌드위치. 돈까스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었다.


역시 직접 먹어보고 겪어봐야 아는 것. 사람 취향은 다 다르거든요. 그렇지만 계란 샌드위치는 만인이 사랑하는 맛. 에비수 맥주와 편의점 돈까스 샌드위치 그리고 감자칩은 거의 편의점 정식. 또 먹고싶은 맛이었다.


일본은 먹으러 또 가고싶다는 생각을 하게하는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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