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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냥 Dec 19. 2020

걷고 싶다


손 끝이 어는 추위에도 

너의 손가락이 내 손 안에 감길 때

손난로가 내 손안에 있는 느낌

너에게로 가는 길은 따뜻함이었다


여기 저기서 치여서 다친 몸과 마음

안쓰럽게 바라보는 너의 눈빛이

내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괜찮다고 말해줄 때

내 곁에 너만 있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 속에 맴도는 말들을 정리하지 못해서

너에게 닿지 못할 때마다 그 아쉬움이 얼마나 큰 지 모른다

내가 조금이라도 널 더 아낀다는 행동을 해서

애타는 맘 널 꼭 안아서 녹여보려고 했었는지도 모른다


너와 나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쯤

소유권 분쟁을 시작했고 그 장난이 싫지 않았다

한 걸음 너에게 더 다가갈 수록 점점 나는 참기 어려웠다

내가 너에게 그어 놓았던 선을 너는 넘어왔다


내 방식대로, 기억되는 기억들이

너무 소중해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생각들로 뒤덮였다

소소한 말장난들도 꿈 같다고 예쁘다는 순간들도

정말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면서 놓기 싫었다


쉽게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놓아져버린 내 마음의 가루들을 주워 모아서 내 손바닥 위에 놓고

너는 내게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같이 걷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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